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한국 제조업, 노화 진행 중… AI 없인 경쟁 탈락 불가피”

제조업 전반에 위기감 표출… AI 도입과 일본 협력 통한 산업 경쟁력 회복 필요 강조
최태원 SK그룹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뉴시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한국 제조업이 이미 노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하며,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근본적인 체질 개선 없이는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겪고 있는 제조업 위기를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에 비유하며 현 상황에 대한 경고음을 울렸다.

최 회장은 17일 경북 경주 힐튼호텔에서 열린 '제48회 대한상공회의소 하계포럼' 기자간담회에서 "201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 제조업은 중국에 제품과 중간재를 수출하며 활황을 누렸지만, 이제는 중국과 제3국 시장에서 정면으로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우리 제조업은 정체를 넘어 노화 단계에 진입했다"며 "특히 석유화학과 반도체 산업은 구조적인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러시아산 값싼 원유가 인도와 중국으로 유입되며 국내 석유화학 업체 대부분이 적자를 기록하고 있고,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제한은 오히려 중국의 기술 자립 속도를 앞당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해법으로 그는 인공지능 기술을 제시했다. 최 회장은 "AI를 제조업에 접목하지 않으면 10년 내 상당수 기업이 시장에서 사라질 수 있다"며 "제조업의 유일한 생존 가능성은 AI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이 이미 AI 적용에서 앞서고 있지만,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우리도 지금부터 따라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경쟁력 확보를 위한 실질적 방안으로 일본과의 협력을 제안했다. 최 회장은 "우리 산업의 규모만으로는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하기 어렵다"며 "일본과 데이터 교류를 통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을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오는 10월 미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그는 "우리나라가 직면한 관세 문제를 이 자리에서 해결할 수 있다면 의미 있는 성과가 될 것"이라며 "AI, 반도체, 조선, 철강, 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에서 협력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앞서 3월 최 회장 명의로 엔비디아를 비롯한 전 세계 1000여 개 기업에 초청장을 보낸 바 있으며,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등의 참석도 기대되고 있다.

최 회장은 글로벌 재계 인사들이 참석하는 '구글캠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가능하다면 참석하고 싶다. 참가하면 구글 측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행사는 매년 7월 말에서 8월 초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열리며, 비공식 교류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개인적인 이슈에 대한 입장도 나왔다. 장남 최인근 씨가 최근 SK E&S를 떠나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로 이직한 데 대해 그는 "나는 자녀들을 방목형으로 키웠다. 본인이 원해서 선택한 길"이라며 "후계 수업이라는 말도 있지만 사실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최 회장은 전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대법원 무죄 확정 판결에 대해 "늦었지만 다행스럽다"는 짧은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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