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중독 문제 해결하려면 우선 부부 관계가 좋아야”

조현섭 교수, 오륜교회 금요기도회에서 중독 문제 다뤄
조현섭 교수(총신대 중독재활 상담학) ©오륜교회 영상 캡처

조현섭 교수(총신대 중독재활 상담학)가 지난 13일 오륜교회 금요기도회에서 ‘청소년 미디어 과의존에 대처하는 방법’(로마서 12:2)이라는 제목으로 금요기도회 설교를 전했다. 이날 조현섭 교수는 중독 문제의 심각성과 중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나눴다.

조 교수는 “저는 32년 동안 매일 같이 중독을 가르치거나 중독자를 만나는 게 일이다. 중독자와 가족들을 만나면서 중독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게 되었다. 제가 초기에 만난 중독자 가족 중 한 분은 귀에 붕대를 하고 오셨다. 남편이 술을 먹고 와서 던진 칼에 귀가 찢어진 것이다. 중독자남편으로부터 당한 고통을 들었을 때 너무 분노했다. 그다음부터 중독자 가족과 자녀들을 만나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32년 전만 해도 중독 분야와 관련된 치료가 없었고, 자료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처음 하는 일이어서 정말 공부를 많이 했고,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발표도 하다 보니 어느 날 제가 중독전문가가 되어 있었다. 10년쯤 지나 2000년도에 복지부의 초대로 지역사회에 알콜상담센터를 만드는 일을 했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중독 사업을 보고, 종합해서 센터를 만들고 정책을 만드는 일에 앞장섰다”고 했다.

이어 “외국에선 중독자를 병원이나 외래상담센터에서만 치료하지 않고 지역사회에 있는 거주시설의 형태에서 집중적인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외국에선 공동체 프로그램을 한다. 지역사회에서 같이 일정 기간 같이 거주하면서 그 사람의 온전한 생활패턴을 바꾸는 것이다. 온전한 생활패턴을 바꾸는 것만이 방법이다. 그 당시 우리나라는 병원을 통해 회복하는 확률이 1%였다. 외국 병원에선 70~80%가 치료된다고 이야기했다. 이 모델을 한국에 세팅하기 위해 수없이 방문하면서 공동체 프로그램이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을 살렸는지 알게 되었다”고 했다.

이어 “공동체 프로그램을 한국에 세팅하기 위해 많은 분의 도움이 있었다. 처음엔 노숙자, 중독자가 많은 영등포에 집을 샀다가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쫓겨났다. 그 속상함을 말로 다 할 수 없다. 기도하는데 생각이 떠올라서 역발상으로 고급주택가를 찾았다. 해외의 경우 좋은 시설이 많고, 유명한 휴양지에 있는 경우가 많다”며 지역시설이 처음 세워지기까지 눈물의 과정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거주시설에서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분들 대부분이 알콜 병원이나 지역사회에서 전문가로 일하고 계시다. 교회는 이런 공동체 프로그램을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여건들이 잘 갖춰진 곳”이라며 교회가 함께 할 것을 요청했다.

조 교수는 “중독은 너무 무서운 병이다. 한번 걸리면 평생 진행되는 만성적인 질환이다. 자기만 아픈 게 아니라, 온 가족을 병들게 하고 주변 사람들을 괴롭힌다. 많은 분들이 저에게 중독 중에 어떤 게 제일 나쁘냐고 묻는다. 다 나쁘지만 저는 단연 도박이라고 본다. 알콜 중독은 가족들이 그나마 대비를 한다. 그런데 도박중독은 도박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집에 빨간딱지를 붙일 때 알게 되니 충격이다. 가족들이 순식간에 길거리에 나앉고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가 아버지의 빚을 물려받아야 하는 상황도 있다. 그 피해는 말로 다 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중독은 온 식구들을 망가뜨리는 가족병이다. 실제 중독 상담을 하면 당사자보다 가족들이 두 배로 교육받고 상담받아야 한다. 중독자와 살았을 뿐인데 이미 이보다 더한 병에 걸려 있고, 중독자를 돕기 위한 교육을 받아야 하는 억울한 상황이다. 또 청소년 문제를 가진 대다수의 청소년이 이런 가정에서 성장한 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중독 문제는 너무 심각하고 많은 피해를 끼친다. 중독자 본인의 신체적인 건강, 정신적인 건강뿐만 아니라 가정의 해체와 사회의 문제”라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중독공화국이라 할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중독의 종류도 많고 유병률도 높다. 보통 도박 도시라 하는 라스베가스의 도박 중독 유병률이 약 4%인데, 우리나라는 5~6%일 정도로 도박만 하는 도시보다 도박중독자수가 많다. 알콜, 약물, 도박 등의 중독이 다른 나라는 많아야 2~3%인데, 우리나라는 5~7%를 왔다 갔다 한다. 더 기가 막힌 건 청소년 중독 문제다. 청소년의 스마트폰 중독 유병률이 35.8%다. 성인은 22.2%다. 더 충격적인 건 0세부터 9세까지의 영유아의 스마트폰 중독 유병률이 27.3%다. 10명 중 3명의 아이가 9세 이전에 이미 중독됐다는 것”이라며 중독의 심각성을 말했다.

