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복음주의협의회(회장 임석순 목사, 이하 한복협)가 10일 오전 서울 성동구 소재 서울제일교회(담임 김동춘 목사)에서 ‘한국교회의 교회력과 성례’라는 주제로 10월 월례회를 개최했다. 이날 ▲김윤태 교수(신학위원장, 백석대 기독교학부)가 ‘한국교회와 교회력’ ▲원성웅 목사(중앙위원, 옥토교회 담임)가 ‘한국교회와 성례’라는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
◆ 교회력의 역사와 의미와 교회력 사용에 대한 실천적 제안
김윤태 교수는 교회가 매주 드리는 예배와 더불어 신앙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특별히 정한 절기들을 지켜온 전통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교회는 공적인 예배 외에도 특별한 시기와 기간에 성경적 가르침을 배우고 신앙의 실천을 훈련하기 위해 연례적인 절기를 지켜왔다”며 “이러한 절기의 체계는 바로 교회력(敎會曆, 라틴어: Annus Ecclesiasticus 또는 Annus Liturgicus)으로, 전례력이나 예배력, 성력 등으로도 불린다”고 했다.
이어 “교회력은 교회의 예배와 신앙교육을 위한 일종의 ‘신앙의 달력’이다. 교회는 일 년의 시간을 성경의 주요 사건에 맞추어 배열함으로써, 신자들이 구원 사건을 기억하고 현재의 삶 속에서 그 의미를 재확인하도록 돕는다”라며 “이 절기들은 단순히 과거를 기념하는 행위가 아니라, 신앙의 훈련과 공동체적 예배를 통해 성도의 삶을 새롭게 하는 시간으로 이해된다”고 했다.
그는 교회력을 크게 세 가지로 구분했다. 김 교수는 “첫째, 성탄절과 부활절, 주현절, 사순절, 오순절 등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와 구원 사역의 의미를 되새기는 구원사역적 절기이다. 둘째, 추수감사절이나 맥추감사절, 어린이주일, 어버이주일, 종교개혁기념주일 등 신앙의 실천과 기념을 위한 기념일적 절기이다. 셋째, 선교주일이나 성서주일, 각종 헌신예배와 같은 교회 사역 중심의 절기가 이에 해당한다”고 했다.
특히 “구원사역적 절기는 교회력의 핵심을 이룬다. 이 절기는 다시 성탄주기(대림절, 성탄절, 주현절)와 부활주기(사순절, 부활절, 오순절)로 나뉜다”며 “교회는 이러한 절기를 통해 과거의 구원 사건을 예배 속에서 현재화하며, 신앙 공동체가 그 의미를 새롭게 체험하도록 돕는다. 이를 통해 신자들은 단순한 예배 참여를 넘어, 신앙적 기억과 실천이 교차하는 영적 여정을 이어가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회력의 기원은 초대교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도시대 교회는 매 주일 예배뿐 아니라, 부활절과 같은 절기를 지켰다”며 “그러나 교회마다 부활절 날짜가 달라 혼란이 있었고, 325년 니케아 공의회에서 이를 통일함으로써 교회력의 기틀이 마련되었다. 이후 기독교가 로마 제국의 공인 종교가 되면서 부활절 외에도 성탄절, 사순절, 오순절 등이 공식화되었고, 중세를 지나며 교회력은 점차 확대되고 세분화되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로마 가톨릭교회는 성모 마리아 축일과 성인 축일 등을 추가해 대축일과 기념일로 체계화했으며, 종교개혁 이후 개신교는 이를 단순화하거나 폐지했다”며 “루터파와 칼빈파, 성공회, 재세례파 등 종교개혁자들은 교회력에 대해 서로 다른 태도를 보였다”고 했다.
