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직(자비량) 목회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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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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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성락성결교회서 제6회 사회적 목회 컨퍼런스 열려
제6회 사회적 목회 컨퍼런스가 ‘목회자의 직업’이라는 주제로 성락성결교회에서 열렸다. ©이상진 기자

제6회 사회적 목회 컨퍼런스는 목회사회학연구소(대표 조성돈 소장), 크로스로드(대표 정성진 목사), 일터개발원(대표 방선기 원장), 굿미션네트워크(대표 한기양 회장 ) 등의 공동주최로 12일 서울 성락성결교회(담임 지형은 목사)에서 열렸다.

‘목회자의 직업’이란 주제로 열린 이번 컨퍼런스는 정성진 목사의 설교와 조성돈 교수, 방선기 목사의 강의를 통해 ‘사회적 목회’의 신학적·목회적 배경을 다뤘다.

이어지는 시간에는 김재완 작가, 이박행 목사 등이 이중직으로 일과 목회 현장 사이에서 생활하는 실제 사례를 나눴다. 또한, ‘이중직 목회 사역에 대한’ 토크콘서트도 참여 강사들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강의가 진행되는 동안 교회 내 다른 장소에서는 관련 종사자들이 직업별 부스를 운영하기도 했다. 각 부스에서는 ‘사회적 경제’, ‘마을목회’, ‘기술/전문직’, ‘운송/판매’, ‘농업/축산업’, ‘사회복지/상담/노무’, ‘출판/서점’, ‘카페/요식업’, ‘연구소/기관’ 등 다채로운 직업군들이 소개됐다.

개회예배에서 ‘일하시는 예수’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전한 정성진 목사는 “예수님도 ‘아버지가 일하시니 나도 일한다’라고 말씀하셨다. 공생에 전까지 집안의 가장으로서 생계를 위해 성실하게 일하셨을 것”이라며 “목사의 노동은 신학적이며 성경적이다. 예수님은 목수로서 가정을 먹여 살렸고, 1호 선교사이며 목사인 바울은 천막을 만드는 ‘텐트메이커’(Tentmaker)”라고 했다.

이어 “은퇴 후 DMZ의 민통선으로 들어가 은퇴 전 시무했던 교회의 지원과 관계를 끊고 살려고 했다. 거기서 3평의 텃밭을 가꿨다. 그런데 고작 이것이 정말 어려웠다. 주위를 둘러보니 근처의 늙은 농부들이 가지런히 그 많은 밭이랑을 가꾸는 것을 보며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며 “‘인생을 헛되이 산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했다. 나는 ‘말로만 많은 것을 떠들고 다닌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목회 가운데 농부의 노동처럼 생명을 살리고 창출하는 일을 하지 못했던 것을 후회한다”고 했다.

그는 “목회자의 이중직은 ‘시대적 요구’이다. 이중직으로 직업을 갖는 것에 대해 예수님과 바울과 같은 사역이라는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라며 “목사는 자신의 구원에 감사하고 1명의 영혼을 위해 살면 된다. 이것이 성경적이다. 1000~2000명을 거느리는 목회만이 위대하고 대단한 목회라는 허황된 꿈을 꾸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목회사회학연구소 소장 조성돈 교수는 “2018년 사회적 목회 컨퍼런스를 처음 시작했다. 거기서 ‘사회적 목회’라는 개념을 처음 발표했다. 기대했던 인원보다 훨씬 많은 인원들이 참석해서 놀랐다. 특별히 청년 목회자들이 많이 모였다. 신학대학원에 재학 중인 전도사들과 청년 단체에서 그룹으로도 참여했다”며 “아마 미래에 대한 고민 때문으로 보인다. 목회자 사명을 받고 헌신해서 현실에 들어오니 기존의 목회 형식으로는 가능성이 없어 보였을 것이다. 그래서 나름 다른 목회의 길을 모색하고, 이왕이면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보고자 온 것 같다”고 했다.

목회사회학연구소 조성돈 교수가 강의하고 있다. ©이상진 기자

이어 “코로나 2년이 지나는 동안 한국교회 미자립 교회의 30%가 무너졌다”며 “교회의 합병과 흡수통합도 많이 일어났다. 작은 교회는 재정적 위기에 몰리고, 이중직으로 가거나 목회를 내려놨다”고 했다.

그는 “이렇게 내몰리는 목회자들의 상황을 외면하는 교단에 분노를 느꼈다. 그들의 교회와 교단에 대한 많은 헌신과 노동은 요구했으면서 이제는 모른척을 한다”며 “마치 성공하지 못한 자식에게 ‘그럴 줄 알았다’며 쏘아붙이고, 집에서 내쫓는 부모같다. 나는 교단들의 행태가 비윤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조 교수는 “3회 컨퍼런스에서는 은퇴를 앞둔 목회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그런데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니 절박했다. 이들에게는 미래가 아니라 현실”이라며 “더 이상 이중직에 대한 교리적·교단법의 심의가 문제가 아니라 현실에 대한 인식의 문제”라고 했다.

그는 “목사가 ‘제사장이 아니라 모범적인 신앙인으로 사는 것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다”며 “자비량 목회를 하는 목회자는 ‘제사장의 가운’을 벗어야 한다. 가운을 두르고 자신의 상황, 생계, 상처를 모두 감추려는 시도를 내려놓아야 한다. 마치 내가 굶고, 내 가족이 곤경에 처해도 엘리야의 까마귀로 살 수 있을 것 같은 거짓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했다. 

