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론적 관점에서 보는 천년왕국론과 기존 4학설에 대한 검토(4)

오피니언·칼럼
기고
김진영 기자
jykim@cdaily.co.kr
허정윤 박사(알파와오메가창조론연구소 대표, 창조론오픈포럼 공동대표)

Ⅲ. 기존 천년왕국론 4학설에 대한 검토

허정윤 박사

기독교에는 그리스도의 재림 시기와 관련해서 몇 가지 견해가 갈려 있듯이 천년왕국의 시작과 끝에 관련한 시기를 두고도 몇 가지 견해가 갈려 있다. 이는 천년왕국의 시작과 끝이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오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한계시록은 천년왕국이 시작되는 시기가 사탄을 무저갱에 감금하는 시기와 직결되어 있다고 알려준다. 사실이 그러함에도 교리사에 등장하는 천년왕국설은 그리스도의 재림을 천년왕국 이전으로 이해하느냐 또는 이후로 이해하느냐를 두고 크게 두 가지로 갈라져 논쟁을 이어오고 있다. 그리스도의 재림이 지연되면서 이 두 가지에서 작은 가지들이 계속 자라나서 얽히게 되었고, 교파가 분열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기독교에서 천년왕국은 가장 논쟁적인 주제이지만, 시대 상황의 변화에 따라 주류적 견해가 바뀌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현대는 그동안 발생했던 천년왕국론 4학설에 곁가지까지 뻗어나면서 얽히고설킨 상태이다. 이러한 난맥상을 합리적으로 검토하고 정리해야 할 시대가 도래했다고 본다. 이에 따라 각 천년왕국론에 대해 역사적으로 발생한 순서에 따라 살펴보고자 한다.

1. 역사적 전천년설 천년왕국론(Historic Premillennialism)

1) 역사적 전천년설 개요

초기 교회 시대에는 성경에 대한 이해가 비교적 단순하고 직관적이었다. 역사적 전천년설은 로마제국의 혹독한 박해 가운데 형성된 가장 오래된 형태의 천년왕국론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승천 이전 약속을 토대로 그리스도가 곧 지상에 재림하시어 천년왕국을 세우고 통치하실 것이라는 ‘임박한 재림론’(imminent second coming)을 기초로 한다. 초기에는 이를 단순히 전천년설로 불렀는데 종교개혁 후에 세대주의 전천년설이 등장하면서 이 둘을 구분하기 위하여 “역사적”이라는 수식어를 덧붙이게 되었다. ‘역사적’이라는 수식어가 붙지 않은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전천년설 전체 또는 역사적 전천년설을 의미한다.

(1) 초기 교회의 재림 신앙: 예수 그리스도의 임박한 재림을 믿었으며, 사도들도 그것을 기독교의 믿음과 사랑과 소망의 토대로 가르쳤다.

① 초기 교회 신자들은 두 개의 성경 구절: 계 1:7절 그리스도를 “찌른 자도 볼 것”이라는 서술과 행 1:11절에서 “너희 가운데서 하늘로 올려지신 이 예수는 하늘로 가심을 본 그대로 오시리라”는 서술을 전해 듣는 것만으로도 전천년설을 믿기에 부족함을 느끼지 않았다. 그들은 죽기 전에 예수 그리스도가 지상에 재림하셔서 자신들을 박해하는 로마제국을 멸망시키고, 천년왕국을 세우실 것이라는 소망과 믿음을 가지고 살았다.

② 전천년설의 해석 방법은 요한계시록에 쓰인 종말적 사건들이 쓰인 문자의 의미와 쓰인 순서대로 실제로 발생한다고 보는 문자주의 해석 원칙에 따른다.

③ 초기 교회 전천년설은 이방인으로 구성된 신약 교회와 혈통적(또는 육적) 이스라엘을 구분하지 않고,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임을 강조했다.

④ 초기 교회는 구약의 예언들이 그리스도의 초림과 재림을 통해 성취되었거나 또는 성취될 것으로 믿었으며, 교회가 그 연속선상에 있다고 이해했다.

(2) 문자주의 해석에 의한 믿음 생활: 초기 교회는 요한계시록을 문자주의 해석으로 믿었기에 로마제국의 박해, 지진, 전쟁, 적그리스도의 등장과 배교 등 당시 이미 겪고 있던 환난이 곧 재림하실 그리스도에 의해 종식될 것이라 믿었다. 그들은 그 믿음을 죽을 때까지 지켜내면서 “모든 민족에게 복음을 전하라 볼찌어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마28:19-20)라는 대위임령을 따랐다.

① 그들은 자신이 환난을 “이긴 자”라고 믿었기에 곧 재림하실 그리스도와 함께 하나님의 공의와 평화가 실현되는 천년왕국에 들어갈 것이라는 소망은 생명과도 바꿀 수 있는 믿음의 바탕이었다.

② 그들이 남긴 믿음의 증거는 탄압을 피해 지하 교회로 사용되었던 로마의 카타콤(Catacombs) 유적들과 믿음을 지키기 위해 평생을 지하에서 은둔 생활을 감내했던 갑바도키아의 동굴 교회 유적들이 있다. 이것들은 초기 교회 신자들의 믿음 생활이 어떠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3) 그리스도의 재림과 종말적 사건들의 전개: 전천년설은 대환난의 마지막 때에 그리스도가 재림하시면서 첫째 부활과 신자들의 휴거가 있고, 이들이 아마겟돈 전쟁을 이기고 천년왕국을 시작한다고 본다.

① 천년왕국의 마지막 때에 사탄이 풀려나면서 둘째 부활이 일어난다. 사탄에게 미혹된 자들의 대배교가 있고, 그리스도와 사탄 사이에 최후의 전쟁이 있다. 그리스도가 승리하시고 최후의 심판에 들어간다.

