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NCCK 총무 인선 잡음, 방향성 성찰이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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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CK 총무 인선을 둘러싸고 에큐메니칼 진영에서 나는 파열음이 심상치가 않다.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가 추천 순번 관례를 깨고 총무 후보를 낸 게 발단인데 기감은 순번제가 에큐메니칼 발전의 저해 요인이라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다.

기감은 차기 NCCK 총무 후보로 NCCK 화해통일위원회 위원장인 송병구 목사를 추천했다. 통상 순번제 관례대로라면 다음번 총무는 기독교한국장로회(기장) 차례지만 기감 측이 이 관례와 상관없이 후보를 추천하면서 인선 분위기가 미묘하게 돌아가고 있는 거다.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쪽이 기장이다. 순번제에 따라 일찌감치 박승렬 목사(한국교회인권센터 이사장)를 추천했는데 기감이 NCCK 총무 선거전에 뛰어들어 졸지에 2파전 양상이 되자 불편한 심기를 노출한 거다.

지난달 24일 열린 NCCK 정기실행위원회에서 그런 장면이 나왔다. 기장 총회장 박상규 목사는 회의 도중 총무 후보 추천을 위한 ‘인선위원회’ 구성의 건이 상정되자 “에큐메니칼 정신은 존중과 신뢰를 기반으로 하며, 관례가 제대로 지켜져야 한다”며 “그런 경쟁에 참여하고 싶지 않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박 총회장의 이 발언은 총무 김종생 목사가 차기 총무 후보들에게 NCCK 유관기관장 직함을 내려놓을 것을 공식화한 데 따른 일종의 의사 진행 불만 표시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기감 측이 후보 추천 순번제 관례를 깬 것에 대해 기장 측의 심기가 얼마나 불편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기감은 기감대로 할 말이 있다. 기감 에큐메니칼위원회는 지난 4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지금 주변에 알려진 순번제에 대한 이야기는 상당 부분 사실과 다르다”며 적극 해명에 나섰다. 기감은 “1951년 이후 지금까지 11명의 총무 선출 중 6번이 경선이었다”며 과거의 예를 소환했다. 11명의 총무 중 예장에서 5명, 기장에서 4명의 총무가 나온 반면 기감은 2명이었다며 순번제에 의해 상대적으로 기감이 불이익을 받은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기감 측이 과거의 예를 끄집어낸 건 순번제를 존중하되 그것이 법과 원칙이 아니란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어디까지나 총무 선출의 과열 풍토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에서 도입된 장치일 뿐 그것이 만고불변은 아니란 거다.

다만 입장문까지 발표하며 진화에 나선 건 NCCK 차기 총무 인선을 둘러싼 파열음이 만만치 않다고 판단해 그 책임이 자신들에게 돌아오는 분위기를 차단하려는 데 첫 번째 목적이 있어 보인다. “순번제(윤번제)는 분명 존중되어야 하지만 순번을 통해서 총무가 내정된다는 것이 오히려 에큐메니칼 신앙의 발전을 저해하는 일이 아닌가 돌아본다”라고 언급한 부분 또한 당장 책임에서 벗어나려는 의도이겠지만 이를 계기로 NCCK 선거 풍토를 바꿔보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기감이 에큐메니칼 정신을 혼탁하게 한다는 말까지 들으면서 굳이 NCCK 차기 총무 선거전에 뛰어들게 된 배경엔 최근 교단 내부에서 흐르는 반 NCCK 정서에 대한 고민도 투영돼 있다.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하고 동성애를 옹호하는 NCCK에서 탈퇴해야 한다는 교단 내 비판 여론을 어떻게서든 잠재우기 위해 총무 카드를 꺼내 든 것이란 분석이다. 바꿔 말해 교단 인사를 총무로 세워 NCCK 탈퇴 요구에 제동을 걸고, 교회 연합운동에 대한 정체성을 재확인하려 한다는 거다.

이와 관련, 기감 선교국 총무 황병배 목사는 실행위 석상에서 감리교가 처한 상황을 설명하며 “자리에 대한 욕심과 거대 교단으로서 물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감리교단의 어려운 사정을 이해해 주시기를 바란다”라며 “선거로 가게 될 경우 공정하게 임하고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실 NCCK 총무 인선을 둘러싼 에큐메니칼 진영의 파열음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994년 기장 소속의 권호경 총무가 임기 3년을 남기고 기독교방송(CBS) 사장에 선임되자 예장 통합이 ‘교단 안배’ 원칙을 깼다는 이유로 NCCK 참여를 거부하는 바람에 상당 기간 내홍을 겪었다. 지난 2015년에도 총무 인선 문제로 예장 통합이 행정보류를 하는 등 갈등이 이어졌다.

NCCK가 민주화와 사회 인권 운동에 지대한 공헌을 한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동성애를 옹호하고 종교다원주의와 종북 성향으로 기울어진 채 한국교회가 가는 방향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예장 통합과 기감 등 주축 교단 내부에서 탈퇴 여론이 비등하는 마당에 근본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보다 여전히 자리싸움으로 인한 파열음을 내고 있으니 보기가 딱하다는 거다.

불과 9개 교단으로 이루어진 NCCK에서 총무 인선을 둘러싸고 이런 잡음이 계속 나오는 근본 원인은 그 자리가 차지하는 상징성이 교단의 영향력과 결부해 충돌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다른 연합기관과는 달리 대표회장 중심체제가 아닌 총무가 정책과 행정의 중심이 되면서 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몇 개 교단이 각축을 벌이는 거다.

NCCK 총무 후보 순번제 또한 교회 일치와 연합 차원에서 나온 일종의 고육지책이다. 특정 교단의 독점을 막고 타협과 협의 정신을 실천하려는 취지다. 하지만 NCCK 총무 자리는 9개 회원 교단 중 예장 통합, 기감, 기장 3개 교단만의 전유물이 된 지 이미 오래다. 기감이 입장문에서 언급한 것처럼 차제에 이런 제도가 과연 에큐메니칼 정신과 부합하는가에 대해 깊은 성찰이 필요해 보인다.

오늘 NCCK의 문제는 총무 인선 방법론에 있다기보다 한국교회의 시대적 소명에 부응하지 못한 채 소수 운동권 단체 성격에 머물러 있는 현실이 더 커 보인다. NCCK가 총무 인선에 에큐메니칼 정신 훼손을 결부시킬 게 아니라 창립 2세기를 향한 방향성에 더 큰 고민을 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