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는 파키스탄 교도소 내에서 기독교와 힌두교 등 소수 종교 수감자들이 차별을 받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발표됐다고 2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희망의 철창 뒤(Hope Behind Bars)’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는 파키스탄 주교회의 산하 국가정의평화위원회(NCJP)가 3년에 걸쳐 진행한 조사 결과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부 수감자들은 차별을 직접 경험하지 않았다고 답했으나, 다수는 기독교인 수감자가 교도관과 다른 수감자들에게 ‘불가촉천민’처럼 취급되고 있다고 증언했다. 기독교인 수감자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비위생적인 물품을 지급받거나 모욕적인 업무를 강요받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전 수감자 자크리아 존은 한 사례를 전하며 “기독교인 100명에게 식사 도구 대신 화장실에서 쓰는 용기를 주었고, 접시 6개만 제공돼 순번을 정해 나눠 쓸 수밖에 없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우리가 처음 수감된 곳은 결핵 환자들이 쓰던 방으로 사용된 주사기가 흩어져 있었다”며 “비누도 제대로 지급되지 않아 손을 벽에 문질러 씻어야 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또한 형량 감경 제도에서도 차별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무슬림 수감자들은 라마단을 준수하거나 코란을 암송할 경우 형량을 줄일 수 있는 반면, 기독교인과 힌두교인 등 비무슬림은 유사한 혜택을 받지 못한다. 2022년부터 2025년까지 펀자브와 카이베르파크툰크와주에서 약 2,000명의 무슬림 수감자가 조기 석방 혜택을 누렸으나, 소수 종교 수감자는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NCJP는 파키스탄 당국이 조사에 비협조적이었으며, 공식 통계와 수감자들의 증언 사이에 큰 괴리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한 기독교인 수감자는 펀자브의 한 교도소에만 500명 이상의 기독교인이 있다고 증언했으나, 정부 측은 펀자브 전체 교도소에 있는 비무슬림 수감자가 1,180명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박해 감시 단체 오픈도어즈(Open Doors)의 분석가 토마스 뮐러는 “이번 연구는 공공연히 드러나지 않은 문제들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며 “기본적인 정보조차 얻기 힘들었던 조사 과정 자체가 우려스럽다”고 평가했다.
파키스탄은 오픈도어즈가 발표한 전 세계 기독교 박해 순위에서 8위에 올라 있다. 현지 기독교인들은 이슬람 모독 혐의로 체포되거나 군중 폭력의 희생양이 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또한 기독교 여성들은 강간, 강제 개종, 강제 결혼 등 심각한 인권 침해를 겪고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