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과 팬데믹이 합세한 위험 시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2)

오피니언·칼럼
기고
곽혜원 박사(21세기교회와신학포럼 대표, 경기대학교 초빙교수)
21세기교회와신학포럼 대표 곽혜원 박사 ©기독일보DB

2.3 디지털 초연결 사회 속에서 빈곤해지는 휴먼 커넥션과 정신질환의 확산

COVID-19가 인류 사회에 끼친 영향중에서 가장 큰 변화는, 사람 간의 접촉으로 인한 감염 우려 때문에 사람을 대면하지 않는 ‘언택트 사회’(untact society)가 도래했다는 점이다. 이를 계기로 재택근무의 확산이 시작됨으로써, 원거리 근무(remote work) 또는 홈 오피스(home office)라는 개념도 사용되고 있다. 또한 팬데믹 기간에는 ‘방콕 경제’(shut-in-economy)라는 용어까지 생겨났는데, 이는 곧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다 보니 온라인 쇼핑, 온라인 회의, 온라인 학교, 집 안에서 하는 취미생활 등의 수요가 급증한 현실을 반영한다. 그동안 우리의 일상은 사람을 직접 상대하는 대면적 일상이 주류였는데, 비대면 사회가 도래함으로 완전한 패러다임 시프트(paradigm shift)가 필요하게 된 것이다. 사실 코로나 이전부터 사람과의 대면이 점차 경원시됨으로써, 요즘 추세는 ‘언택트’라고 말할 수 있다. 특히 MZ세대는 심지어 전화 통화 자체도 부담스러워해서, 미리 시간을 예약하지 않으면 불시에 걸려오는 전화를 기피하는 경향이다.

4차 산업혁명과 팬데믹이 합세한 시대에는 엄청난 사회·경제적 변화가 예상되는데, 특히 디지털 역량을 전면적으로 활용해 비대면 산업과 같은 신(新)산업의 창출이 중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예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디지털 기반의 비대면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 등 향후 변화할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팬데믹으로 인해 불가피해진 비대면 사회를 위한 기반으로서 5G 기술이 더욱 유용하게 쓰이게 될 전망이다. 5G 통신의 개발로 사물 인터넷(IoT)이 더욱 활성화됨으로써, 삶의 모든 기기가 서로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데이터를 만들어내고 원거리에서 작동될 것이다. 개인과 기업이 모두 활용할 수 있는 사물 인터넷은 스마트 홈, 스마트 팜, 스마트 공장 등 취합된 각종 데이터를 분석하고 원하는 조건을 최적화함으로써, 시간과 자원의 낭비를 줄일 수 있게 될 것이다. 물리적으로 직접 사람의 손으로 통제하던 것을 이제는 기계로 제어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러나 인간이 기술과 더욱 긴밀한 관계를 맺는 디지털 초연결 사회가 도래하면서, 타인과 공감하는 사회적 능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이것은 더 이상 우려가 아닌 현실이 되었는데, 팬데믹 사태 이전부터 몇 가지 사례가 이를 입증한다. 먼저 2010년 미시간(Michigan) 대학에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대학생들의 공감 능력이 40퍼센트나 떨어졌고(20~30년 전과 비교 시), 이 공감 능력의 저하는 대부분 2000년 이후에 발생한 것으로 보고된다. 또한 MIT 대학의 셰리 터클(S. Turkle) 교수에 의하면, 10대 청소년 중 44퍼센트는 가족 혹은 친구와의 식사 자리에서도 온라인 세상과의 연결을 끊지 않는다. MZ세대의 절반은 중단 없는 온라인 소통으로 인해 휴먼 커넥션에 위중한 문제를 겪는 것이다. 그러면서 터클 교수는 스마트폰이 단지 주변 시야에 있는 것만으로도 인간 사이의 유대감의 정도가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에 대해서도 언급하였다. 이것은 우리가 스마트폰을 아예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좀 더 큰 목적을 가지고 지혜롭게 활용해야 함을 의미한다.

