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학회(회장 황덕형 박사)가 14일 신길교회에서 ‘인공지능과 신학적 인간학’을 주제로 ‘2025년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전철 한신대 교수는 ‘신, 인간, 그리고 인공지능-AI시대의 신학적 인간학’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전 교수는 “AI는 인간과 기계, 주체와 객체, 창조주와 피조물 사이의 전통적 경계를 희미하게 만든다”며 “이는 단지 기술 혁명이나 산업과 경제의 격변을 넘어 인간 존재 자체의 의미와 위상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고 했다.
이어 “AI에 관한 담론은 곧 신학적 인간론과 직결되는 문제로, 이러한 상황을 두고 인간이 새로운 신이 되려는 ‘호모 데우스 시대’의 도래라고 표현한 바 있다”며 “이러한 인공지능의 근본적 도전은 전통적 신학적 인간학의 범주 특히 하나님의 형상(imago Dei)에 대한 새로운 성찰을 촉구한다”고 했다.
그는 “인간이 자기 자신과 유사하거나 심지어 초월하는 존재를 만들어 내면서 하나님의 형상이 인간만의 고유한 정체성으로 여전히 유효한지를 심각하게 재점검해야 한다”며 “이제는 신과 인간이라는 양자 관계를 넘어 신-인간-인공지능의 삼자 관계 안에서 신학적 패러다임을 재구성할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했다.
특히 “인공지능이 제시하는 자율성, 계산 능력, 목적성 등은 인간의 도덕적 주체성과 자유의지에 관한 근본적 물음을 촉진한다”며 “이는 인간 존재의 고유성을 기능주의적 인간관으로 환원시키는 대신 신과의 관계 안에서 응답하고 책임지는 존재라는 관계적이고 윤리적인 인간론의 중요성을 오히려 더욱 부각시킨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 인간 존재는 정보와 연산 능력의 총합이 아니라 신과 타자에게 윤리적으로 응답하고 책임을 지는 존재로서 새롭게 자리매김 된다”며 “또한 AI는 이와 함께 지능과 지성에 대한 신학적 질문을 심화시킨다. 우리는 점점 더 많은 정보와 지식을 축적하고 있지만 우리의 지혜와 영적 감수성이 이에 비례하여 진화하고 있는지 비판적으로 성찰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인공지능 시대의 신학은 인간의 지성적·영적 능력을 단순히 인공적 확장과 효율성으로 측정하는 것을 넘어서, 현실의 고통에 민감히 공감하고, 삶의 의미를 창조적으로 재구성하는 더 깊은 지혜를 추구할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왜냐면 “AI는 언어적이고 계산적이며 예측가능한 능력들을 탁월하게 수행하지만 인간이 지닌 몸의 경험 곧 시간성과 감각성 유한성과 연약성이라는 실존적 조건을 온전히 구현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몸은 단지 지능의 전달 수단이 아니라 인간의 고통과 환희 취약성과 연대를 실질적으로 경험하며 하나님과의 존재론적 만남이 이루어지는 장소이기도 하다”고 했다.
전 교수는 “ AI 시대의 신학적 인간론은 인간을 정보나 기능의 복합체로 축소하지 않고 존재의 깊이와 책임성 윤리적 응답성을 핵심으로 삼아야 한다”며 “인간은 정보의 집합이나 연산의 기능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 앞에 서서 책임을 지는 존재이며 몸의 유한성 속에서 영원의 신비와 접촉하는 존재”라고 했다.
그는 “따라서 신학적 인간론은 기술적 진보의 파도 속에서도 하나님의 말씀에 응답하며 인간의 유일무이한 영적이고 실존적인 차원을 선언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김재인 경희대 교수가 ‘AI에 대한 무지와 공포 극복하기’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이날 한국기독교학회 학회장 황덕형 교수(서울신대 총장)은 인사말에서 “시대의 흐름을 선도하고 시대의 정신을 비판적으로 검토하여 하나님의 나라와 미래를 준비하기에 부르심을 받은 우리 모든 기독학자들은 항상 성경에 대한 깊은 확신과 혁신의 열린 심정으로 이 세대에서 책임을 다해야 할 줄로 믿는다”며 “국내 정치적 변화와 국제 정세의 변화는 우리로 하여금 더욱 하나님의 말씀에 예민해야 한다는 것을 알리고 있다. 하늘로부터 임하는 새 예루살렘을 기대하면서 하나님께서 새 힘을 주시리라고 확신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