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황야를 본 적이 없다
나는 황야를 본 적이 없다
바다를 본 적도 없다.
그러나 히이드꽃이 어떻게 피고
파도가 어떤 것인지 안다
나는 하나님과 이야기한 일이 없다
천국에 가본 적도 없다
그러나 나는 그 장소를 확실히 안다
마치 지도를 가진 것처럼
에밀리 엘리자베스 디킨슨(영어: Emily Elizabeth Dickinson, 1830~1886)은 19세기 미국의 시인이다.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작은 칼뱅주의 마을 앰허스트(Amherst)에서 태어났다. 1847년 마운트 홀리요크 여자 학원에 입학, 1년 만에 중퇴한 후 詩作에 전념하며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다.
1855년 디킨슨은 목사인 찰스 워즈워스를 만나 칼뱅주의적 정통주의의 영향을 받았으며 거의 매일 시상 속에 살며 2,000편에 달하는 시를 썼다. 매일 한편의 시를 쓰겠다고 다짐하는 필자의 중등 시절 친구 시인이 있으나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분명 다작의 시인이었으나 그의 시는 대부분 발표되지 않았으며 제목이 없었기에 첫줄이 그대로 詩 제목이 되었다. 시의 주 소재는 진리, 아름다움, 사랑, 죽음, 이별, 영원, 영혼, 천국 등이었다.
가장 미국적인 시란 무엇일까? 자유? 진리? 신앙? 청교도? 광활함과 목가적 풍경?
미국을 대표하는 두 시인이 있다. 한 사람은 농민과 자연을 노래한 목가적이요 순수 고전적 시인이었던 1915년 영국에서 돌아와 하버드대에서 시를 가르치는 교수가 된, 네 번이나 퓰리처상을 수상한 '가지 않은 길'과 '사과를 따고나서'의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 1874-1963)요 또 한 사람은 바로 에밀리 디킨슨이다.
디킨슨의 시는 당시의 다른 시들과는 은율이나 문법에서 파격적인 면이 있어 생전에는 대중에게 인정받지 못했고 겨우 4편의 시만이 시집에 쓰였다.
하지만 에밀리 디킨슨은 생전에 자신의 재능을 알아본 몇몇 시인과 지식인과 꾸준히 서신으로 시를 주고받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녀의 천재성이 널리 인정받은 것은 손아래누이 라비니아 노크로스 디킨슨(Lavinia Nocross Dickinson)이 에밀리의 시를 모아 시집을 낸 뒤부터였다.
외출을 극도로 자제하고 은거한 시인으로 알려져 있으나, 어릴 때는 매일 들판으로 나가고 동네 아이들을 불러 놀기를 즐기던 활기찬 성격이었다.
무엇이 그를 은거의 시인으로 만들었을까? 시와 신앙과 더불어 온갖 스토리텔링이 그를 더욱 신비스런 존재로 만드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필자는 디킨슨을 외적인 요소와 서사를 만들어 평가하고 싶지 않다.
디킨슨의 시는 일부러 그의 외적 편견을 가지고 볼 필요가 전혀 없다. 시 그대로 그 시의 美와 이미지를 음미하면 된다. 평생 시와 함께 살던 그는 쉰다섯 살의 나이로 사망했다.
아름다운 그녀의 시들은 많은 이름난 작곡가들의 성악곡이 되었고 그녀의 일생은 다양한 방식으로 영화화되었다.
조덕영 박사(창조신학연구소 소장, 신학자, 시인)
#조덕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