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시바대학교 유대학대학원(Bernard Revel Graduate School of Jewish Studies, 이하 BGRS)이 7일 오후 온라인 줌을 통해 ‘제3차 유대-기독교 사상연구회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올해로 세 번째를 맞는 이번 심포지엄은 유대교와 기독교 간의 신학적 이해와 문화적 교류를 촉진하기 위한 학술적 논의의 장으로 마련됐다.
허정문 박사(예시바대 유대학 객원교수)는 환영사에서 “제2성전 유대교와 초기 기독교의 분리 및 교류에 관한 학제간 연구가 북미 학계를 중심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반면, 한국 학계는 구약과 신약학으로 양분된 구조 속에 유대-기독교 간의 문헌 비교 연구가 상대적으로 미진한 상황”이라며 “이번 심포지엄이 그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신진학자들의 활발한 연구를 이끌어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또한 “성경학, 문헌학, 신학, 철학, 비교종교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한국 학자들이 유대-기독교의 역사적, 사회적, 종교적 상호작용을 심층적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후기 고대 및 중세 문헌 속에 담긴 사상적 교류의 흔적을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발표가 유대-기독교 문헌과 사상의 비교연구의 시작점을 제시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랍비와 초대 교부, 유대-기독교 철학자, 신비주의 사상가들 간의 철학적 대화의 흔적을 발굴해 나가는 학문적 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두 종교 내에 존재해온 반기독교 및 반유대주의적 편견과 오해를 극복하고, 균형 잡힌 시각을 통해 상호 이해를 증진시켜야 한다는 점도 언급하며 “이를 통해 유대교의 헤브라이즘 유산을 존중하면서 기독교의 가치를 지켜나가는 개혁적 학문 교류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유대인의 역사, 철학, 교육문화를 포함한 헤브라이즘적 유산은 한국 기독교가 당면한 교리적 경직성과 교육 문화 개선에 있어 중요한 통찰을 제공할 수 있다”며 “이번 심포지엄이 한국 교회가 새로운 세계선교적 방향을 모색하고, 사도 바울이 언급한 유대인 선교(로마서 9~11장)의 사명을 성취해 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 “하나님은 어디에 계시는가?”
이날 김경식 교수(감신대)는 ‘하나님은 어디 계신가’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김 교수는 “오늘날 유대교와 기독교는 히브리성서(구약성서)를 공유함에도 불구하고, 성전 전통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갖고 있다”며 “기독교인들은 유대교인들이 제3성전 재건을 중시한다고 생각하고, 반대로 유대교인들은 기독교가 율법과 성전에 대해 완전히 부정한다고 오해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실제로 대다수의 유대교 신자들은 물리적인 성전 재건보다는 메시아 신앙과 연관된 종말론적·상징적 의미에 더 초점을 둔다”며 “기독교 역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을 통해 구약 성전 제의와의 연속성을 갖고 있으며, 이는 율법의 폐기가 아니라 오히려 완성의 의미를 지닌다”고 했다.
이어 “히브리성서에서 시작된 성소 개념이 단순한 물리적 공간을 넘어, 하나님과의 만남이라는 초월적 의미를 지속적으로 담아왔다”며 “성막에서 성전으로, 그리고 성전의 파괴를 거치는 이스라엘 종교의 역사 속에서도 성소는 여전히 본질을 유지해 왔다. 이는 레위인들의 율법 교육과 북이스라엘 예언자들의 윤리적 메시지를 통해 드러난다”고 했다.
또한 그는 제2성전 파괴 이후 유대교가 회당과 토라 중심의 체제로 전환되고, 기독교가 그리스도와 교회를 새로운 성전으로 이해한 것 역시 구약에 내재된 성소 개념의 자연스러운 확장이라고 해석했다.
김 교수는 이러한 성소 이해에 기반한 세 가지 신학적 통찰을 제시했다. ▲하나님은 어떤 공간이나 형상에도 제한되지 않는 절대 주권자이며 ▲초월적 하나님은 인간과의 만남을 위해 스스로를 계시하시는 분이고 ▲성소는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인간의 응답으로서, 말씀에 대한 순종과 사랑의 실천이 그 본질이라는 것이다.
그는 “유대교와 기독교는 모두 특정 장소에 제한되지 않는 일상 속 거룩함과 사랑을 강조해 왔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공동체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이러한 공동체성은 배타성으로 오해되어서는 안 되며, 성경은 하나님의 백성과 공동체가 온 세상을 향해야 한다고 말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가시적 성소가 사라진 오늘날, 유대교와 기독교는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공의와 정의, 사랑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며 “하나님을 물리적 공간에 가두는 것은 결국 하나님에 대한 잘못된 이해로 이어지고, 때로는 폭력으로까지 변질될 수 있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하나님은 어디에 계시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의 간극을 줄이고, 상대방을 이해하며, 함께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회복하려는 사람들 가운데 하나님은 임재하신다”고 했다.
이 밖에도 이날 예시바대의 조너선 다우버 교수가 ‘한국-유대인의 친교의 비전과 방향’이라는 주제로 기조강연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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