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으로 읽는 구약 선지서(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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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덕준 교수(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구약신학)

"들포도를 맺은 여호와의 포도원"(이사야 5:1-7)

박덕준 교수(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구약신학)

이사야 5:1-7은 선지자가 노래하는 한 포도원의 이야기를 통하여 언약 백성의 죄악과 그들에 대한 여호와의 심판 계획을 다루고 있다. 특히 농부의 경작 과정과 그 결과를 상세히 묘사함으로써, 언약 백성에게 베푸신 여호와의 은혜를 강조하는 동시에 그 은혜를 저버린 자들에게 계획된 심판이 마땅한 것임을 드러내고 있다.

먼저 본문은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을 택하시고 지금까지 돌보셨던 역사를 농부가 포도원을 만들고 최선을 다해 경작한 과정으로 묘사한다(시 80:8-11 참조). 이 농부는 기름진 산을 골라, 산비탈에 계단식 농토를 만들어 포도원을 설립한다(1-2, 5). 그는 땅을 파고 땅속에 있는 돌들을 빼내어 밭을 일구고, 그곳에 최상품의 포도나무 종자를 심는다. 그리고 포도원 주변에 돌담을 쌓고 그 위에 가시울타리를 쳐서 들짐승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다. 그 뿐 아니다. 그는 포도주를 짜낼 술 틀을 바위 표면을 긁어내어 만들고, 포도 수확 때 머물면서 포도원을 지킬 견고한 망대도 세운다. 또한 이 농부는 포도나무가 풍성한 수확을 얻도록 가지도 쳐주고 포도나무 주변의 잡초들도 제거하고 때로 물도 주면서(6), 포도를 거둘 날만 손꼽아 기다린다.

그런데 농부가 그의 포도원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포도원은 들포도를 맺는다(4). 다시 말해, 여호와의 크고 세심하신 은혜에도 불구하고 그의 언약 백성은 그의 기대를 배신한 것이다. 7절에서 이러한 상황이 언어유희를 통해 구체적으로 제시된다. 농부 여호와께서 기대하셨던 포도열매는 "정의"(미쉬파트)와 "공의"(체다카)였는데, 언약 백성이 맺은 열매는 "포학"(미쉬파흐)와 "부르짖음"(체아카)였다는 것이다. 그들이 하나님 앞에서 최선을 다하는 척하며 위선을 떨고 있었지만, 실상 하나님께서 만드신 언약 공동체를 파괴하고 있었던 것이다(사 1:10-15 참조).

극도로 패역한 언약 백성에 대한 여호와의 조치는 그들에 대한 철저한 심판이다. 5-6절은 포도원의 훼파하겠다는 농부의 결심을 통해 이것을 제시한다(시 80:12-13 참조). 이제 농부는 포도원의 울타리를 걷어내고 담을 헐어버림으로써, 들짐승들이 포도원을 파괴하도록 방치한다. 더 나아가, 다시는 포도원을 위해 가지치기나 잡초 제거를 하지 않음은 물론 포도원에 비가 내리지 않도록 저주를 퍼붓기에 이른다. 언약 백성의 극심한 패역이 그들의 하나님 여호와의 엄청난 진노를 일으켜 그로 하여금 자기 백성을 버리도록 한 것이다.

언약 백성에 대한 여호와의 심판의 계획은 앗수르에 의한 북이스라엘의 멸망(주전 721년)과 바벨론에 의한 남유다의 멸망(주전 586년)으로 성취된다. 그러나 놀랍게도 여호와께서는 언약 백성을 긍휼히 여기시고 그들을 다시 회복하실 계획도 품고 계셨다는 사실이다. 이사야 27:2-6은 또 다른 포도원의 이야기를 통해 농부 여호와께서 훼파하셨던 그의 포도원을 다시 경작하시고 보호하셔서 풍성한 열매를 얻으실 것임을 알린다. 그리고 그가 약속하신 대로, 농부 하나님께서는 그의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이 땅에 보내셔서 그를 참포도나무로, 그와 연합한 성도들을 가지로 삼으셨고, 우리로 예수 안에서 풍성한 열매를 맺게 하셨다(요 15:1-8). 우리 자신의 능력으로는 죄악을 저지르며 하나님의 진노의 심판을 받아 영원히 멸망할 인생들인데, 하나님께서는 예수 안에서 그를 기쁘시게 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은혜 베푸신 것이다(롬 7:14-8:17).

그렇다면 우리는 이 놀라운 은혜 앞에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먼저 그리스도와 연합하여 살아가게 하시는 성령님의 인도하심에 순종하여, 육체의 욕심을 따라 살지 않고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열매를 맺으며 살아야 하겠다(갈 5:16-26). 또한 그리스도의 보혈을 통해 베푸신 하나님의 사랑을 기억하면서, 성도들이 서로 사랑하며 서로의 어려움을 돌아보아 함께 새언약의 복을 풍성히 누리는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야겠다(요일 3:13-18).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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