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자당 일자리 0.37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악’ 고용 지표

27개월째 감소세 이어진 구인배수… 청년·40대 내국인 고용 줄고 노년층만 증가세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 강남구 행복 일자리 박람회에서 구직자가 채용 게시판에서 채용 공고를 보고 있다. ©뉴시스

올해 5월 기준 구직자 한 명당 평균 일자리 수가 0.37개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8년 5월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특히 구직자 1인당 일자리를 나타내는 ‘구인배수’는 27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며, 고용 시장 전반에 드리운 그림자가 점점 짙어지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9일 ‘2025년 5월 고용행정 통계로 본 노동시장 동향’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고용보험 상시 가입자는 1558만 명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8만7000명(1.2%) 증가했다. 가입자 수 자체는 지난해 11월부터 완만하게 증가세로 전환해 4개월 연속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구직자 대비 일자리 수를 보여주는 지표인 구인배수는 0.37로 떨어졌다. 이는 지난해 5월의 0.51보다 크게 낮아진 수치다. IMF 사태 직후인 1998년 5월의 0.32 이후로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구인배수는 기업의 인력 수요인 ‘구인 인원’을 구직 인원으로 나눈 값으로, 이 수치가 낮다는 것은 구직자는 많지만 일자리는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올해 5월 구인 인원은 14만1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만6000명(24.8%) 줄어들었다. 반면 구직 인원은 37만6000명으로 1만 명(2.6%) 증가했다. 두 수치의 격차는 고용 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맞물리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천경기 고용노동부 미래고용분석과장은 “이번 수치는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인 ‘고용24’ 데이터를 기준으로 한 것”이라며 “전체 노동력 수급을 대변하진 않지만, 2023년 3월 이후로 27개월간 계속 하락세를 보이는 구인배수의 흐름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의 구인 인원이 2만3000명 감소하며 전체 구인 인원 감소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보건복지, 도소매업 등 주요 서비스 업종에서도 일자리 수요가 줄어들었다. 이는 산업 전반에 걸쳐 구조적인 고용 한파가 이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와 함께 실업급여 수급자 수도 늘어났다. 5월 기준 실업급여 지급자는 67만 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만4000명(3.7%) 증가했고, 지급 총액은 1조1108억 원으로 322억 원(3.0%) 늘었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누적 실업급여 지급액은 5조3663억 원에 달한다.

다만 신규 실업급여 신청 인원은 8만5000명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3000명(3.1%) 줄었다. 공공행정, 보건복지, 숙박음식업 등에서는 감소한 반면, 제조업과 건설업, 운수창고업 등은 오히려 증가세를 보였다.

고용보험 가입자 수 변화도 눈여겨볼 만하다. 건설업에서는 지난달에도 1만9000명 감소해 22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다만 감소폭은 서서히 줄어들고 있다. 제조업의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4000명 늘었지만, 외국인 근로자 중심의 증가였다. 오히려 내국인 가입자는 1만6000명 줄어들어, 2023년 10월 이후 20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연령별 통계를 보면, 청년층의 고용 위기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29세 이하 고용보험 가입자는 전년 동월보다 9만3000명 감소했으며, 2022년 9월 이후 33개월 연속 줄고 있다. 사회의 중추인 40대 가입자도 3만7000명 줄어 19개월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60세 이상 고령층의 가입자는 19만 명 증가했다. 이는 정년 이후에도 일을 계속 이어가려는 고령 인구가 늘고 있음을 반영한다. 50대는 5만4000명, 30대는 7만3000명이 각각 늘어났다. 고령층과 중장년층의 고용은 일부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청년층과 40대의 일자리 감소는 노동 시장의 불균형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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