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론적 관점에서 보는 천년왕국론과 기존 4학설에 대한 검토(9)

오피니언·칼럼
기고
허정윤 박사(알파와오메가창조론연구소 대표, 창조론오픈포럼 공동대표)

3) 무천년설의 역사적 발전과 비판

허정윤 박사

역사적으로 초기 교회가 로마제국에서 박해를 받는 동안에는 전천년설 천년왕국론에 대한 믿음이 강했다. 그러나 박해를 중단하는 공인 과정과 국교로 지정되어 황금기를 누리는 시기를 거치면서 초기 교회의 강력했던 전천년설에 대한 믿음은 점차 약화되었다. 5세기에 접어 든 410년에 서고트족의 로마 침략 사건의 발생은 전천년설에 치명적인 일격을 가하는 계기가 되었다. 인간의 전쟁에 신이 개입하는 것으로 믿었던 당시에 약탈당한 로마인들이 기독교의 신을 의심하고, 기독교를 비난했기 때문이다. 만유를 창조하시고 통치하신다는 하나님의 권능에 대한 불신과 재림을 약속했다는 그리스도는 언제 오느냐는 등의 항의는 국교인 기독교를 폐지하고, 토속 종교시대로 돌아가자는 주장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때 어거스틴이 교회의 방어와 교리의 변증을 위해 쓴 『하나님의 도성』은 초기 교회의 전천년설 관점을 전환하는 교본으로도 활용되었다.

(1) 무천년설의 초기에 대한 이해: 어거스틴의 『하나님의 도성』은 천년왕국에 대한 새로운 관점으로의 전환에 기초가 되었으며, 천년왕국론에 관련한 주제를 대개 상징적으로 해석했다.

① 초기 교회는 그리스도의 재림을 전천년설 관점에서 주장했으나, 재림의 지연과 서고트족의 로마 침입 사건을 계기로 전천년설 해석에 대한 타당성에 의문이 생겼다.

② 어거스틴은 그리스도의 재림을 분명히 서술했다. 그러나 하나님의 결정 사항인 “천 년 동안”의 기간에 대해서 문자적으로 이해하지 않고, 상징적으로 해석한 것은 당시의 상황에서 어쩔 수 없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신학적으로는 행 1:7의 “너희의 알 바 아니요”라는 그리스도의 말씀을 적용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③ 어거스틴은 선하신 하나님이 선하게 창조하신 아담을 사탄이 미혹하여 인간 세상에 악이 들어오는 통로로 만들었다고 설명하고, 악인들도 회개를 통하여 선인이 될 수 있으며, 선인들도 타락하여 악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④ 어거스틴은 인간 세상이 하나님을 섬기는 선한 사람들의 천상적 도성과 우상을 숭배하는 악인들의 지상적 도성으로 나눠 있다고 보았는데, 전자는 교회를 후자는 세속 도시를 상징한다.

⑤ 어거스틴은 후반부에서 교회 시대에는 선과 악이 공존하지만, 결국에는 그리스도가 재림하시어 모든 악을 제거하시고, 하나님의 도성을 완성하신다고 설명한다.

⑥ 어거스틴은 천년왕국을 그리스도가 최후의 심판을 위해 재림하실 때까지 이어지는 교회 시대를 상징하는 것으로 보았다. 그동안 땅의 교회와 신자들은 성령의 인도를 받으면서 복음을 전파한다.

(2) 로마가톨릭교회의 천년왕국론 변질: 로마가톨릭교회는 어거스틴의 견해를 교리로 채택했으나, 그가 죽은 뒤 변질되었다.

① 어거스틴이 요한계시록에 기록된 순교자들의 첫째 부활을 영적 ‘거듭남’으로 바꿔 놓은 틈새에 교황 그레고리 1세(Gregorius I, 540-604)는 죽은 자들이 중간 상태에서 살고 있다는 연옥(Purgatory) 교리를 만들어 놓았다. 그는 영국에 복음 전파를 하는 공을 세웠다. 그러나 그가 만들어 놓은 죽은 자들을 위한 연옥 교리는 명백하게 요한계시록과 다른 신약성경의 죽은 자에 대한 서술과 충돌하는 것이다.

② 그레고리 1세에 이어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 1225?-1274)는 중간 상태의 연옥 교리를 강화하고, 죽은 자의 심판을 자손들의 공로로 변경할 수 있다는 ‘신앙실천 교리’를 만들었다. 이는 요한계시록의 생명책 심판을 명시한 서술과 충돌하는 것이다.

