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한 판 가격이 7천 원을 넘어서며 약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는 '에그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한 계란 가격 급등세를 포함해 돼지고기, 소고기 등 축산물 전반의 물가 상승에 대해 다각도의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최소한 8월까지는 이 같은 물가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6월 8일 기준 특란 30구 가격은 7,034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날보다 7.8% 상승한 수치이며, 계란 한 판 가격이 7,0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21년 7월 이후 약 4년 만에 처음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산란계의 생산성 저하를 원인으로 꼽았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3월 하순부터 산란계에서 소모성 질병이 발생하면서 생산성이 일시적으로 하락했고, 이로 인해 가격이 올랐다”며 “6월에는 산란계 생산성이 회복돼 일평균 생산량이 전년 동기 대비 2%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당분간 고공행진을 이어갈 전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이 발표한 ‘6월 축산 관측’ 자료에 따르면, 계란 가격 상승의 배경에는 산란계 고령화와 더불어 조류인플루엔자(AI), 전염성 기관지염(IB), 가금티푸스 등 질병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농경연은 6월 계란 산지가격을 특란 10개 기준 1,850원으로 8.5% 상승한 수치다. 평년 가격과 비교해도 9.9~15.8% 높은 수준이다.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것은 계란뿐만이 아니다. 돼지고기와 소고기 역시 공급 부족으로 인해 가격이 오르고 있다. 농경연은 6월 돼지고기 도매가격을 1㎏당 5,900~6,100원으로 예상했다. 이는 전년 대비 1.2%, 평년 대비 8.9% 높은 수준이다.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는 도축 마릿수 감소와 가공용 원료육 수급난이 지목됐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돼지 도축 마릿수는 전년보다 2.7% 줄었다.
소고기의 경우 한우 공급량 감소가 가격 상승을 이끌고 있다. 2분기 한우 도매가격은 1㎏당 1만8,000원이며 8.6% 오른 수준이다. 농경연은 3분기에도 도축 마릿수가 줄어들어 가격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는 "전반적인 수급 상황은 양호하지만, 지난해 공급 과잉 및 할인 정책의 기저효과로 인해 올해 가격이 더 높게 체감되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돼지고기는 환율 상승 등의 영향으로 1분기 수입이 감소하면서 가격이 다소 높아졌지만, 하반기에는 국내 공급이 늘면서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축산물 수급 안정을 위해 다양한 조치를 시행 중이다. 가공식품 원료육과 제과·제빵용 계란 가공품에 대해 할당관세를 적용하고 있으며, 브라질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미발생 지역산 닭고기 수입을 허용하기 위한 절차도 신속히 진행하고 있다. 또, 병아리 입식 확대, 종계 생산주령 연장 등 국내 생산 기반 강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와 함께 추경으로 확보한 정부 할인 지원 예산 2,280억 원을 여름휴가철과 추석 성수기에 집중 투입할 예정이다. 특히 전통시장과 슈퍼마켓을 이용하는 소비자도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농식품부는 “6월까지는 공급 안정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이지만, 여름철 기상 재해 등 돌발 변수에 대비해 리스크 요인별 관리를 강화할 것”이라며 “가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안정적인 공급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채소류는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농식품부는 “배추와 무는 봄작형 생산량 증가, 양파·마늘은 내년산 공급 증가가 예상돼 6월에도 가격 안정세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여름배추는 폭염 등 기상 여건에 따라 작황 변동이 크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올해 여름배추 재배면적은 지난해보다 9% 줄어들 것으로 보이며, 8~9월 공급량 부족이 우려되고 있다.
정부는 이를 대비해 4,000톤 규모의 추가 수매계약과 예비묘 250만 주를 확보했으며, 수급 불안 시 신속히 투입할 수 있도록 대비하고 있다. 아울러 봄배추와 무 등을 활용해 사상 최대 물량의 비축도 추진 중이다.
과일류는 대체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저장 물량 분산 출하 등으로 공급이 원활하며, 산불·저온·우박 등 기상 피해는 평년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일부 우박 피해로 상품 비율이 줄어들 가능성은 제기되고 있다.
농식품부는 “생육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품질 관리를 위한 현장 기술지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