이어 “루터교회와 성공회, 감리교회는 대림절과 사순절 등 구원사역 중심 절기를 유지하며 전례색과 성서일과를 사용한다”며 “반면 침례교회는 자유교회 전통에 따라 교회력 준수를 최소화하며, 성탄절과 부활절만 지키는 경우가 많다. 장로교회는 대체로 주일 중심 예배를 유지하면서도 대림절, 사순절, 부활절 등 주요 절기를 교육적·목회적 차원에서 폭넓게 지킨다”고 했다.
김 교수는 “한국교회 역시 교파와 교단에 따라 교회력의 이해와 실천에 큰 차이를 보인다. 통합 측 교회는 전례색과 성서일과 사용이 일반화되어 있으며, 기독교장로회는 다양한 기념일 절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며 “반면 순복음교회는 부흥회 중심의 신앙 전통에 따라 성령 사역을 강조하며, 사순절과 대림절은 제한적으로만 지킨다”고 했다.
또한 “이렇듯 한국교회는 교파 간 차이가 뚜렷하지만, 성탄절과 부활절만큼은 거의 모든 교회가 공통적으로 준수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대림절 초, 상록수 장식, 고난주일 십자가 장식 등 절기를 기념하는 상징물 사용도 늘고 있으나, 여전히 전례적 표현에 대한 거부감도 존재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이러한 다양성과 혼란을 언급하며 “교회력이 신앙의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균형 잡힌 이해가 필요하다“며 “교회력이 무분별하게 사용될 경우, 예배의 본질을 해칠 수 있다. 반면 이를 전혀 활용하지 않으면 신앙교육과 경건훈련의 유익을 놓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교회력은 세속적 시간관이 아닌 신앙적 시간관 속에서 성도의 삶을 재정립하도록 돕는 도구”라며 “교회가 이를 성경적으로, 신학적으로 바르게 사용한다면 예배의 틀을 세우고 성도들의 신앙 성장을 돕는 유익한 체계가 될 것”이라고 했다.
끝으로 김 교수는 “매 주일의 말씀과 성례 중심의 공예배는 모든 교회력보다 우선해야 하며, 구원역사적 절기는 교회의 연합을 이어주는 근간이 되어야 한다”며 “또한 전례색과 상징의 사용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 원성웅 목사의 46년 목회 철학, 교회력·절기 통한 목회의 새로움
원성웅 목사는 “46년간 장기 목회를 하는 중에 느끼게 된 것은, 목회자가 계절과 절기를 잘 활용하지 않으면 목회적 삶이 지루해지고, 마치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일상이 교인들의 믿음 생활까지 무기력하게 만든다”며 “저의 목회 철학은 단순했다. 교회력과 절기를 통해 신앙과 예배의 시간에 변화를 주고, 늘 새롭고 생동감 넘치는 목회를 만들어가자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자연의 계절이 바뀌면 사람들의 마음이 설레고 삶이 새로워지듯, 신앙생활도 절기를 통해 변화와 활력을 주어야 한다”면서 “오랜 세월 동안 교회력에 따른 절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다. 교인들이 단순히 예배에 참여하는 수준을 넘어, 절기마다 의미 있는 신앙의 경험을 하도록 다양한 예배와 프로그램을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기독교 전통 속에서 개신교회가 지키는 주요 교회력 절기는 부활절, 성령강림절, 맥추절, 추수감사절, 성탄절 등”이라며 “성탄절은 대림절(대강절)로부터 시작된다. 성탄의 의미는 기다림에서 시작된다. 4주간의 대림절 동안 구주 탄생을 준비하는 분위기를 교회 전반에 조성했다”고 했다.
또한 “예배에서는 대림절과 성탄절 찬송가를 적절히 섞어 부르고, 교인들은 성탄카드를 써서 나누며 서로의 신앙을 격려했다”며 “성탄 전야에는 새벽송을 돌거나 선물 뽑기, 위문 활동 등을 통해 ‘이웃과 함께하는 성탄’을 실천하도록 했다”고 했다.
