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필라델피아에 절친인 목사가 한 명 있다. 운동을 무지 잘하는 친구여서 부러워할 때가 많은데, 정작 본인은 운동보다는 나처럼 글을 잘 쓰면 좋겠다고 한 적이 있다. 세상에 글 잘 쓰길 원하지 않는 이가 있을까? 사실은 내게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는지 문의하는 이들이 꽤 있다. 약 1년 전, 기독교 베스트셀러 저자이신 한 선배 목사님께서 ‘글 잘 쓰는 비결’에 관한 책을 좀 써달라고 제의하신 적이 있다.
같이 공저하면 써보겠다고 답했는데, 계속 부담으로 남아서 조금씩 조금씩 집필하고 있는 중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다른 모든 일과 마찬가지로 일단 타고난 은사가 없는 이들에겐 쉽지 않은 작업이다. 나는 글 쓰는 일에 선천적으로 타고난 재능이 있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아버지께서 국문학을 전공하신 수필가이시기도 했고, 나 스스로 글을 읽고 쓰는 것이 좋아서 영문학을 전공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런 말이 있다.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 누가 한 말일까? 발명왕 에디슨이 한 유명한 문장이다. 그의 말은, 천재가 아닌 대다수에게 99%의 노력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도전과 희망을 선물했다. 하지만 에디슨이 강조한 바는 99%의 노력이 아니라 ‘1%의 영감’이다. 자신의 말이 기자들에 의해 오도되고 있는 걸 지켜본 에디슨이 기자들을 모아놓고 화를 냈다고 한다.
그렇다. 에디슨의 말대로 아무리 노력해도 선천적으로 타고난 재능이 가장 큰 몫을 담당하는 게 맞다. 그런데 사람마다 타고난 재능이 각기 다르다. 모든 사람에겐 자신만의 남다른 주특기가 있다. 그러기에 글재주를 타고난 소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글 쓰는 일에 은사가 없는 사람이라 보면 된다. 신학생과 목회자들의 설교문을 분석 비평하면서 ‘띄어쓰기’와 ‘오타’까지 교정해 주는 나로선 그게 사실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글쓰기는 힘든 노동과도 같다. 그들에게 글쓰기가 어려운 이유가 무엇일까? 우선 그들은 글쓰기를 해본 경험이나 글쓰기에 대해서 배워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타고나지 않았으면 글을 많이 써보든지 아니면 글 쓰는 법을 배우기라도 해야 할 터인데, 그럴 기회가 거의 없었다. 우리나라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학교에서 일기 쓰기를 강조해 왔다. 하지만 일기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가르친 적이 없다.
그저 “아침에 일어나서 몇 시에 뭘 하고, 몇 시엔 또 뭘하고” 이런 내용이 일기의 전부였다. “오늘은 절친 아무개와 어떤 일로 심하게 다퉜는데, 집에 돌아오니 마음에 좋지 않았다. 그래서 친구한테 전화해서 먼저 미안하다고 사과했는데, 그 친구도 자기가 미안하다고 해서 너무 기분이 좋았다. 다시는 친구와 싸우지 말아야겠다”라는 식으로 일기를 쓸 줄은 몰랐었다. 학교 교사들이 그런 것 하나 제대로 가르쳐 주질 않고 뭘했는지 모르겠다.
사람은 짐승과는 달라서 똑똑한 존재들이다. 배우면 달라진다. 교육과 학습을 통해 많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음을 선생인 나는 잘 알고 있다.
미국에서 유학할 당시, 박사 과정 진학을 위해 토플 시험을 준비할 때였다. 무엇보다 에세이 성적이 중요해서 신경을 많이 썼다. 대부분이 다른 성적은 좋은데, 에세이에서 좋은 점수 맞기가 무지 힘들었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지 연구를 많이 했다.
1999년 10월 정도로 생각한다. 에세이를 어떻게 작성해야 고득점을 받을지 여러모로 분석하고 정리한 후 시험을 쳤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6.0 만점이 나왔다. 그때가 내 글쓰기에 있어서 확실한 변곡점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후로 글쓰기에 자신감이 붙었다. 그 덕에 박사 논문도 13개월 만에 완성했다. 한국에 들어와서는 3주 만에 두 권의 책(『목사님, 설교 최고예요』 & 『설교의 삼중주』)을 썼다.
곧 출간될 450페이지 분량의 신간 『원포인트의 드라마틱한 강해설교』는 2년 전, 5일 만에 완성한 작품이다. 자랑하려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잘 분석하고, 좋은 선생이나 책을 통해서 잘 배우고 정리하면 그렇게 빠른 속도로는 아니더라도 글쓰기가 그리 힘들거나 버거운 작업은 아니란 점을 말하고 싶어서이다.
무엇보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다독’(多讀)이다. ‘In & Out’의 원칙을 잊어선 안 된다. 머릿속에 든 게 많아야 나올 게 있지 않겠는가! ‘김병완’이라는 저자는 잘 나가던 삼성 사원의 직업을 내팽개친 채 자청해서 백수가 된 사람이다. 남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월급 많이 받는 꿈의 직장이었지만, 마음에 행복이 없었다. 할 일이 없어진 그는 도서관에 갔다가 거기서 자신이 갈구하던 행복을 찾게 된다. 그로부터 그는 3년 동안 ‘만 권의 책’을 독파한다.
만 권을 읽고 나니 속에 쌓인 내공이 자신을 주체할 수 없게 만들어 책을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책 쓰기가 ‘일주일에 베스트셀러 한 권씩을 써내는 다작가’로 자리매김하게 만들었다. 글쓰기에 은사를 타고 난 이가 아니었던 김병완을 베스트셀러 저자로 우뚝 서게 한 비결은 ‘다독’에 있다. 누구든 양서를 많이 읽으면 사고가 달라지고 글 잘 쓰는 능력의 소유자가 된다. 그렇다. 이 글이 자극이 되어 ‘다독가 & 다작가’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신성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