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문재인 정부 안보·외교라인 인사들이 연루된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 피고인들에게 각각 실형을 구형했다. 이에 대해 피고인들은 최후변론에서 "정권이 바뀌자 검찰이 입장을 바꿔 기소했다"며 정치적 기소임을 주장했다.
14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허경무)는 지난 13일 국가정보원법상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에 대한 결심공판을 열었다.
검찰은 정의용 전 실장과 서훈 전 원장에게 각각 징역 5년을 구형하며, 서 전 원장에게 자격정지 5년도 함께 요청했다. 노영민 전 비서실장에게는 징역 4년, 김연철 전 장관에게는 징역 3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탈북민의 귀순 의사를 무시하고 강제 송환을 결정해, 생사가 불투명한 상황을 초래했다"고 주장하며 "이는 대북 관계 개선을 위해 탈북민 보호 의무를 저버린 행위"라고 밝혔다.
정의용 전 실장은 최후변론에서 "이번 사건은 단순히 귀순 의사를 밝힌 탈북민들을 강제 송환한 사건이 아니다"라며 "이들은 16명을 살해한 흉악범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우리 사회로의 무단 진입을 불허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2021년 검찰이 이미 불기소 처분을 내렸으나, 정권교체 후 대통령의 재수사 지시와 국가정보원의 고발로 검찰이 입장을 바꿔 기소한 것"이라며 이번 사건이 정치적 배경을 가진 것임을 주장했다.
서훈 전 원장 역시 "대한민국의 안보와 국민의 안전을 고려했던 판단이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되는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며 "비판과 비난을 겸허히 수용하겠지만,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은 2019년 11월 발생했다. 한국으로 넘어온 북한 어민 2명이 귀순 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북측으로 강제 송환된 이 사건은, 한국 정부 수립 후 북한 주민이 북한으로 강제 송환된 첫 사례로 기록됐다.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송환 결정이 탈북민의 의사에 반해 이뤄졌으며, 법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피고인들은 흉악범의 무단 진입을 막기 위한 적법한 조치였다고 반박하며 위법성을 부정했다.
재판부는 1심 선고 기일을 오는 2월 19일 오후 2시로 지정했다. 사건의 민감성과 국가 안보와 관련된 증인신문 등으로 재판 과정은 비공개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