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직접 회담 제안에 대해 조건부로 수용 의사를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현지시간 11일, 오는 15일 튀르키예에서 푸틴 대통령과 만날 준비가 되어 있다며, 단 러시아가 먼저 휴전에 동의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살상을 연장할 이유는 없다”며 “나는 이번 주 목요일(15일), 튀르키예에서 푸틴 대통령을 직접 기다릴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는 이어 “우크라이나는 어떤 형식의 협상도 기꺼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으며, 협상 자체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회담 성사에는 분명한 전제가 달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협상은 오직 적대 행위의 전면 중단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우리는 12일부터 휴전이 시작되기를 기대한다. 이 제안은 이미 논의 중이며, 무조건적이고 장기적인 완전 휴전은 평화를 훨씬 더 가까이 가져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에는 러시아가 협상하지 못할 이유를 찾지 않기를 바란다”고도 언급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같은 날 오전, 우크라이나 측에 오는 15일 이스탄불에서의 직접 회담을 재개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2022년 전쟁 초기 이스탄불에서 진행된 평화 협상이 결렬된 이후 약 3년 만에 제기된 양국 정상 간 대면 협상 가능성이며, 젤렌스키 대통령의 수락 의사는 사태의 중대한 분수령이 될 수 있다.
이번 회담 제안은 유럽 주요국 정상들이 키이우에 모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5월 12일부터 30일간 무조건적인 휴전’을 제안한 직후 나온 것이다. 해당 제안은 우크라이나가 수용했으나, 러시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대신 러시아는 ‘부활절 휴전’과 ‘전승절 휴전’ 등 짧은 기간의 일시적 휴전을 별도로 제시해왔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양측의 협상 진전에 강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양국을 향해 “즉각 직접 회담을 갖고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했으며, 특히 러시아의 휴전 거부에 대해 추가 제재 가능성도 언급했다.
푸틴 대통령이 회담 제안을 발표한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즉시 이에 응하라”며 협상에 나설 것을 거듭 요구했다. 그는 “푸틴은 장기 휴전엔 관심이 없지만, 튀르키예 회담을 통해 유혈 사태를 끝내려는 의지는 보이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이에 즉각 동의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어 “최소한 협상이 가능한지 여부를 명확히 할 수 있을 것이며, 그것이 불가능할 경우 미국과 유럽은 상황 파악을 바탕으로 다음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가 2차 세계대전 승리를 기념하느라 바쁜 푸틴과 협상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당장 회담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만약 푸틴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실제로 튀르키예에서 마주하게 된다면, 이는 2019년 이후 두 정상의 첫 대면이자, 2022년 전쟁 발발 이후 처음 이뤄지는 공식적인 정상 간 직접 협상이 된다. 국제사회는 이번 회담이 향후 전쟁 종식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