디지털 세상은 쉽게 소통하고 비대면으로도 접촉할 수 있는 편리함을 지니고 있지만 개인의 고립감과 외로움을 더 깊게 할 수 있다는 약점이 있다. 클라우스 슈밥도 지적했듯이 스마트폰을 통한 초연결성이란 피상적인 정보에 의존한 것이어서 공감이나 협력 그리고 연대성 같은 인간의 기본적 능력을 파괴할 가능성이 크다. 비대면 접촉이 늘고, 언택트 상황이 길어지면 친밀감과 유대감 그리고 소속감을 제공하는 공동체에 대한 욕구가 커질 수 있다. 그런데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사람들이 원하는 신앙 공동체는 과거와 같은 위계적인 조직이나 딱딱한 제도로서의 공동체는 아닐 것이다. 오히려 개인의 자유와 개성을 존중하면서도 친밀감과 소속감을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일 것이다.

팬데믹이 장기화하는 디지털 초연결 시대에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사람들이 인간관계를 제대로 못 맺다 보니, 우울증을 위시한 정신건강 문제가 대두되었다. 코로나로 인한 자택 격리로 가정폭력과 이혼율이 높아졌다는 보도도 잇따랐다. 팬데믹 기간 시행된 많은 설문 조사 결과는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일명 ‘코로나 블루’를 앓았다고 응답하였다. 사람들과 소통하지 못하고, 새로운 환경에 대한 부적응, 경제적 손실, 실직 및 실업, 건강 이상 등의 요인으로 말미암아 각종 정신질환에 노출된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국민은 1998년부터 20년 넘게 OECD 자살률 1위(2017년만 예외적으로 2위)의 비상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팬데믹 사태까지 가세하면서 정신 질환자들은 더욱 늘어남으로써, 자살 동향 데이터가 심상찮은 위기 국면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 많은 국민이 깊은 절망의 수렁에 빠져있거나, 생존의 벼랑 끝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리프킨은 이미 30년 전에 극소수가 부를 독점하고 중산층이 무너진 ‘압정형 사회’를 예측하였다. 극소수 엘리트가 세계 재화의 98퍼센트를 생산하고 대다수가 2퍼센트만을 생산하는 구조는 필연적으로 사회분열을 야기한다. 적은 일자리를 둘러싸고 아귀다툼을 벌이지만 일을 찾지 못한 사람들은 자신을 쓸모없는 존재로 자학하며 우울증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일터에 남아있는 노동자도 정신적·육체적 피로에 시달리는데, 빠른 작업과 높은 성과를 요구하는 기업과 회사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무직과 서비스 사원은 컴퓨터로 신속하게 정보를 접하는 것에 익숙해지면서 상대적으로 속도가 느린 인간의 상호작용을 참지 못해 조급함과 스트레스에 휩싸이게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AI를 이용한 심리상담, 24시간 멘탈 케어 챗봇도 성행하고 있다. 마침내 AI와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고 인간을 위로해주는 아이러니한 시대가 온 것이다. 사회부적응자, 낙오자, 사회불만자, 정신질환자들이 급증하는 한편으론 가상현실에서 세상을 도피하는 사람들도 무수히 많아질 것이다.

