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약 백성에게 계획하신 철저한 심판"(이사야 6:9-13)
이사야 6:9-13은 죄악으로 더럽혀진 언약 백성에 대한 여호와의 심판의 계획을 다루고 있는 대표적인 구절이다. 특히 선지자 이사야의 소명 기사 중 일부로 소개되고 있는 본 단락은 자기 백성에 대한 여호와의 심판이 얼마나 철저할 것인지를 선명하게 제시한다.
지금 이사야는 성전에 임재하신 거룩한 하나님을 만나 죄악을 사함 받고 선지자로 부르심을 받은 상황이다(1-8절 참조). 그런데 여호와께서 언약 백성에게 선포하라고 그에게 주시는 메시지는 매우 놀랍고 충격적이다. "너희는 계속 들으라, 그러나 깨닫지 말지어다. 너희는 계속 보아라, 그러나 알지 말지어다."(9) 이사야가 선포해야 할 메시지는 믿음의 결단을 내리라는 명령도(왕상 18:21 참조), 순종을 요구하는 외침도(렘 17:24-27 참조), 회개를 촉구하는 요청도(호 14:1-3 참조) 아니다. 여호와께서는 이사야의 사역을 통하여 언약 백성의 지적 능력과 관련된 모든 기관들(눈, 귀, 마음)을 철저히 닫으셔서, 그들로 회개하지 못하게 하시려는 것이다(10). 여호와께서 언약 백성을 대하시기를 마치 모세를 통해 여호와의 말씀을 듣고 놀라운 이적들을 경험하고도 마음이 강퍅해져 결국 심판에 처한 애굽의 바로처럼 하시겠다는 것이다(출 5-14장 참조).
이사야가 드린 질문 "주여 어느 때까지니이까?"(11)는 여호와께서 품으신 심판의 계획이 얼마나 충격적인지를 드러낸다. 그런데 여호와의 응답은 더욱 그러하다. 여호와께서 언약 백성에게 계획하신 심판은 철저한 이중 심판이다(사 5:25; 10:4 참조). 먼저, 일차 심판 계획은 언약 백성의 십분의 일만을 남기시려는 무서운 것이다(11-12). 이미 모세를 통해 경고하셨던 것처럼(레 26:31-33; 신 28:62-64 참조), 많은 주민들로 북적이던 이스라엘 온 땅의 성읍들은 주민을 잃어 황폐해지고, 젖과 꿀이 흐르던 비옥한 땅은 황무지로 변하게 될 것이다. 그의 진노가 얼마나 큰지, 여호와께서 마치 창조를 번복하실 것처럼 두 번이나 "사람(들)"(아담)을 제거하시겠다고 선언하신다. 그런데 그것이 끝이 아니다. 여호와의 혹독한 심판 중에 가까스로 살아남았음에도 여전히 회개치 않을 언약 백성(사 1:2-8 참조)에게 두 번째 심판을 계획하신다(13). 아직도 잎이 무성한 나무("밤나무, 상수리나무")인양 착각하며 교만을 떨 자들에게 진노의 도끼질을 계획하시는 것이다.
놀라운 사실은 철저한 심판으로 멸망당해 사라져 마땅할 자들이지만, 여호와께서는 여전히 그들의 회복을 계획하신다는 것이다(13후). 마치 그루터기만 남겨져도 그곳에서 다시 새 생명이 움돋는 것처럼(욥 14:7-9 참조), "거룩하신 하나님"(6:3 참조)의 기대를 성취할 "거룩한 씨"를 두셔서 언약 백성을 회복하실 것을 말씀하신다.
언약 백성에 대한 철저한 심판과 거룩한 씨에 대한 약속은 일차적으로 예루살렘의 멸망과 바벨론 유수, 그리고 경건한 자들을 남기심을 통해 성취되었지만, 그것의 궁극적인 성취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온전히 이루어졌다. 그는 약속하신 "거룩한 씨"로 이 땅에 오셔서, 성부께 온전한 순종을 이루심을 통해 회복과 구원의 새언약의 주인이 되셨다. 우리는 보아도 알지 못하고 들어도 깨닫지 못하여 영원한 심판에 처할 죄인들이었다(마 13:11-15; 막 4:11-12; 눅 8:10). 그러나 예수께서 십자가에서 친히 심판을 감당하심으로 우리의 죄를 담당하시고 우리를 하나님과 화목하게 하셨고(롬 5:8-10), 하나님께서는 예수 안에서 은혜로 우리를 택하셔서 우리로 복음의 진리를 듣고 깨달아 구원에 이르게 하셨다(마 13:16-17; 롬 10:13-18; 엡 1:8-9).
이토록 놀라운 은혜를 입은 성도들은 어떻게 살아야할까? 먼저 우리를 불러 자기 자녀로 삼으신 거룩하신 하나님 앞에서 거룩하게 살아가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겠다(벧전 1:14-16). 또한 아직도 복음을 듣지 못하고 영원한 심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인내하며 복음을 전해야겠다(딤전 4:1-2).
#박덕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