② 사탄의 무리와 그들이 저지른 모든 악과 최후의 심판을 통과하지 못한 자들은 유황불 못에 던져 넣어져 소멸된다.

③ 천년왕국 백성들이 최후의 심판을 통과한 자들과 함께 하나님 나라로 들어가서 영원한 복락을 누린다.

(4) 초기 교회의 전천년설 지지자들의 신앙과 유산 : 초기 교회에서 전천년설은 요한의 직계 제자인 폴리캅(Polycarp, 69-155)과 그에게서 배웠던 이레니우스(Irenaeus, c.130-202)을 비롯한 터틀리아누스(Tertullianus, 160-220), 파피아스(Papias, c. 60-130), 순교자 저스틴(Justin Martyr, c.100-165) 등 주요 교부들에 의해 지지되었다.

① 전천년설 지지자들은 자신의 구원에 대한 확신과 자신의 생애 동안에 재림하실 그리스도를 영접하리라는 기대를 강하게 드러내는 성향을 보인다.

② 그런 기대와 확신이 강하면 강할수록 종말론적 사고가 비합리적인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커지며, 과도해질 경우 이단적 종말론에 빠질 위험이 있음도 역사적 사례를 통해 확인된다.

(5) 전천년설의 이단적 종말론 출현: 역사적 전천년설 지지자들의 진심어린 기대를 왜곡한 이단적 종말론이 때 이르게도 2세기에 몬타누스주의(Montanism)라는 이름으로 등장했었다.

① 창시자 몬타누스(Montanus)는 자신을 하나님의 선지자로 소개하면서, 천년왕국의 도래를 앞당기기 위해 신자들에게 금욕생활, 자선, 순교를 권하였다. 몬타누스의 주장은 전천년설에 시한부 종말론 사상을 가미한 형태였다.

② 이때는 교회가 로마제국의 극심한 박해를 받고 있던 시기였으며, 전천년설 천년왕국론은 교회의 버팀목이었다.

③ 몬타누스는 그리스도의 재림과 천년왕국이 프리기아 지방의 페푸자(Pepuza)라는 마을에 실현될 것이라고 선포하였으나, 예언이 실현되지 않고 이단으로 정죄받음으로써 점차 소멸되었다.

④ 몬타누스주의 시한부 전천년설은 당시 박해받던 교회가 강력한 선교 도구로 사용했던 맥락 안에서 과도했던 종말론적 기대가 변형된 사례로 볼 수 있다.

(6) 기독교의 황금시대 도래와 전천년설의 쇠퇴: 4세기에는 로마제국의 황제가 된 콘스탄틴(Constantinus)이 밀라노 칙령을 통해 기독교를 공인함으로써 그동안의 기독교에 대한 박해가 끝났고(313), 데오도시우스(Theodosius) 황제에 의하여 기독교가 국교로 선포됨으로써(380) 자발적 신자들이 늘어나고, 물자가 풍족해지면서 이른바 기독교의 황금시대가 열렸다.

① 그러나 기독교가 황금시대를 누리고, 그리스도의 재림이 지연되면서 나타난 문제는 재림에 대한 기대가 점차 약화하거나 잊혀지는 것이었다.

② 이때부터 천년왕국에 대해서는 전천년설이 아닌 다른 견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4세기 중반 이후에 활동(360-390년경)한 것으로 알려진 북아프리카 신학자 티코니우스(Tyconius)는 요한계시록을 상징적으로 해석하면서 천년왕국을 문자적 기간이 아닌 교회의 영적 승리와 하나님 나라의 점진적 확장으로 보았다.

③ 티코니우스의 해석법은 어거스틴 (Aulelius Augustinus, 354-430)이 집필한 『하나님의 도성』에 영향을 주었고, 이를 근거로 로마가톨릭교회가 무천년설(amillennialism)을 교리로 채택함으로써 전천년설은 국교의 제도적 가르침에서 배제되었다.

(7) 현대에 재해석된 전천년설: 현대 전천년설 지지자들은 초기 전천년설의 문자주의적 해석의 왜곡성을 반면교사 삼아 보다 균형 잡힌 전천년설을 재구성하는 연구를 하게 되었다.

① 현대에서 역사적 전천년설 연구를 대표하는 신학자는 조지 엘던 라드(George E. Ladd, 1911-1982)가 꼽히고 있다. 그의 전천년설은 초기 교회의 모호한 것들을 정리하고 보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② 라드는 재림하시는 그리스도가 지상에서 “천 년 동안” 통치하는 천년왕국이 역사적으로 실현될 것이라고 본다.

③ 그리스도의 재림에 앞서 현대의 신자들 역시 대환란을 겪을 것이며, 천년왕국은 그 뒤에 있다고 본다.

④ 라드는 세대주의 전천년설을 특히 강력하게 비판하고 역사적 전천년설을 옹호하면서 환난 후에 그리스도의 재림을 맞이하는 신자들의 휴거(rapture) 곧 공중 들림이 있다고 해석한다.

⑤ 구약성경에 대해서는 신약에 의해 재해석되어야 함을 강조하면서 문자적 해석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추구한다.

⑥ 라드의 관점은 R. G. Clouse가 편집한 『밀레니엄의 의미: 네 가지 관점』(The Meaning of the Millennium: Four Views, 1977)에 실린 “하나님 나라의 복음” (Gospel of the Kingdom, 1959)에 잘 요약되어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역사적 전천년설은 초기 교회 신자들이 고난 속에서 믿었던 그리스도의 재림 신앙이며, 여러 시대를 거치면서 이단적 왜곡과 재조정을 경험해왔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보다 균형 잡힌 종말론으로 재해석되어야 할 부분이 없지 않다고 본다. (계속)

#허정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