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복음 전도자 사두 순다르 싱의 유산, 오늘날 교회에 여전히 깊은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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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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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욕과 신비, 맥락적 제자도와 생태적 영성… 세계 신학자들, 순다르 싱의 삶과 신학을 재조명
인도 복음 전도자 사두 순다르 싱의 모습. ©Wikimedia Commons

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인도 펀자브 출신의 맨발 전도자 사두 순다르 싱(Sadhu Sundar Singh, 1889~1929)을 기념하는 온라인 국제 세미나가 지난 5일부터 6일(이하 현지시각) 개최됐다고 13일 보도했다.

CDI는 싱을 인도 영성과 기독교 제자도를 연결한 인물로 기억하며 그가 세상을 떠난 지 거의 한 세기가 지났지만, 그의 신앙과 신학은 여전히 전 세계 교회에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세미나에는 인도,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의 신학자와 교회 지도자들이 참석하여 그의 유산을 재조명했다.

이번 세미나는 사두 순다르 싱 글로벌 포럼과 인도복음주의연맹(EFI), 인도교회협의회, 케일럽연구소, 아시아선교회, 인도교회사학회가 공동 주최했다. 이는 2022년에 열린 첫 국제 세미나에 이어 두 번째 모임으로, 당시 발표 논문은 『돌이킬 수 없다: 사두 순다르 싱의 선교, 신학, 영성에 대한 성찰』(ISPCK, Asia CMS)이라는 책으로 출간된 바 있다.

발표자들은 순다르 싱의 삶을 쉽게 규정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그는 그리스도와 천사의 환상을 본 신비가였으나 성경을 벗어나지 않았고, 세속적 소유를 버린 금욕가였으나 전 세계를 여행하며 복음을 전했다. 인도 전통의 옷을 입고 복음을 전했으나 복음의 본질은 결코 희석시키지 않았다. 발표자들은 오늘날 교회가 소비주의, 종교 간 갈등, 생태 위기, 진정성 문제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 그의 삶과 가르침이 여전히 도전이 된다고 강조했다.

1889년 펀자브의 시크교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16세 때 그리스도의 환상을 체험한 후 삶의 방향을 바꾸었다. 그는 가문의 부와 서구식 기독교 문화를 거부하고, 사프란색 승려 복장을 한 채 맨발로 인도와 티베트를 누볐다. 때로는 히말라야에 들어가 기도와 묵상에 잠겼고, 그 경험을 성경의 언어와 인도적 서사의 리듬으로 풀어내어 비유와 환상을 남겼다. 그의 저술은 다수의 언어로 번역돼 1920년대 유럽과 영국에서도 널리 알려졌다. 1929년 티베트로 향하던 여정에서 실종됐으나 그의 이야기는 여전히 신앙 공동체에 살아 있다.

세미나 참가자들은 순다르 싱이 “인도인들은 교리를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살아 있는 그리스도를 원한다”고 말한 것을 반복해 인용했다. 그는 체계적 신학자가 아니라 삶의 신학자였으며, 그리스도를 인도적 정체성 안에서 경험할 수 있다고 믿었다.

참석자들은 그가 보여준 ‘맥락적 제자도’에 주목했다. 그는 인도인이 기독교인이 되기 위해 문화적 정체성을 버릴 필요가 없다고 가르쳤다. 사두의 삶은 복음을 현지 맥락 속에 담아내는 것이 교회의 증언을 약화시키지 않고 오히려 강화한다고 증명했다. 그의 금욕과 단순한 생활은 번영신학과 소비주의 문화에 대한 비판으로 소개됐다.

동시에 학자들은 그가 카스트 억압이나 성차별 문제에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일부 발표자는 “정의 없는 영성은 도피적일 수 있다”고 경고하며, 그의 그리스도 중심적 신앙이 오늘날 사회 구조적 문제와도 연결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미나는 또한 그의 신비적 체험을 조명했다. 그는 그리스도와 천사, 천상의 환상을 보았지만, 이를 성경과 연결시켜 해석했다. 그는 성경을 최종 권위로 두었고, 모든 체험은 그리스도께 뿌리를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태도는 신비적 경험이 독자적 권위가 될 위험을 경계하는 오늘날 교회에도 중요한 모델이 된다고 발표자들은 평가했다.

CDI는 그의 가르침은 생태적 영성으로도 이어졌다고 밝혔다. 그는 강과 산, 꽃과 새 등 자연을 단순한 예화가 아니라 하나님의 첫 번째 책으로 이해했다. 이는 창조 보전이 제자도의 필수 요소임을 상기시킨다. 학자들은 그를 “생태 제자도의 선구자”로 평가하며, 기후 위기의 시대에 교회가 배울 수 있는 모범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의 기도와 시, 환상은 인도의 바크티 전통을 반영하면서도 그리스도께 초점을 맞추었다. 그는 서구의 그릇이 아닌 동양의 그릇에 담긴 복음을 강조하며, 복음이 인도 문화 안에서 진정성 있게 뿌리내릴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참석자들은 그의 삶이 세계 교회에도 보편적 도전을 준다고 입을 모았다. 단순함은 소비주의를 비판하고, 십자가 중심의 제자도는 안일한 신앙을 경계하며, 신비적 영성은 깊이를 제공하면서도 현실과 단절되지 않도록 한다. 한 발표자는 “순다르 싱은 신비적이면서도 선교적이고, 맥락적이면서도 보편적이며, 개인적이면서도 예언자적이었다”고 요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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