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이 시행된 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정책의 효과보다 정책 설계자들의 ‘내로남불’ 논란이 더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서민들에게는 ‘대출 억제’와 ‘투기 근절’을 강조하던 고위 관료들이 정작 전세와 대출을 끼고 수십억 원대 아파트를 매입해 막대한 시세 차익을 얻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민적 공분이 커지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는 국토교통부 이상경 1차관이 있다. 그는 불과 몇 달 전 “정부의 정책으로 집값이 안정되면 그때 사면 된다”고 발언했지만, 정작 본인의 배우자가 33억5000만 원에 판교의 한 아파트를 전세를 끼고 매입한 사실이 알려졌다. 현재 시세는 약 40억 원으로, 불과 1년 만에 6억 원 가까운 시세 차익을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서민들에게 ‘대출을 통한 주택 매수는 투기’라며 경고했던 인사가 사실상 갭투자를 한 셈이어서 비판 여론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와 함께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주요 정부 인사 다수도 서울 강남권 고가 아파트를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서초구 ‘서초래미안’ 146㎡ 아파트를, 구윤철 부총리는 개포동 재건축 단지를,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같은 단지를 전세와 대출을 끼고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모두 고강도 부동산 규제정책을 설계하거나 주도한 핵심 인물들이며, “서민을 위한 정책”을 강조해온 당사자들이기도 하다.
국민의힘은 이번 사태를 “노골적인 위선”이라고 비판하며 즉각적인 공세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부동산 정책 정상화 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며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정책 책임자들이 서민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막는 동시에 자신들은 고가 아파트 시세 차익을 챙기는 구조가 됐다”며 “정부는 도덕적 정당성부터 회복해야 한다”고 직격했다.
전문가들도 정부의 정책 신뢰도가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분석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부동산 정책의 신뢰는 숫자가 아니라 사람에게서 시작된다”며 “국민의 희생을 전제로 한 규제가 설득력을 가지려면, 정책 입안자부터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정책 따로, 행동 따로인 현 상황에서는 어떤 대책도 시장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며 “집값 안정의 핵심은 서민의 희생이 아니라 정책의 진정성에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정부의 부동산 정책 전반에 대한 신뢰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 경제학자는 “서민에게는 빚을 죄고, 자신들은 자산을 불리는 이중 잣대가 지속된다면, 그 어떤 ‘대책’도 국민에게 신뢰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