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으로 읽는 구약 선지서(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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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덕준 교수(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구약신학)

"의지하는 앗수르를 통해 계획하신 심판"(이사야 7:18-25)

박덕준 교수(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구약신학)

이사야 7:18-25는 여호와께서 언약 백성에게 계획하시는 철저한 심판을 다루고 있는 구절 중 하나이다. 특히 본문은 앗수르의 유다 침략과 이를 통한 처참한 결과를 묘사함으로써, 여호와께서 언약 백성에 대해 계획하신 이중 심판(6:9-13) 중 일차 심판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드러내고 있다.

먼저 본문은 앗수르를 움직이시는 주체가 여호와임을 명시하고 있다. 아람과 북이스라엘 연합군이 유다를 침략했을 때(주전 734-732년), 유다 왕 아하스는 앗수르 왕에게 조공을 바치며 도움을 요청했다(왕하 16:7-9 참조). 겉보기에 앗수르는 유다를 침략한 적군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도록 아하스가 "돈 주고 사 온 면도칼"처럼 보였다(20). 그러나 실상은 여호와의 계획을 성취하기 위하여 그가 친히 휘파람을 불어 불러오신 "벌"이었다(18; 사 7:7-9, 16; 8:1-4 참조).

놀라운 사실은 유다의 구원을 위해 아하스가 불러온 앗수르가 도리어 패역한 언약 백성을 심판하시기 위한 여호와의 도구였다는 점이다(사 10:5, 15 참조). 언약 백성에 대한 철저한 심판은 세 가지 이미지를 통해 전달된다. 첫째로, 여호와께서 불러오신 벌이 유다 온 땅 구석구석에 앉아 백성들을 괴롭힐 것이다(19). 둘째로, 능력의 주님("아도나이")이신 여호와께서 면도칼을 손에 들고 친히 자기 백성의 머리털, 발털, 수염을 송두리째 밀어버리실 것이다(20). 즉 여호와께서 자기 백성을 전쟁 포로의 처지로 전락되게 하시고 수치에 처하도록 하실 것이다. 셋째로, 여호와께서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을 황폐하게 하시겠다는 것이다(21-25; 사 6:11-12 참조). 풍요하던 포도원과 농토는 버려져 "찔레와 가시"가 자란 땅이 될 것이고(사 5:6; 창 3:18 참조), 들짐승의 위협으로 무기를 지참해야 통과할 수 있게 될 것이며,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어 목초지로 바뀔 것이다. 그뿐 아니다. 많은 가축들이 사라지고 한 어린 암소와 두 양만이 남게 될 것인데, 그 땅에 살아남은 자들이 그것들이 내는 젖과 땅에서 채취한 꿀로 연명하게 될 것이다. 특히 몇 마리의 가축이 내는 젖이 많아 그것으로 엉긴 젖을 만들어 저장할 정도로 살아남은 사람의 수가 적을 것이다.

그런데 이토록 철저한 심판에도 불구하고 언약 백성을 향한 여호와의 사랑은 그칠 줄 모른다. 자기 백성에 대한 철저한 심판을 선고하시면서도, 여호와께서는 여전히 남은 자를 두실 것이고 그들을 풍족하게 먹이실 것이다(21-22; 사 1:9; 16:6; 30:17 참조).

앗수르를 사용한 유다의 심판과 남은 자에 대한 약속은 일차적으로 주전 701년 산헤립의 침략을 통해 성취되었다(사 36-37장; 왕하 18:13-19:37). 그러나 이 말씀의 궁극적인 성취는 하나님 나라의 주권자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이루어졌다. 먼저는 예수께서 그의 공생애 사역을 통하여 죄악을 회개치 않는 자들을 정죄하심으로, 죄인들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 계획을 확증하셨다(마 7:15-23; 11:20-24; 12:38-45). 또한 그가 재림하실 때 악한 자들에게 최종 심판을 내리심으로써 죄인들을 영원히 정죄하리라고 약속하셨다(마 13:30; 24:48-51; 25:41-46). 그러나 동시에 영원히 존귀하신 예수께서 친히 인간으로 이 땅에 오셔서 십자가에서 죄인들을 위해 대속의 희생제물로 자신을 드리심으로써, 죄인들이 받아야 할 하나님의 진노를 대신 받으시고 죄인들을 하나님과 화목하게 하셨다(롬 3:23-26; 고후 5:18-19). 또한 하나님께서는 예수를 믿고 그와 연합한 자들에게 영원한 생명을 약속하심을 통하여, 남은 자를 두시겠다는 약속을 성취하셨다(롬 9:22-29; 10:9-13).

그렇다면 하나님의 은혜로 구원받은 남은 자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먼저 우리의 구원이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임을 기억하고,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마땅하겠다(롬 12:1-2). 더 나아가 현재의 삶에 고난이 가득할지라도, 예수께서 재림하실 때에 있을 영원한 구원을 소망하면서 믿음의 경주를 신실히 달려가야 하겠다(벧후 3:8-18).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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