③ 플로레의 요아킴(Joachim of Fiore, 1132-1202)은 삼시대론을 주장하여 역사를 성부-성자-성령의 시대로 나누어 보았다.

◆ 성령의 시대가 1260년경에 시작된다.
◆ 성령의 시대에는 교회 제도와 성직의 권위가 약화 되고, 모든 사람이 성령의 인도 아래 자유롭게 살아가는 공동체가 형성된다.
◆ 1260년 경에 성령의 시대가 시작된다는 요아킴의 주장은, 천년왕국이 그리스도의 초림에서 십자가 사건으로 사탄이 감금되면서 교회 시대가 시작하고, 승천하신 그리스도가 성령을 보내 다스리신다는 어거스틴의 견해와 충돌한다.

(3) 무천년설의 실체는 후천년설 개념: 어거스틴의 『하나님의 도성』은 ‘나그네 공동체’인 교회와 신자들이 그들에게 주어진 복음 전파의 임무를 끝내고, 재림하시는 그리스도를 따라서 새 창조되는 하나님의 도성 곧 새 예루살렘으로 들어가는 여정을 설명하는 것이다. 여기서 서술된 그리스도의 재림 시기에 대한 어거스틴의 견해는 후천년설 개념이지, ‘천년왕국이 없다’는 뜻의 무천년설 개념이 아니다.

① 당시 반기독교적 도전 앞에서 그리스도의 재림과 기독교리를 상징적 방법으로 변증하려는 어거스틴의 신학적 시도를 무천년설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의 견해를 오해 또는 왜곡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② 국내 신학자들이 분명히 ‘없다’는 뜻의 ‘무(無)천년설’이라는 문자로 잘못 번역해 사용하면서 상징적으로는 ‘있다’는 뜻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일반 신자들에게 혼란과 오해를 줄 소지가 매우 크며, 그 책임은 그 말을 사용하는 신학자들에게 있다고 본다.

(4) 개혁교회의 ‘무천년설’ 용어 사용: 개혁교회가 ‘무천년설’이라는 명칭을 그대로 계속 사용한다면, 다음과 같은 문제가 제기된다.

① 개혁교회가 어거스틴의 본래 의도와 상징적 해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게 될 것이다.

② 로마가톨릭교회의 잘못된 교리를 제대로 개혁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돤다.

③ 어거스틴이 『하나님의 도성』에서 역사적 전천년설에 반대하는 뜻으로 제안한 그의 견해를 제대로 이해하고 존중한다면, 그의 천년왕국론을 학술적으로 재분류하고 재조명해야 한다.

④ 그렇다면 그 명칭은 ‘상징적 후천년설’ 천년왕국론(Symbolic Postmillennialism)이라고 개명하거나, 아예 ‘상징적’이라는 말 대신에 ‘어거스틴의’라는 말을 쓰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5) 무천년설 지지 현대 신학자들: 앞에서 언급했던 후크마와 벌코프 외에도 카이퍼(Abraham Kuyper) 등이 있으나, 세부적인 견해까지 통일되지는 않았다.

① 카이퍼는 모든 영역에서 그리스도의 주권이 실행되는 것으로 이해하면서, 천년왕국을 복음이 전파된 세속적 공간으로 보았다(영역주권: sphere sovereignty).

② 현대 무천년설 지지자들은 그리스도의 재림과 천년왕국의 시작 시기의 질문에 대한 응답으로 전천년설 천년왕국론자인 조지 엘던 라드의 “이미, 그러나 아직”(already, but not yet)이라는 개념을 수용하려는 듯한 움직임도 보인다.

③ 그러나 무천년설 지지자들이 라드의 말에 대해 그리스도의 재림 시기를 전천년설과 후천년설의 중간에 위치하는 것으로 여기면서 신학적으로 합의 가능성을 논의하기도 하지만, 요한계시록의 문맥과는 전혀 맞지 않는다.

④ 천년왕국에 관련된 신학적 개념은 요한계시록에 근거를 두는 것이 원칙이 되어야 한다. 계 22:18-19의 “내가 이 두루마리의 예언의 말씀을 듣는 모든 사람에게 증언하노니 만일 누구든지 이것들 외에 더하면 하나님이 이 두루마리에 기록된 재앙들을 그에게 더하실 것이요 만일 누구든지 이 두루마리의 예언의 말씀에서 제하여 버리면 하나님이 이 두루마리에 기록된 생명나무와 및 거룩한 성에 참여함을 제하여 버리시리라”는 경고를 심각하게 고려한다면, 이 원칙을 거스르지 않는 것이 올바른 해석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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