조 교수는 “내가 자주 접하는 장면은 목사의 기적은 때로 다른 성도의 수고와 희생이라는 것이다. 목사는 기도만 하는데, 주변에 있는 성도들은 걱정하고, 책임지려 한다. 그것은 기적이 아니라 성도의 희생과 봉사, 그리고 선함이다. 때로 그것은 성도가 아니라 사모와 자녀들의 몫일 때도 많다. 그들의 희생과 상처로 이루어지는 기적이다. 이런 제사장의 거짓은 이제 내려놓을 때가 됐다”고 했다.

이어 “해마다 주요 교단에서 교인수가 약 4% 정도가 줄어든다. 이제 이런 추세라면 10년정도 지나면 현재 교인의 절반가량으로 줄어들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중·소형교회는 생존을 위협받게 될 것”이라며 “생계는 스스로 해결하고 오히려 교회에 투입되는 자본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방선기 목사는 ‘미래를 향한 제언’에서 프랑스 미션디모데 교회의 사례를 제시하며 “신학 훈련 속에 노동, 타인을 향한 봉사, 공동체 생활이 같이 포함된다. 전인격적 신학교육이 필요한 시대”라며 “프랑스 교회는 교회 세력이 작기 때문에 이중직이 보편적이다. 오히려 전임 목회가 일반적이지 않다. 그래서 목회자들이 자신의 직업을 각자 가지며 다른 목회자들과 협력으로 목회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멀티 리더쉽(Multi-Leadership)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이중직에 적합한 업종의 개발이 필요하고 더불어 이중직 목회자들의 연합과 교류, 그리고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컨퍼런스 주최 측은 이들을 중심으로 한 ‘이중직(자비량) 목회 연대’(가칭)의 발족을 준비하며 성명서를 냈고 아래 3가지를 주장했다.

첫째, 교단과 한국교회는 이중직(자비량) 목회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고, 제도적으로 목회의 영역으로 인정하라.

둘째, 국가는 목회자들이 건강한 국민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교육의 기회를 부여하고, 공적인 지원제도를 보장하라.

셋째, 국가는 다양한 취업지원 정책에서 목회자들을 위한 지원체계가 미비한 상황임을 인정하고, ‘목회자 취업 지원 센터’ 설립을 허가하라.

성락성결교회 2층과 3층에 자리잡은 다양한 취업박랍회 부스에는 많은 기관과 사역단체들이 참여했다. 컨퍼런스에 참여한 목회자들과 사역자들은 세미나 진행 중에도 자유롭게 나와 부스의 관계자들과 대화할 수 있었다. 아래는 취업박람회 현장이다.

윤광원 목사가 헬스와 건강 관련 사회적 목회에 대해 문의해온 사역자에게 설명하고 있다. ©이상진 기자

트레이닝 센터를 운영하는 윤광원 목사는 “목회자로 사역하다 폐에 종양으로 인해 폐가 터진 사고로 쓰러진 적이 있었다. 이런 상황을 통해 영만 건강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영·혼·육 전인격적으로 성장해야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이어 “몸을 건강하게 돌보고 회복하는 사역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주님이 주셔서 일을 시작하게 됐는데 시대적으로 하나님이 준비시킨 것 아닌가 생각하게 됐다. 트레이너를 하면서 대회를 나가 입상도 해 봤고, 선교적으로 적용을 시도했다”며 “PT샵을 주중에는 운영하고 주일에는 교회를 하는 형태의 PT샵이자, 선교적 교회를 만들었다”고 했다.

또한, “5월에만 이런 ‘선교적 교회’나 ‘목회자의 직업’에 관한 행사가 3개나 있다. 이런 분위기가 목회 현장에도 필요한 것 같다. 물론 기성교회도 중요하기에 함께 가야 하지만 이런 대안적 목회도 더욱 열려져야 하고 이를 위해 제도적으로 더욱 열리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

성산효대학원대학교 평생교육원 사회복지 지도교수인 라종준 교수가 돌봄 사역부스에서 관련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상진 기자

복지 사역의 일종인 ‘돌봄’ 사역 부스를 운영한 라종준 교수(성산효대학원대학교 평생교육원)는 “목회자들의 이중직의 직업들이 다양해 졌다는 것을 느꼈다. 나도 다른 직업에 대해 많이 배우게 됐다. 이제는 목회자들의 이중직에 대해 교계가 열린 마음을 가지고 바라봐줬으며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어 “많은 분들이 문의를 했는데, 어떻게 이런 쪽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정보가 없고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교회가 정말 우물안 개구리처럼 살았다는 것이 느껴졌다”고 했다.

마을 공동체 사역에 대해 김주선 목사가 관련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상진 기자

마을 공동체 사역 부스를 운영했던 김주선 목사는 “여러 목사님들이 마을 공동체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마을 공동체를 어떻게 운영하는지에 대한 궁금함이 있으신 분들이 많아서 그 분들을 지원해 드리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녀는 마을 공동체에서 운영하는 공유시스템에 대해 “물건을 공유하는 것에 대한 낯선 것이 아직 있으시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초대교회가 이야기했던 것처럼 가난하고 부유하고의 문제가 아닌, 필요한 물건을 나눠쓰는 인식이 확대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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