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의 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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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교회의 영성’
가진수(월드미션대학교 찬양과예배학과 교수)

예수님과 제자들 이후 2세기부터 3세기 속사도 시대를 거치면서 초대교회의 예배는 예식이 갖추어지고 정형화되기 시작했다. 초대교회는 유대교 그리스도인의 회당 예배와 헬라파 그리스도인들의 다락방 예배가 서로 융합하면서 하나의 모습으로 발전되어갔다. 주로 가정에서 만남을 가졌던 초대교회 예배 공동체는 말씀 중심의 회당 예배와 성찬 중심의 다락방 예배의 영향으로 항상 말씀을 읽고 공부했으며, 서로의 필요를 위해 기도했고, 노래를 불렀으며, 성찬을 기념했고, 풍성한 식사를 함께 즐겼다. 이러한 예배는 당시 로마 시대의 압제 속에서 나타난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점점 규모가 커지면서 가정이나 다락방에서 모일 수 없게 되었다. 4세기 콘스탄티누스 황제 시대의 기독교 공인(313년) 이후 교회는 자연스럽게 지상의 큰 건물에서 예배드리게 되었다.

초대교회의 특징은 첫째, 긴 예배 시간이다. 신약의 여러 의미 있는 예배 요소들을 순서에 적용하기 위해 초대교회의 예배는 짧지 않았으며 대체로 단순하지 않았다.

둘째, 다양한 예배 요소가 있었다. 초대교회의 예배는 말씀을 중심으로 한 회당 예배와 성만찬을 중심으로 한 다락방 예전이 연합된 모습으로, 여기에 포함되는 중요한 예배 요소들은 설교를 포함한 성경 봉독과 해석, 그리고 기도(문), 찬양, 성만찬 예식 등이다. 이것들은 초대교회 예배에 있어서 ‘불변하고’ ‘영원하며’ ‘지속적이고 중요한’ 요소들로 불리며, 기독교 예배의 규범이었다.

셋째, 자발적인 형태의 예배다. 이 시기의 예배는 예배자들의 자유로운 참여, 애찬, 그리고 방언과 같은 순서들로 이루어진 자발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초대교회의 예배는 애찬과 주의 만찬이 분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되고 있었고, ‘떡을 뗀다’고 부르는 예배 형태가 그리스도인이 함께 모여 예배드린 유일한 예배 형태였다. 그리고 이때 방언 등을 통한 예배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때로는 지나칠 정도였다. 그러므로 초대교회 예배는 회당 예배와 같이 비교적 안정되고 고정된 모습을 가지고 있었지만, 동시에 모든 교인들이 참여하는 비교적 자유로운 예배 형태였다. 특히 성령의 역사에 강하게 영향을 받고 있었으며, 이를 통한 교인들의 열정은 찬양, 기도, 봉헌, 설교, 그리고 이와 관련된 다른 모든 순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다시 말해서 초대교회에는 ‘자발성(spontaneity)’이 그 특징을 이루고 있는 예배였으며, 자신이 원하는 때와 장소에 자신이 원하시는 방식대로 역사하는 성령님을 온전히 맞이한 영적인 예배였다. 이 부분은 예배 영성에 있어서 중요한 기초가 된다. 예배에서의 영성 추구는 규칙적인 예식으로부터 하나님을 만나기 위한 자유로운 갈급함과 더불어 성령님의 임재를 갈망하는 예배이기 때문이다.

로마의 기독교 교사였던 순교자 저스틴(Justin Martyr)는 2세기 중반 여러 사람과 함께 순교 당했던 사람으로, 그가 쓴‘제1 변증서(First Apology)’를 통해 당시 예배의 모습과 영성을 들여다볼 수 있다. ‘제1 변증서’는 비기독교인이었던 안토니누스 피우스(Antonius Pius) 황제에게 보낸 편지로 2세기 초대교회의 예배 모습을 알 수 있다. 제 61-67장에서 저스틴은 기독교 예배의 특징에 대해 설명했는데, 이는 특별히 비기독교인들에게 기독교 예배가 난잡한 모임도, 야만적인 의식도 아니라는 것을 설명하기 위함이었다. 그가 매주 드렸던 예배는 말씀 낭독과 성찬 기념 두 가지 모두를 포함했는데 이는 초대교회 회당 예배와 다락방 예배의 연합된 모습을 가장 먼저 분명하게 드러내는 것이었다.

