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잔대회, ‘복음주의’ 이탈해 ‘에큐메니칼’로 흐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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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제4차 한국대회 앞두고 국내 복음주의권 우려

제4차 로잔대회가 올해 9월 한국에서 열리는 가운데, 국내 복음주의권에서 이번 로잔대회가 성경의 절대성과,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성, 그리고 복음전도의 우선성을 강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로잔대회는 1974년 스위스 로잔에서 처음 열린 이후 1989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제2차 대회가,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제3차 대회가 각각 열렸다. 그리고 첫 대회 후 50년이 지나 이번에 한국에서 제4차 대회를 앞두고 있다.

대회 거듭할 수록 약화되는 ‘복음 우선’

1974년 제1차 로잔대회 당시 모습 ©lausannemovement

로잔대회는 에큐메니칼 선교에 대비되는, 복음주의 선교를 대표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김성욱 교수(총신대 선교학)에 따르면 제1차 로잔대회는 세계교회협의회(WCC)의 급진적 에큐메니칼 선교론에 대한 철저한 복음주의적 선교론을 정립하는 대회였다.

즉, 에큐메니칼의 그것이 사회책임과 타종교와의 대화 등으로 경도되면서 복음과 전도의 우선성을 약화시켰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 바로 로잔대회였다. 제1차 대회에서 나온 ‘로잔언약’이 서두에서 성경의 권위와,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성, 그리고 ‘그리스도를 구세주와 주로 선포하는’ 전도의 본질을 강조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한편 로잔언약은 ‘그리스도의 사회적 책임’ 또한 언급하고 있는데, 복음주의권에서는 이것이 ‘로잔’의 독특성으로 종종 회자되곤 한다.

문제는 이 같은 사회적 책임이 대회를 거듭하면서 점점 더 강조돼, 제1차 대회에서 그에 앞서 선언됐던 성경의 권위와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성, 복음전도에 대한 것과 동일하게 다뤄지거나 어떤 면에서는 더 강조되는 듯한 경향도 보인다는 것이다.

성경해석학, ‘정확무오’ → ‘신선한 방식’

1989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렸던 제2차 로잔대회 ©lausannemovement

제4차 로잔대회 한국준비위원회가 최근 소개한 김은수 교수(전주대 선교학)의 논문 ‘케이프타운 서약과 로잔문서의 선교적 성찰’에 따르면, ‘성경해석학’과 관련해 제1차 대회 당시 ‘로잔언약’은 ‘전혀 오류가 없으며’, ‘정확무오’함을 강조하는 성경관이었다.

이후 제2차 대회의 ‘마닐라 선언’에서는 하나님의 ‘구속행위’와 ‘선교’를 강조했고, 제3차 케이프타운 서약은 ‘인간 저자들’이 전제되고 이것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인다고 고백한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특히 케이프타운 서약은 “성령께서 하나님 백성의 마음을 조명하셔서 성경이 모든 문화권의 사람들에게 신선한 방식으로 하나님의 진리를 계속해서 말씀하게 하시는 것을 기뻐한다”고 함으로써 성경을 각 문화권에서 그들에게 ‘신선한 방식’으로 계속 해석해야 함을 말한다고 김 교수는 전했다.

김 교수는 “로잔은 성경의 권위를 계속 인정하되 문화적 컨텍스트에서 읽고 해석하고 전파한다는 선교적이고 진전된 성경해석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림, 제3차 대회서는 거의 부각되지 않아”

또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성’에 대해 케이프타운 서약은 “‘종교다원주의의 압력 아래 그리스도의 유일성에 대한 우리의 믿음을 타협하도록 유혹’받고 있음에도 이 고백을 분명히 한다”고 김 교수는 전했다.

“하지만 서약의 행동요청(제C항)은 ‘타종교인들과의 대화가 의미 있는 활동임을 확언’하며, ‘대화는 기독교 선교의 일부로서 타당한 것’으로 인정함으로써 오늘날 다원주의에 대한 도전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임과 동시에 다원화된 종교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이를 “유연한 대처”로 평가했지만, 자칫 ‘유일성’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 제기도 가능한 부분이다.

아울러 김 교수는 “복음주의 선교신학은 그리스도의 재림을 늘 강조한다. 하지만 그 빈도나 강조는 점차 약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제2차 로잔대회의 주제가 ‘그리스도께서 다시 오실 때까지 그를 선포하라’였던 것에 비해 제3차 로잔대회에서는 그리스도의 재림이 거의 부각되지 않았다”고 했다.

“케이프타운 서약, ‘전도의 우위성’ 표현 배제”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열렸던 제3차 로잔대회 ©lausannemovement

특히 전도와 관련해 케이프타운 서약은 “선교의 모든 차원을 총체적이고 역동적으로 실천”하게 하는 ‘통전적 선교’(integral mission) 개념으로 발전했고, 전도의 우위성(primacy of Evangelism)이라는 표현을 배제했다”고 김 교수는 전했다.

그에 따르면 로잔은 ‘전도의 우위성’을주장함으로써 신학적 오해를 가져올 뿐 아니라 정의와 평화를 위한 하나님 나라의 능력을 드러내는데 장애가 된다고 보았다. 또한 다양한 사회적 변화와 과제를 실천하려는 ‘하나님의 선교’의 통전적 차원을 상실하게 되며, 성경적 윤리의 실천이 없는 ‘하나님 백성의 선교’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안승오 교수(영남신대 선교신학)는 3차 대회가 “정의를 위한 투쟁을 영적 전쟁 즉 선교사역으로 묘사하면서 ‘사회행동이 곧 선교’라는 도식을 가지고 복음전도와 사회행동 사이의 구분을 없애고 둘 사이의 어떤 우선성을 인정하지 않게 된다”고 했다.

안 교수는 “이처럼 총체적 선교를 추구하면서 우선성을 약화시킬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그것은 바로 복음화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동성애자 등 관련 내용도 논란

김은수 교수에 따르면 케이프타운 로잔대회는 사회적 문제와 이슈들을 선교적 과제로 삼았다. “우리는 HIV와 에이즈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모든 정죄와 적대감, 오명, 그리고 차별을 거부하고 고발”하며, 이슈가 되고 있는 동성애에 대해서도 “그들을 올바로 이해하고 다루기 위해 노력”할뿐 아니라 “동성애자에 대한 모든 형태의 증오, 언어적 물리적 학대와 낙인 행위를 거부하고 정죄한다”고 확언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내용은 사실 복음주의 선교의 주된 관심사는 아니라는 게 선교신학자들의 견해다. 동성애자와 관련한 서약의 내용도 최근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결부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로잔대회가 애초의 ‘복음주의’(evangelical)에서 이탈해 점점 ‘에큐메니칼’(ecumenical)로 흐른다는 우려가 제4차 한국 로잔대회를 앞두고 커지고 있다. 안승오 교수는 “로잔이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정체성과 핵심 과제는 바로 세계복음화였다”며 “하지만 45년 정도의 세월이 흐르면서 로잔은 어떻게 바뀌었는가? 로잔은 본래 처음부터 가졌던 복음의 우선성을 포기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국내 많은 복음주의자들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대회에서 다시 성경의 절대성과,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성, 그리고 복음전도의 우선성이 강조돼야 하고 이런 내용이 문서로 도출될 필요가 있다고 복음주의 선교신학자들은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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