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윤리학, 기독교인의 행위에 신학적 근거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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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윤리학자 마르틴 호네커의 ‘신학윤리학’ 한국어 번역본 출간

어느 때보다 성경적 가치와 규범의 절대성이 흔들리고, 신앙과 삶의 일치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는 시점에 윤리학 일반의 신학적 근거를 제시하는 신간이 출판됐다. 독일의 저명한 윤리학자 마르틴 호네커의 대표적 저서 중 하나인 ‘신학적 윤리학 입문’(Einführung in die Theologische Ethik)을 오희천 박사(전 서울신학대 교수)가 한국어로 번역한 ‘신학윤리학’(도서출판 종문화사)이다.

마르틴 호네커(Martin Honecker, 1934~2021)는 독일 울름에서 출생해 튀빙겐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1969년부터 1999년까지 본대학교 신학부 조직신학 및 사회윤리학 교수로 활동했다. 대표적 저서는 ‘신학윤리학’을 비롯하여 ‘사회윤리학 개요’(Grundriß der sozialen Ethik), ‘사회윤리학 이론의 구상’(Konzept einer sozialethischen Theorie) 등이 있다.

호네커는 ‘신학윤리학’을 윤리학과 기독교인의 행위에 ‘신학적 근거를 마련해 주는 것’이라 말한다. 특히 윤리학은 단순히 이론을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적 실천을 중시하는 학문으로, 호네커는 신학적 윤리학에 대해서도 “교의학이나 성서의 신학적 진술들을 기독교인의 행위와 삶에 적용해야 한다. 이때 신학적 진술들이 마련해주는 근거는 무엇보다도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다.

또 그는 쇼펜하우어의 ‘도덕적으로 설교하는 것은 쉽지만, 도덕적 근거를 제시해 주는 것은 어렵다’는 말을 들며 “도덕적으로 살도록 촉구할 수 있으나 도덕적으로 요구된 것과 윤리적으로 올바른 것이 무엇이고, 책임질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언제나 확실하게 알긴 어렵다”며 신학윤리학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한다.

호네커는 이와 함께 “윤리적 자기규정 능력은 책임적 삶의 근본적 전제이며, 따라서 근본적인 가치”라며 “자유는 인간이 윤리적 인격체로서 지정될 수 있기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윤리적 성찰의 역사는 바로 자유라는 주제를 실마리로 제시될 수 있다”며 “이런 윤리적 성찰에서 중요한 물음은 ‘무엇이 인간을 윤리적 주체이게 하느냐?’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기독교윤리학을 포함한 윤리학 일반의 근거를 제시하기 위해 윤리학과 관련된 사회학과 철학의 다양한 견해를 균형 있게 소개했다. 호네커는 자신의 주관적 의견을 독단적으로 주장하지 않고 여러 학자의 견해를 객관적으로 제시하여 독자들이 자신의 관점을 형성하는 데 기여하고자 했다. 또한 개신교의 윤리적 견해뿐 아니라 가톨릭의 견해도 폭넓게 제시했다.

출판사는 “신학윤리학은 윤리적으로 유의미한 사태들을 알려주고, 윤리적 논증들을 소개해 준다고 할 수 있다”라며 “윤리학은 서술적이고 분석적이라 할 수 있는데, 윤리적 견해에 핵심적 문제가 되는 것은 사실제시, 즉 일반적인 윤리적 가치평가와 신학적 가치평가를 중재해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별히 기독교적인 것, 즉 윤리학의 기독교적 고유성이 무엇이고, 이것이 어떻게 적절하게 실현될 수 있겠는가”라며 “윤리학에 관한 그런 견해가 필연적으로 신학적 관점들의 포기를 요구하지는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출판사는 “근거물음에서 ‘논증’은 정당화가 아닌, 근거를 제시하고 논점을 신중하게 고려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확산시킨다는 의미에서의 논증은 왜 사람들이 특정한 가치평가와 제안에 도달하게 되는지 그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책의 1장은 연구과제를 서술하며, 2장은 ‘윤리학의 신학적 전제들’, 3장은 ‘윤리적 근거개념들’, 4장은 ‘규범들과 가치들’, 5장은 ‘기독교 윤리의 기원’, 6장은 ‘사회윤리의 근본물음들’, 7장은 ‘윤리학의 한계’를 다뤘다. 특히 5장에서는 기독교 윤리학의 역사를 통해 성서와 현재의 상황 사이에 성서를 수용하고 해석한 역사가 있음을 상기시키고, 이런 연관성에서 개신교 윤리학의 고유한 신앙적 특성이 설 자리를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6장에서 다루는 ‘사회윤리’의 주된 개념은 책임윤리로, 다양한 삶의 영역들의 윤리를 경제윤리의 관점에서 전개한다. 이에 생명과 건강(의료윤리), 결혼생활, 가정과 성생활, 환경세계로서의 자연, 정치와 국가, 산업과 국가 등은 우리가 보존하고 조성하며 더욱 발전시켜야 할 자산임을 알린다. 또 두왕국설이나 그리스도의 통치 같은 ‘신학적 세계관’은 역사를 통해 이어져 온 자산의 의미를 해석하게 한다. 그다음 사회윤리의 결론으로서 사회 속에서 교회의 역할을 고찰한다.

물론 윤리학의 한계도 있다. 7장에서는 윤리학이 인간 삶의 모든 영역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단지 인간 실존의 중요한 측면만을 다룬다는 점을 언급한다.

이 책을 옮긴 오희천 박사는 서울신학대학교를 졸업하고, 독일 쾰른대학교에서 철학, 교육학, 신학을 공부해 석사학위를, 동대학교에서 하이데거 연구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서울신학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로 철학과 논리학을 가르치고 현재 번역작가로 활동 중이다. 책의 감수를 맡은 유석성 박사는 독일 튀빙겐대학교에서 위르겐 몰트만 교수의 지도를 받아 디트리히 본회퍼에 관한 논문으로 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서울신학대학교 총장, 안양대학교 총장, 한국기독교학회 회장, 전국신학대학협의회 회장, 한국신학대학총장협의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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