최근 주요 교단에서 사용하는 예배서나 주보들은 저스틴이 묘사한 예배의 기본 순서와 비슷하다. 저스틴이 언급한 예배 모습은 초대교회의 모든 예배 중에서 가장 최초로 나온 것이기에 새로운 예배 구조와 순서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사적 자료로 사용되었다. 저스틴의 설명에 의하면 새로운 예배 순서에는 일반적으로 네 단계가 있다. 이 4중 구조의 ‘말씀과 성찬’의 ‘시작’은 저스틴이 “모두 함께 모인다.”라고 말로 언급했다. 그리고 ‘선포’ 또는 ‘말씀’은 저스틴이 언급한 많은 글들(‘사도들의 회고록’이나 ‘선지자들의 글’)에 해당한다. 이 4중 구조 예배의 다음 순서는 ‘기도’ 시간이다. 특히 저스틴이 설교 이후에 나온다고 설명한 ‘중보 기도’와 ‘주의 만찬’에 대한 봉헌이 있다. 성찬식이 끝나면, 이 4중 구조 예배의 마지막인 ‘파송’ 순서가 있다.

우리는 저스틴의 설명에서 고대 예배와 현대 교회에서 진행하고 있는 전통적인 방식의 4중 구조의 말씀과 성찬을 구분하는 세 가지 요소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첫 번째 요소는 ‘시간의 자율성’이다. 저스틴은 구약과 신약 성서에 나오는 글들에 대해 “시간이 허락하는 한”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는 구약 성경의 글을 “선지자들의 글”이라 했고 신약성경은 “사도들의 회고록”이라고 불렀으며, 주일 예배 때 구약과 신약을 다 넘나들며 봉독했다. 하지만 여기서 조금 더 미묘한 점을 찾아볼 수 있다. 바로 “시간이 허락하는 한” 계속해서 읽었다는 것이다. 이 구절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주일마다 성경 봉독의 시작과 끝을 정해 놓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규칙적인 예식보다는 성령의 흐름에 예배가 인도되기를 바라는 의지가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두 번째 요소는 기도하는데 필요한 ‘즉흥성’이다. 저스틴은 주의 만찬에서 사회자가 기도를 할 때 미리 쓰인 성찬식 기도문을 사용하지 않았다. 저스틴은 사회자가 “그의 능력에 따라” 즉, 즉흥적으로 기도를 했다고 지적했다. 미리 짜인 성찬식의 봉헌 기도가 없었기에 아마도 예배 내내 즉흥적인 기도가 이뤄졌을 것이다. 예배는 부드럽고 유연하며 다양하게 흘러갔으며, 저스틴은 우리를 인도하시는 성령님의 임재에 따르는 예배가 되기를 원했다.

마지막 요소는, 저스틴이 그의 예배 순서를 ‘행위로 표현했다’는 점이다. 다음은 그가 순서를 묘사할 때 사용한 동사들이다. ‘모이다’ ‘읽다’ ‘충고하고 초대하다’ ‘일어서다’ ‘바치다’ ‘참석하다’ ‘기도하다’ ‘동의하다’ ‘나누어주고 받다’. 저스틴은 기독교 예배를 묘사할 때 이러한 행위들에 중점을 두었다. 그가 언급한 단어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는 예배에서 내면의 행위를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보통 우리의 예배가 주보에 따라 순서가 정해져 있는 경우와 달리 저스틴은 성령의 흐름을 중시했다. 저스틴의 편지는 초대교회의 예배가 미리 완벽하게 짜인 정형화된 각본대로 움직이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어떤 규칙에 따라 철저히 움직인 것이 아니라 예배 속에서 하나님을 만나고자 하는 자유로움, 성령의 흐름 등을 주요하게 생각했으며, 이는 초대교회가 지금 우리의 정형화된 예배보다 훨씬 더 하나님의 임재를 더 추구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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