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군과 경찰 동행한 극단주의자들, 오순절 교회 파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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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아프리카
이미경 기자
mklee@cdaily.co.kr
수단 기독교인(본 사진은 기사와 무관) ©오픈도어

수단 하르툼에서 극단주의자들이 수단군(SAF)과 경찰의 동행 하에 오순절 교회(Pentecostal Church) 단지를 파괴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영국에 본부를 둔 국제 기독교 인권단체 세계기독연대(CSW)는 최근 해당 교회가 1990년대 초 처음 세워졌으며, 지난 8일(이하 현지시간) 파괴됐다고 전했다.

파괴된 교회는 하르툼의 엘하지 유시프(El Haj Yousif) 지역에 위치하고 있었으며, 해당 지역은 현재 수단군 통제 하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단군은 경쟁 세력인 신속지원군(RSF)과의 내전을 벌이고 있으며, 지난 5월 하르툼을 “완전히 해방했다”고 선언한 바 있다.

2023년 4월 수단 내전 발발 이후 교회에 대한 공격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 다르푸르와 옴두르만 등에서는 SAF와 RSF 간 전투가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종교 시설에 대한 표적 공격도 계속되고 있다. 양측 모두 군사 작전 중 종교 공간을 훼손한 혐의로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해 12월, 수단군이 하르툼의 한 교회를 공습해 어린이 8명을 포함한 11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으며, 올해 6월에는 RSF 병력이 북다르푸르의 주도 엘파셰르에서 이틀간 수단 성공회, 아프리카 인랜드 교회, 로마 가톨릭 교회 등 3개 교회를 폭격한 바 있다.

CSW의 스콧 바우어(Scot Bower) 대표는 이번 엘하지 유시프 교회 철거에 대해 “지역 당국의 묵인 또는 지원 아래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종교 시설을 의도적으로 공격하는 행위는 로마 규정(Rome Statute)상 중대한 범죄”라고 지적했다.

엘하지 유시프 지역에서는 과거에도 유사한 일이 발생했다. 2018년 2월, 같은 지역에 위치한 수단 장로교 복음주의 교회(Sudan Presbyterian Evangelical Church) 단지가 당국에 의해 강제 철거됐다.

당시 담임인 압둘 하림(Abdul Harim) 목사는 국제기독연대(ICC)에 “예배가 끝난 후 정부 불도저와 경찰이 들이닥쳐 교회 가재도구와 성경을 강제로 치운 뒤 건물을 철거했다”고 밝혔다.

이 철거는 교회 부지의 소유권을 두고 소송이 진행 중이던 상황에서 강행된 것으로, 정부는 해당 부지를 무슬림 개발업자에게 이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회 비품도 압수됐다.

내전으로 인해 교회를 떠나 피난 생활을 하는 기독교인들도 신앙의 자유를 제약받고 있다. 북부 와디 할파(Wadi Halfa)에서는 피난민 기독교인들이 성탄 예배를 드리기 위해 머물던 공원에서의 예배가 금지됐다.

스미르나 연합교회(United Church of Smyrna)의 무가담 샤라프 알딘 하산(Mugadam Shraf Aldin Hassan) 목사는 당시 “보안 당국으로부터 구두 허가를 받았음에도, 해당 지역이 무슬림 지역이기 때문에 기독교 활동을 하려면 서면 허가가 필요하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국제 기독교 박해 감시단체 오픈도어(Open Doors)가 발표한 2025년 세계 기독교 박해 순위(World Watch List)에서 수단은 전체 5위를 기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내전 기간 중 100개 이상의 교회, 기독교 관련 건물, 가정이 강제 점거되거나 파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