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한인사회, 현대차 공장 대규모 이민 단속에 충격 확산

“배신감 느낀다”… 투자·고용 기여에도 구금 사태 발생
미국 이민 단속 당국이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벌인 불법체류·고용 단속 현장 영상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ICE 홈페이지 영상 캡쳐

미국 이민당국이 현대자동차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단속을 벌이면서 조지아 한인사회가 큰 충격에 빠졌다. 일부 교민들은 한국 기업이 미국에 막대한 투자를 이어왔음에도 이번 사태가 발생한 것에 배신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현지시각) 지역사회의 반응을 집중 조명했다.

조지아주 서배너 교외 풀러 지역은 현대차그룹이 인근 엘라벨에 ‘메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건설하면서 새롭게 형성된 한인 커뮤니티다. 인구조사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 사이 풀러의 인구는 22% 증가했으며, 이 중 절반은 한국인 이주자로 추정된다. 한국 식당 수는 1곳에서 6곳으로 늘었고, 창고형 할인매장 코스트코에서는 김치, 만두, 다시마 등 한국 식재료가 판매되고 있다.

팻 윌슨 조지아주 경제개발부 장관은 기고문에서 “한국은 단순한 우방이 아니라 조지아 경제 전략의 핵심 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약 100개의 한국계 시설이 운영 중이며, 1만7000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고, 양국 교역 규모는 175억 달러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4일 ICE가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을 급습해 300여 명의 한국인 근로자가 구금되자 교민사회는 충격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일부 교민들은 “한국 기업이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는데 지원은커녕 배제당한 기분”이라고 반발했다.

풀러 지역의 한인 채팅방에는 “우리는 열심히 일하며 일자리를 창출해 왔는데, 오히려 밀려나는 것 같다”는 글이 올라왔다. 현지에서 활동 중인 김호성 목사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인들은 근면한 노동자로 인정받는 것에 자부심을 느꼈지만, 이번 단속이 그 이미지를 산산조각 냈다”고 전했다. 한 한국계 미국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성실함과 효율성은 한국인의 문화적 특징이며, 미국은 그 혜택을 받아왔다”고 말했다. 조다혜 서배너 한인회장도 BBC에 “세계적 기업의 이미지에도 타격을 준 충격적인 사건”이라고 밝혔다.

이번 단속의 배경에는 한국 기업이 기대만큼 현지 인력을 고용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 노조 관계자는 현대차 배터리 공장에서 몇 달 전 노조원 65명이 해고됐다고 설명했다. 공화당 소속 토리 브래넘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불법 체류 노동자를 국토안보부에 신고했다고 주장하며 “세금 감면을 제공했지만 조지아 주민들의 일자리는 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한국인 근로자 고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장 건설과 초기 생산 단계에서는 전문적인 기술력과 경험이 필수적인데, 현지 인력만으로는 충족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구금된 근로자들은 주요 장비 설치와 현지 인력 교육을 마친 뒤 귀국하는 단기 체류자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정식 취업 비자(H-1B)의 절차적 한계로 인해 단기 비자(B-1) 등이 사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미국에 투자하는 외국 기업 인재들이 합법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신속한 허가 절차를 마련하겠다”면서도 “그 대가로 미국인을 고용하고 육성해야 하며, 외국 기업도 미국 이민법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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