원 목사는 송구영신예배에 대해 “교회력의 공식 절기는 아니지만,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시간은 교인들에게 큰 의미가 있다”며 “교인들은 12월 31일 밤에 모여 촛불예배를 드리고, 새해 자정에 맞춰 담임목사의 송구영신 메시지를 듣는다. 이후 가족별 안수기도를 받으며 새해의 첫 시간을 신앙으로 시작한다”고 했다.
이어 “부활절 전 40일간의 사순절은 신앙의 절제와 회개의 시간이다. 이 기간 동안 특별 새벽기도회를 진행하며, 교인들이 그리스도의 고난에 동참하도록 이끌었다”며 “특히 고난주간 금요일에는 ‘그룹별 성찬식’을 마련했다. 12명 내외의 소그룹이 따로 방에 모여 포도주와 빵을 나누며, 예수의 마지막 만찬을 재현하는 예식”이라고 덧붙였다.
성령강림절에 대해서도 그는 “성도들이 초대교회의 제자들처럼 성령의 체험에 동참할 수 있도록 돕는 절기”라며 “성령의 임재가 단순히 성경 속 사건이 아니라 오늘날 교회의 현장에서도 체험되어야 한다. 마가의 다락방에 임했던 그 불의 은혜가 오늘 우리에게도 임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맥추절에 대해 “상반기를 인도하신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고 감사하는 절기이다. 보릿고개를 견뎠던 조상들의 신앙을 교인들에게 가르쳤다”며 “이 절기를 통해 감사는 풍요에서가 아니라 결핍 속에서 피어난다. 추수감사절에는 미국 청교도들의 전통을 살리며, 우리 민족의 추석과는 다른 신앙적 의미를 되새기도록 한다”고 했다.
이 밖에도 원 목사는 국가 기념일과 민족 명절을 신앙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예배에 반영했다. 또한, 3.1절, 6.25, 8.15 기념주일을 비롯해 종교개혁주일, 선교주일, 은급주일 등을 통해 신앙과 역사의식을 함께 일깨운다”며 또한 가정예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생일 감사예배와 환갑, 칠순, 팔순 감사예배, 백일·돌 감사예배, 조상·부모님 추도예배, 약혼식 결혼식 예배, 결혼기념일 감사 예배, 교인 가족 장례를 정성을 다해 집례하고 돕는 일 등을 설명했다.
원 목사는 “짧지 않은 세월 동안 교회력과 절기를 잘 활용하며 목회의 새로움을 유지할 수 있었다”며 “적은 수의 교인이라도 헌신과 열정을 모은다면 대형교회 못지않은 선교적 역동성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교회력은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지루한 목회 속에 생기를 불어넣는 하나님의 시간표”라며 “예배와 신앙의 리듬을 회복할 때 교회는 다시 살아난다”고 전했다.
◆ “성도의 가장 큰 행복, 예수를 얻는 것”
한편, 발표회에 앞서 기도회에선 김동춘 목사가 ‘예수 그리스도 믿음의 고상함과 배설물’(빌 3:4~9)이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김 목사는 “주님의 은혜를 아는 사람은 자신의 자존심을 배설물처럼 여기는 사람”이라며 “사람들이 좌천을 견디지 못하는 이유는 자존심 때문이지만, 주님은 십자가에서 자존심을 모두 버리셨다”고 했다.
그는 이어 “사도 바울은 인간적으로 자신을 포장하는 일을 외면하거나 부정하는 수준을 넘어 그것을 배설물로 여겼다”며 “성도의 가장 큰 행복은 예수를 얻는 것이고, 그리스도 안에서 발견되는 것”이라고 했다.
김 목사는 “예수님이 나를 발견하고 인정하시는 것이 승리한 인생”이라며 “모든 것을 얻었더라도 예수 그리스도를 잃으면 아무 소용이 없고, 반대로 모든 것을 잃더라도 그리스도를 붙잡으면 모든 것을 얻는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 “예수 안에서 살고 믿음으로 살면 이전에 예수 밖에서 알던 것들이 해로 여기고 배설물로 여겨지게 된다”며 “나는 죽고 예수로 사는 삶을 살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