2.4 악화일로로 치닫는 사회적 불평등과 사회 양극화의 심화

4차 산업혁명은 인류에게 엄청난 혜택을 제공하는 한편, 그에 상응하는 과제, 특히 사회적 불평등은 매우 심각한 사안이다. 4차 산업혁명의 위험성은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는 점이다. 이에 클라우스 슈밥은 「제4차 산업혁명」에서 사회·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해 노동시장의 거대한 변화가 더욱 심각해지고 사회·경제적으로 배제된 사람이 늘어남으로써, 기존의 엘리트 계층 및 구조에 대한 환멸이 극단주의자들의 폭력적 행동을 더욱 자극한다고 우려히였다. 그러므로 불평등의 증가는 단순한 경제현상이 아닌 중요한 사회문제로 이해해야 한다고 경고하였다. 사람들이 번영의 가능성과 삶의 의미를 조금도 찾을 수 없다고 느낀다면 굉장히 심각한 사회적 위험 요인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불평등이 횡행하는 시대는 절대로 안녕(安寧)할 수 없는데, 불평등은 바이러스 못지않게 위험해서 못 가진 자들의 절망은 사회적 폭발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에 막 진입한 와중에 설상가상으로 COVID-19가 우리의 삶을 점령한 지 3년 9개월, 우리 모두가 팬데믹이라는 똑같은 재난 상황을 맞닥뜨렸지만, 그 속에서 만인은 결코 평등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팬데믹은 전 세계를 한꺼번에 급습했지만, 그 충격은 공평하지 않아서 가장 먼저 취약계층을 공격하고 나서 기존의 빈부격차를 극대화시킨 것이다. 유례없는 팬데믹 재난은 취약계층에게 훨씬 더 큰 타격을 입힘으로써, 갈수록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했기 때문이다. 팬데믹이 사회·경제적으로 계층 간 차이를 극명하게 노정함으로써, 소수 부유층과 다수 빈곤층의 계급화를 고착시킨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COVID-19로 인해 사회적 불평등이 극심해진 것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팬데믹 발생 이후 부유한 이들은 승승장구하고, 가난한 이들이 한없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습은 어느 나라에서나 공통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컬럼비아 대학의 존 머터(J. C. Mutter) 교수가 자신의 저서 「재난 불평등」(The Disaster Profiteers, 2015)에서 사회 약자에게 더 혹독한 재난의 속성을 고발한 것은 정당하다: “지배층은 재난의 충격을 완화할 능력이 있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소득의 변화를 겪지 않는다. 반면 가난한 사람은 죽고, 심하게 다치고, 집을 잃는다. 그들은 이전보다 더욱 더 고통을 받는다. 조금이나마 갖고 있던 것을 모두 잃는다. 그들의 죽음은 중요하지 않고, 그들의 고통은 주목받지 못한다. … 부자는 재난으로부터 더 멀리 피할 수 있지만 가난한 사람은 빈곤의 덫에 갇히거나 덫 안쪽으로 더욱 깊숙이 미끄러져 들어간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UN) 사무총장도 COVID-19로 인해 인류 사회가 얼마나 취약한지 드러났다고 말하면서 “누구는 초호화 요트를 타고, 누구는 난파선의 파편을 붙잡고 바다에 떠 있다”라고 일침을 가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팬데믹은 종래 심각했던 사회적 불평등과 사회 양극화 문제를 더욱 위중한 위기 국면으로 몰아가고 있다. 팬데믹이 장기화하면서 한국 사회 안에 부의 편중이 심각한 지경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렇지 않아도 침체 상태에 있던 경제 상황에 팬데믹의 악영향이 겹친 것이다. 거듭된 경기 불황 속에서 팬데믹의 여파로 고용시장이 동결되면서 생업을 잃은 실직자들이 극심한 생활고 속에 생존의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깊은 절망의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금번 팬데믹 사태 속에 골이 깊어진 사회 양극화 현실에서 더욱 두드러진 점은, 소득 양극화에 이어 자산 양극화가 악화일로로 치닫는 현실이다. 또한 소득 및 자산의 계층 양극화 속에 교육 부문에서도 격차와 불균형이 심화함으로써, 온라인 교육의 디지털 양극화가 교육계를 넘어 국가적 난제로 심각하게 대두되는 현실이다.

사실상 한국 사회의 극심한 빈부격차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사회 양극화 문제는 해외 언론도 일찍이 주목했던 사안이었는데, 대표적으로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Newsweek)는 2006년 1월 23일 ‘사회적 시한폭탄’(A Social Time Bomb)이라는 특집기사에서 한국의 사회·경제적 양극화 문제가 사회 전체를 날려버릴 수도 있는 시한폭탄이라고 진단하였다. 한국 사회에서 사회 양극화가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현안으로 급부상한 가장 중대한 분기점은,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이다. 물론 우리나라는 전 국민의 헌신적 노력으로 최단기간에 외환위기를 극복했지만, 문제는 그 여파로 파생된 사회 양극화로 말미암아 빈곤층의 확대, 가정해체의 급증, 실업자의 양산, 중산층의 몰락, 무엇보다도 사회적 스트레스가 극대화된 상황이다. 그동안 사회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한 많은 제도적 장치와 법안이 마련되었지만, 극심한 빈부격차가 완화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4차 산업혁명과 팬데믹 사태 속에서 빈부 격차가 악화일로로 치닫는 상황이므로 사회 양극화는 21세기 한국 사회를 위기로 내모는 최대 현안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계속>

※ 상기 본문은 지난 11월 10일 서울영동교회에서 있었던 한국복음주의협의회 11월 월례회에서 곽혜원 박사(21세기교회와신학포럼 대표)가 전한 강연 전문입니다. 지면 관계상 일부 각주는 생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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