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위해 봉사했던 한 개빈 아쉔덴(Gavin Ashenden) 박사가 최근 영국 성공회(Church of England)의 신학적 방향 전환을 강하게 비판하며, “영국 내 성공회는 급속히 죽어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아쉔덴 박사는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여왕의 채플린(chaplain)으로 재직했으며, 2019년 성공회를 떠나 가톨릭으로 개종했다. 그는 최근 가톨릭 방송사 EWTN과의 인터뷰에서 “성공회는 중심이 텅 빈 채 껍데기만 남게 될 것”이라며 “60억 파운드의 자산과 교회 건물을 기반으로 외형적인 쇼는 유지되겠지만, 본질은 이미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대관식과 왕실 장례식, 그리고 주요 대성당에서의 행사는 유지될 수 있겠지만, 지역 교구의 생명력은 거의 소멸 직전”이라며 “현재 성공회 교구의 평균 연령은 70세 이상이고, 젊은 세대의 유입도 거의 없어 인구 구조상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내가 성공회를 떠난 것이 아니라, 성공회가 나를 떠난 것”이라며 개종의 배경을 밝혔다. 아쉔덴 박사는 “지난 10년간 나는 철학적으로, 윤리적으로, 영적으로 점점 더 가톨릭화되었고, 나의 성공회 친구들은 반대로 점점 더 자유주의적인 방향으로 나아갔다”며 “우리 사이의 간극이 점점 커져 결국 결별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성공회 내 자유주의 흐름에 대해 “기독교 신앙의 본질을 상실시키고 있으며, 이는 교회뿐 아니라 문화를 파괴하는 길”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자유주의 성향의 성공회 인사들에게 “여러분은 신앙 자체의 본질을 바꾸고 있다. 그 길은 가지 말아야 한다”고 수차례 경고했다고 밝혔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아쉔덴 박사는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세인트 메리 대성당에서 동방박사 축일 예배 중 꾸란의 구절이 낭독된 사건에 공개적으로 항의했다가 채플린직에서 사임했다. 당시 그는 “예수의 신성을 부정하는 구절을 낭독하는 것은 기독교에 대한 모독”이라며 “기독교를 변호할 책임감 때문에 목소리를 냈다”고 밝혔다.
그는 이후 자신이 교회에 대한 비판을 공개적으로 제기하자, 영국 왕실 가정의 최고위 인사인 로드 체임벌린(Lord Chamberlain)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고 전했다. 체임벌린은 “대중은 당신이 여왕의 입장을 대변한다고 믿고 있으며, 실제로 그럴 수도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말하며 사실상 사직을 종용했다는 것이다.
가톨릭 헤럴드(Catholic Herald)의 부편집인이기도 한 아쉔덴 박사는 자신의 개종 여정이 고통과 신비로 가득 찬 길이었다고도 고백했다. 그는 1990년대 수도원에서 자정 기도 중 “예수의 십자가 고통을 잠시나마 체험하는 신비한 환상”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그는 “십자가의 고통을 단 몇 초간 체험한 후 하나님께 그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달라고 간절히 요청했고, 그 사건은 내 인생과 고통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고 말했다.
그는 “하나님이 진정으로 나를 사랑하신다는 것을 깨닫고 나면, 그 사랑은 절대 잊히지 않는다”며 “그는 나에게 삶의 목적과 소망, 그리고 고통 속에 있는 이들과 함께할 용기를 주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