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의 무역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한화오션의 미국 내 자회사 5곳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중국은 해당 기업들이 미국 정부의 대중 조사를 지원했다며 “중국의 주권과 안보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제재는 미국의 ‘301조 조사’에 대한 보복이자, 한화오션이 참여 중인 미국의 조선산업 부흥 프로젝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를 견제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한화오션주식회사 미국 관련 5개 자회사에 대한 대응 조치 결정’을 발표했다. 제재 대상은 한화해운, 한화필리조선소, 한화오션USA인터내셔널, 한화해운홀딩스, HS USA홀딩스 등 다섯 곳이다.
중국 상무부는 발표문에서 “한화오션은 미국 내 자회사를 통해 미국 정부의 관련 조사 활동을 지원해 중국의 발전 이익을 침해했다”며 “중국 내 모든 조직과 개인은 해당 기업들과의 거래 및 협력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한화그룹은 제재 발표 직후 즉각 대응에 나섰다. 그룹 관계자는 “한화오션은 중국 정부의 발표 내용을 인지하고 있으며, 이번 조치가 당사에 미칠 사업적 영향을 면밀히 검토 중”이라며 “필리조선소는 중국 조선업계와의 거래가 없어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업계는 이번 조치가 미국의 해운·조선업 제재에 대한 중국의 ‘맞불 조치’이자, 한화오션이 주도하는 미국 내 조선업 진출 전략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미국이 최근 중국 선박에 대해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는 등 제재 수위를 높이자, 중국이 이에 상응하는 대응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10일 중국 해운·조선업 제재안의 수정 공고안을 발표하며, 14일부터 중국 소유 또는 운항 선박의 미국 항만 입항 시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미국 내 발주 물량이 중국 대신 제3국 조선소로 옮겨갈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국 조선업계가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한화오션이 주도하는 ‘마스가 프로젝트’는 미국 조선산업 재건을 목표로 하는 대규모 산업 전략으로, 한화필리조선소가 핵심 거점 역할을 맡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의 이번 제재는 해당 프로젝트를 직접 겨냥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조선업계는 이번 제재의 실질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그룹이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것은 지난해로, 현재는 설비 확충과 인력 배치 등 초기 투자 단계에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인수 이전부터 확보해 둔 발주 물량이 남아 있어 단기적인 운영 차질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필리조선소는 미국 해운법(존스법)을 준수하는 액화천연가스(LNG) 컨테이너선과 중형 유조선(MR탱커) 10척, LNG 운반선 1척을 건조 중이다. 이는 모두 미국 내 발주 물량으로, 한화쉬핑이 발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필리조선소는 이제 막 인수 이후 생산 기반을 다지는 단계로, 당장 이번 제재가 큰 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미·중 간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추가 제재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