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이자 노동당 부부장인 김여정이 28일 담화를 통해 이재명 정부의 대북 대화 재개 시도에 대해 정면으로 거부 의사를 밝혔다. 김 부부장의 이번 발언은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북한이 새 정부의 대북 정책에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힌 첫 사례다.
김여정 부부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조한관계는 동족이라는 개념의 시간대를 완전히 벗어났다'는 제목의 담화에서 "서울에서 어떤 정책이 수립되고 어떤 제안이 나오든 흥미가 없으며, 한국과 마주앉을 일도, 논의할 문제도 없다"고 못 박았다.
그는 이어 이재명 정부가 집권 초기부터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대북 전단 살포 금지, 개별관광 허용 검토 등 일련의 조치를 취한 데 대해 "진작에 하지 말았어야 할 일들을 가역적으로 되돌린 데 불과하다"며 평가절하했다. 또한 통일부 정동영 장관이 제안한 '강대강에서 선대선, 화해와 협력의 시대로'라는 기조에 대해서도 "실효성 없는 공허한 제스처"라고 비판했다.
특히 오는 10월 경주에서 개최 예정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초청할 가능성이 일각에서 제기된 것과 관련해선 "헛된 망상에 불과하다"고 강하게 일축했다.
김 부부장은 "한국이 우리를 주적으로 규정하고 대결 분위기를 조성해온 과거를 감상적인 말 몇 마디로 덮으려 한다면 이는 엄청난 착각"이라며, "이재명 정부가 묘사한 '최악의 시간' 동안 우리는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한국은 결코 화해와 협력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역사적 결론에 도달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통일부 정상화 추진을 두고 "해체돼야 할 조직의 복원을 시대적 과제로 내세운 것"이라며, 한국 정치권이 여전히 흡수통일이라는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정부의 한미동맹 강화 및 대규모 군사훈련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의 집권 50일을 돌아보면, 귀에 듣기 좋은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의 말과 달리, 선임 정부와 다를 바 없는 대결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남쪽 국경 너머에서는 대규모 합동군사연습이 연이어 진행되며 한반도에 초연이 걷힐 날이 없다"고 군사적 긴장을 지적하기도 했다.
담화의 말미에서 김여정 부부장은 "이재명 정부가 아무리 평화를 말하고 온갖 정의로운 행동을 하는 척 수선을 떨어도, 한국에 대한 우리의 대적 인식은 변하지 않으며, 조한관계의 본질을 바꾼 역사의 시계 초침은 되돌릴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