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목회자·선교사 70~80%, 은퇴 후 삶 위태”

교회일반
인터뷰
노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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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목회자은퇴준비연구소 김남순 소장
김남순 소장. ©노형구 기자

목회자와 선교사 은퇴 준비가 최근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목회자은퇴준비연구소 김남순 소장은 “한국교회 목회자와 선교사들의 70~80% 정도가 은퇴 이후의 삶이 위태롭다”며 “수백여 개의 한국 교단 가운데 총회 차원에서 연금이 준비된 교단은 6개에 불과하고, 그나마 은퇴 이후 월 70만 원 수령에 불과하다. 이는 은퇴 이후 기본적인 삶을 영위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것”이라고 했다. 목회자은퇴준비연구소가 설립된 18일 김남순 소장과의 인터뷰가 있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목회자은퇴준비연구소를 설립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한 선교사 대회에서 목회자와 선교사들의 은퇴 준비를 도우라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잘나가던 금융회사를 그만두고 목회자와 선교사들의 은퇴 이후 재정 관리를 도운 지 11년째다. 현재 목회자와 선교사들의 70~80% 정도는 은퇴 이후 삶이 위태롭다. 애석하게도 총회도 이에 대해 관심이 없다. 제 전문성을 살려 돕기로 결심했다.”

-현재 한국교회 목회자들의 은퇴 현실에 대해 어떻게 진단하고 있는가?

“목회데이터연구소 조사 결과에 따르면, 목회자 3명 중 2명이 은퇴 준비가 안 돼 있다고 한다. 그나마 은퇴 준비가 잘돼 있다는 목회자의 응답률도 5%에 불과하다. 일각에선 이에 대한 준비로 국민연금과 총회연금 가입을 얘기하는데, 잘해 봤자 월 수령액 70만 원에 불과하다. 은퇴 이후 살 집에 대한 준비가 안 돼 있는 목회자들도 부지기수다.”

-현재 목회자들의 은퇴 준비 실상은 어떠한가?

“원로 목사로 추대받고 퇴직금, 생활비 등을 지원받는 목사들의 비중은 전체의 1~2%에 불과하다. 대부분 목사들은 이런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교단 차원의 연금 제도를 만들 것을 제안하지만, 현재는 늦었다. 연금 재단은 10~20년 동안 재원이 쌓여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예장 통합은 연금재단을 처음 만들었던 30여 년 전, 당시 금리는 두 자릿수였다. 그러나 지금은 시중 금리가 2~3%에 불과해 수익을 창출하기가 쉽지 않다.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제게 자문해 주시면 교단 특성에 맞는 맞춤형 총회 연금 제도를 제안하겠다.”

-현재 목회자들에게 은퇴 이후의 재정 관리에 대해 조언할 게 있다면?

“전도사, 강도사 등 부교역자 시절부터 연금을 가입해야 한다. 왜냐하면 복리의 법칙 때문이다. 연금은 10년이 지나야 효과가 있다. 연금은 10년짜리와 20년짜리 간 수익 차이가 비교가 안 될 만큼 크다. 농어촌·미자립교회 등 수많은 목사와 선교사들은 연금 미가입뿐만 아니라 은퇴 이후 주거 문제에도 봉착한 상황이다. 주택청약, 실손보험 등 월 20만 원이면 은퇴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컨설팅해 드리겠다.”

-목회자 은퇴 문제에 대해 교계 내에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보는가?

“현재 총회 차원에서 연금이 있는 교단은 6개에 불과하다. 예장 통합을 제외한 나머지 교단의 은퇴 이후 연금 수령액 실태는 월 100만 원 미만이다. 이는 기초생활도 안 되는 액수다. 나머지 대다수 교단들은 연금 제도가 없다. 연구소를 통해 교단 연금 제도에 대한 정책적 대안을 제안하려고 한다.”

-목회자 개인이 은퇴를 준비할 수 있도록 어떤 교육이나 상담 프로그램을 제공할 계획인가?

“강의를 원하면 제공할 수 있고, 원하는 목회자에 대해 1:1 상담도 가능하다. 일례로 저의 제안으로 감리교에서 모든 목회자를 상대로 국민연금 의무 가입 제도를 이끌어냈다. 저는 교단들이 목회자들을 상대로 주택청약과 실비 보험 가입 등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기적으로 한국교회 안에서 목회자 은퇴 문화가 어떻게 바뀌기를 기대하는가?

“성도들 개개인의 은퇴 준비뿐만 아니라 담임 목회자의 은퇴 준비에도 관심 가지길 바란다. 현재 관심이 부족하다. 당회 장로 등 리더나 운영위원들이 이 문제에 대해 심각성을 갖길 바란다. 저에겐 임상 자료가 수천 건이 있다. 어떤 상황에도 대안책을 마련해 드릴 수 있다.”

-가장 강조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목회자의 은퇴가 존엄해져야 한다. 사역 동안 너무 수고하고 헌신한 목회자들의 은퇴 이후가 너무 비참하다. 인간다운 존엄한 은퇴를 보내도록 성도와 교계가 관심 가져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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