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는 것(listening)’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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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병채 총장
교회 안에서 실시하는 리더들의 훈련과정에 '듣는 것'에 대한 내용이 들어있는 경우가 많다. 그 만큼 팀이나 그룹을 인도하고 돌보는 사역에서 잘 듣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겠다.

듣는 것(Listening)에는 수동적, 능동적, 그리고 풀어서 말하는 것 등등 다양한 가르침들이 있다. 또한 임상목회(CPE) 훈련에서도 듣는 것에 대해서 큰 비중을 두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방면에서 치명적인 실수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우리 자신의 학력, 이력, 그리고 경력(Biography)을 너무 빨리 오픈하고 싶은 유혹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런 충동은 늘 있게 마련인데 소그룹리더에게는 치명적인 실수이다.

학교에서 학생과 선생 사이에는 문제가 안 되고, 또 상대방이 물어 올 때 대답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 그러나 이 경우도 너무 많이 오픈하는 것은 관계성에서 도움보다는 해가 된다. 상대방이 묻지도 않았는데 우리가 먼저 경력(Biography)을 우리 입으로 얘기한다는 것은 지혜롭지 못하다고 본다. 다음과 같은 오해를 상대방이 갖게 해버리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나한테 자랑하려 하나?"
"자기 자랑하려고 내게 다가오는가?"
"자기만큼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나?"
"누가 묻기나 했나?"

이렇게 되니 식상하기도 하고, 좋게 여겼던 마음이 싹 없어지기도 하면서 긍정적이기 보다는 부정적이 되어 버린다. 이것은 치명적인 실수이다. 다른 것을 통해 만회해볼 수도 있겠지만 이미 좀 늦은 것 같다.

꼭 자신의 약력(Biography)을 사용해야 할 때는 어쩔 수 없다. 예를 들어 책을 썼다든가, 또 꼭 이력서를 제출해야 할 때는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우리 자신의 입에서 학력, 이력, 그리고 경력(Biography)을 얘기하는 것은 정말 금물이다. 자기를 왜 이렇게 빨리 노출시키는가? 결국은 자기자랑으로 볼 수밖에 없으며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배려부족으로 볼 수밖에 없다.

꼭 자기를 소개하고 싶을 경우는 제 삼자가 소개할 때 까지 기다리는 게 좋다. 소개 안 해도 어쩔 수 없다. 치명적인 것은 본인 입으로 얘기한다는 데 있다. 더구나 요즘은 인터넷 때문에 이름만 치면 약력이 다 나온다. 본인 입으로 얘기할 필요가 없다.

좀 유치한 예 같지만, 상대방이 미국 여행을 갔다왔다고 하면 "좋았겠네!" 정도의 반응을 보이면 될텐데, "나도 미국 갔다왔는데" 하면서 내 경험을 더 길게 얘기하면 좀 무례한 것 아닌가?

또한 상대방이 "00대학을 나왔다"고 하면 "좋은 대학을 나오셨네요"라고 해도 되는데, "나는 00대학을 나왔는데요" 하면서 자기 얘기가 더 길어지면 그것도 좀 그렇다.

특히 이런 얘기가 교회 안에서 오고 간다면 어떻겠는가! 소그룹의 지도자는 이렇게 하면 안 될 것이다. 지도자는 자기훈련과 절제의 은사도 필요하다고 본다.

서병채 목사(케냐 멜빈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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