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 인권 침해 비판 교회 폐쇄… “종교 자유 위협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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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경 기자
mklee@cdaily.co.kr
영광의 그리스도 탄자니아 교회 신도들이 '부활과 생명의 집'에 모여 예배를 드리고 있다. ©Josephat Gwajima RudishaTv/YouTube

탄자니아 여당 소속 국회의원이자 목회자가 설교 중 정부의 인권 침해를 비판한 후, 당국이 교회를 폐쇄해 논란이 되고 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탄자니아 정부는 지난 6월 2일(이하 현지시간) 조세파트 그와지마(Bishop Josephat Gwajima) 주교가 설립한 ‘그리스도의 영광 탄자니아 교회’(Glory of Christ Tanzania Church)의 등록을 취소했다고 영국 소재 기독교 박해감시단체 세계기독연대(CSW)가 전했다.

그와지마 주교가 주일예배 설교에서 정부 비판과 함께 ‘정의와 평화를 위한 7일 기도운동’을 선포한 지 하루 만에 이같은 조치가 실시됐다.

정부는 그와지마 주교가 ‘사회단체법 제337조’(Chapter 337 of the Societies Act)를 위반해 정치적으로 선동적인 설교를 했고, 이는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시켰다고 주장했다.

스와힐리어로 ‘부활과 생명의 집’(Nyumba ya Ufufuo na Uzima)으로도 알려진 이 교회는 전국적으로 2천개 이상의 지부와 7만 명 이상의 신자를 보유한 대표적인 오순절 교단 중 하나다.

탄자니아 고등법원에 임시 가처분을 신청했으나, 절차적 오류로 인해 첫 번째 시도는 실패했다. 7월 중순 현재까지 본 교회 건물은 폐쇄된 상태로, 경찰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으며 폭동 진압 차량까지 배치된 상황이다.

그와지마 주교는 탄자니아 여당인 차마 차 마핀두지(Chama Cha Mapinduzi, CCM) 소속으로 카웨(Kawe) 지역구를 대표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사미아 술루후 하산(Samia Suluhu Hassan) 대통령에 대한 공개 비판으로 당내에서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문제가 된 설교는 탄자니아에서 체포된 케냐 활동가 보니페이스 므왕기(Boniface Mwangi)와 우간다 활동가 아가더 아투하이레(Agather Atuhaire)가 고문과 학대를 당한 뒤 추방된 사건 직후 나왔다. 이들은 현재 반정부 인사인 툰두 리수(Tundu Lissu)의 내란 혐의 재판과 관련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앞서 하산 대통령은 그와지마 주교의 영향력 확대를 경계하며, 이를 ‘CCM의 그와지마화’(Gwajimanisation)라고 지칭한 바 있다.

현재 그리스도의 영광 교회는 두 번째 법적 대응에 돌입했으며, 신자들은 개인 가정에서 모임을 갖다가 최근에는 키마라코로그웨(Kimara Korogwe)의 탄자나이트 소셜홀로 장소를 옮겨 예배를 드리고 있다.

이와 동시에 루터교회가 주최한 연합 기도모임에도 경찰이 배치됐으며, 이 자리에는 폐쇄된 교회의 신자들도 참석했다.

탄자니아는 모든 종교 단체가 5년마다 등록을 갱신해야 하며, 등록 조건을 위반할 경우 폐쇄 또는 처벌을 받을 수 있다. 2024년 7월에는 또 다른 교회인 ‘기독생명교회’(Christian Life Church)가 신자들에게 영적 예배 명목으로 금전을 요구하고 탄자니아 가치에 어긋나는 설교를 했다는 이유로 폐쇄된 바 있다.

이에 대해 CSW의 스콧 바우어(Scot Bower) 대표는 “정부가 등록법을 악용해 비판적 목소리를 억누르고 있다”며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 표현의 자유, 결사의 자유를 위반한 명백히 부당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이번 교회 폐쇄 조치는 오는 10월로 예정된 탄자니아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반대 세력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우려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