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수사, 위장수사 도입 시급… 조직 침투 위한 법제화 목소리 커져

비대면 유통과 수사 한계 반복 속 위장수사 필요성 부각… 국회서 법안 심사 진행 중
관세청이 지난 3월 18일 오전 인천시 중구 인천공항세관 특송물류센터에서 적발된 마약류 성분이 함유된 불법 의약품을 공개하고 있다. ©뉴시스

고물가와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서민들의 삶은 날로 팍팍해지고 있다. 이와 맞물려 불법 사금융, 전세 사기, 보이스피싱 등 민생범죄가 증가하는 가운데, 마약류 범죄도 빠르게 확산되며 사회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특히 마약 유통 방식은 비대면화되고 더욱 지능화돼 수사기관의 대응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현재 마약 수사는 대부분 실제 유통이 일어난 뒤에야 단속이 시작되는 구조다. 투약자부터 시작해 드로퍼(던지기책), 수거책, 중간관리책, 총책으로 이어지는 단계적 유통망 속에서, 수사기관은 드로퍼나 수거책 검거 후 진술이나 디지털 증거를 기반으로 윗선을 추적한다. 그러나 피의자의 진술 거부나 증거 부족으로 인해 수사가 중단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김종찬 서울 서초경찰서 마약수사팀 팀장은 "CCTV는 보통 30일 이내 삭제되기 때문에 그 기한 안에 단서를 확보하지 못하면 수사는 무력화된다"며 "설령 단서가 확보되더라도 현행 제도 안에서는 조직 내부로 들어가 추가 증거를 확보하거나 중간책을 차단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최근 마약 조직들은 텔레그램 등 보안 메신저를 통해 고액 아르바이트로 위장해 조직원을 모집하고, 이 과정에서 신분증과 주민등록 등·초본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수사관이 이 과정에 침투하려면 허위 신분을 사용해야 하지만, 현행법상 이는 문서위조나 신분 위조에 해당해 형사 책임을 질 수 있다.

이러한 한계로 인해 경찰은 위장수사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비대면과 익명성이 보장된 디지털 환경에서 이뤄지는 마약 거래는 하선 피의자만 검거되고 상선 추적은 번번이 실패하는 구조적 한계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위장수사 없이는 중간 유통 단계에 접근할 수 없고, 결국 해외 밀수 조직과 국내 유통망 전체를 해체하는 데에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경찰청은 마약 수사에 특화된 위장수사 제도를 올해 안에 도입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6월 26일 국회에서 열린 '마약류 범죄 위장수사 도입' 세미나에서 경찰청 관계자는 "마약 범죄는 피해 신고가 적은 암수 범죄로, 위장수사가 도입되면 예방과 검거에 모두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위장수사는 성범죄 분야에서 선제적으로 도입돼 성과를 내고 있다. 경찰은 2021년부터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에 위장수사를 활용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성착취물 유통 조직 내부로 침투해 범죄자를 직접 검거해왔다. 경찰청에 따르면 약 3년 동안 500건 이상의 위장수사가 이뤄졌고, 1400명 이상의 피의자가 입건됐다.

현재 국회에는 마약 수사에 위장수사 기법을 도입하는 내용의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 3건이 발의돼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심사 중이다. 이들 법안은 수사 목적의 위장 구매 및 판매, 조직 침투 등을 일정 조건 아래 허용하고 있으며, 허위 신분 사용 등 위법 소지가 큰 행위는 법원 허가를 거쳐 통제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또한 수사 종료 후에는 국회나 경찰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하는 사후 통제 장치도 포함돼 있다.

경찰은 위장수사를 단순한 단속 수단이 아닌, 마약 유통 구조 자체를 끊는 전략적 수사 방식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위장수사가 허용되면 중간 유통망에 직접 침투해 상선과 하선을 동시에 검거할 수 있고, 마약류 압수로 인해 범죄를 사전에 예방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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