조 교수는 “부모님들이 우리 아이가 스마트폰 게임을 30분을 하면 중독이 안 되고 1시간을 하면 중독이 되냐고 묻는다. 답은 아니다. 10분이든 20분이든 매일 하는 건 중독의 지름길이다. 술도 마찬가지다. 매일 찔끔찔끔 집에서 캔 하나 마시는 건 문제 없다고 여긴다. 그런데 아니다. 시간의 양에 관계없이 중독된다”고 했다.

이어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다. 요즘 아이들은 게임이나 스마트폰을 하지 않으면 친구 관계를 형성할 수 없다. 그래서 허락해야 한다. 그런데 하루에 하라는 것이다. 일주일에 한 번, 집중적으로 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주는 것이다. 하루에 30분씩 했다면, 6일이면 3시간이다. 저는 파격적으로 일주일에 한 번 몰아서 5시간, 그것도 안 되면 6시간을 하라고 말한다. 아이들이 생각할 때 훨씬 많은 시간이니까 동의한다. 그게 중독을 막는 길”이라고 했다.

이어 “아이가 원하는 것보다 조금 더 주면 아이들은 협의한다. 그리고 게임을 할 때는 관여하면 안 된다.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하면 된다. 또 게임을 하면 거실에서 TV를 이용해서 하게 하는 것이 좋다. 그게 아이들의 중독도 막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조 교수는 “스마트폰 중독의 문제는 우리가 이미 다 알고 있다. 중요한 건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다. 아이가 왜 스마트폰만 쳐다보는지 원인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집에서 추궁하듯이 물어보면 대답을 안 한다. 지역사회 시설, 전문가에게 데리고 가면 원인을 알려주고 문제 해결의 방법을 알려 준다.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하는 이유가 있다. 한 아이는 부모님이 밤늦게 들어오시니까 집에 있는 게 무서워서 게임을 했다고 한다. 이 아이에게 스마트폰 게임을 하지 말라고 할 수 있는가. 처방은 부모님이 일찍 오시는 거다. 두 분 중에 한 분이 일찍 오시기로 했다. 이런 것만 바꿔주면 된다. 원인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중독이 되는 이유 중 하나가 아이들이 소속감이 없어서다. 어울릴 수 있는 친구가 없을 때 어딘가에 소속되지 않았을 때 아이들은 더 외로움을 느끼고 기계에 빠져든다. 그럼 처방은 이 아이가 소속감을 갖게 하는 것이다. 축구부, 농구부처럼 단체 활동을 하는 곳에 보내서 소속감을 느끼게 하고 운동을 하게 하는 것이다. 중독의 치료는 단순히 상담을 하는 게 아니다. 아이의 원인을 찾아서 그 원인에 맞게 대처해주면 의외로 해결이 된다”고 했다.

또 “공부만 내려놔도 된다. 만약 아이가 하루에 3시간씩 게임을 하는데도 1등을 한다면 중독될까 걱정을 안 할 것이다. 대부분 부모님이 상담하러 오시는 이유는 중독 문제의 심각성 때문이 아니라 아이가 공부를 안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조 교수는 “자녀에게 몇 살 때 스마트폰을 사줘야 하는지 많이들 묻는다. 자기관리가 가능한 시기에 사주면 좋다. 학문적으로 10세까지는 자기를 케어할 수 있는 사고력이 없다고 본다. 10살까지는 독립적, 자율적으로 생각해서 무슨 일을 할 수 있는 연령이 아니다. 10살까지는 자기를 케어할 수 있는 사고력이 없고, 10살부터 20살까지는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한 단계”리고 했다.

그는 “상담을 오시는 분들을 보면 자기 성격에 관해선 이야기를 잘 못한다. 그런데 부모님의 성격에 대해선 살벌하게 이야기한다. 그러다가 본인에 관해서 물어보면 자신이 엄마, 아빠를 많이 닮았다고 말한다. 우리 아이들도 부모를 닮는다. 다시 말해서 아이의 스마트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의 하나는 부모가 잘 사는 것이다. 부모가 중독자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이다. 아이가 스마트폰을 하지 않으려면 부모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권하는 방법 중 하나는 집에 스마트폰 바구니를 비치해서 누구든지 집에 들어오면 바구니에 스마트폰을 넣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2시간, 3시간 정해주는 건 효과가 없다. 그런 방식은 아이의 스마트폰 게임 시간을 줄이지 못한다. 온전한 집안의 생활패턴이 바뀌어야 한다. 아빠는 집에 오면 게임을 하는데, 아들은 하지 말라는 건 있을 수가 없다. 집에 들어온 순간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고, 게임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만약 아이가 거실에서 스마트폰으로 게임하고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빨리 들어가서 공부하라고 야단치는데, 그냥 둬도 괜찮다. 아이도 쉬고 싶을 때가 있다.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하는 건 아이들의 문제가 아니다. 부모의 문제, 사회의 문제다. 아이들의 행동이나 생각을 존중해 줘야 한다. 그 아이들이 부모한테도 못 받는 존중과 인정을 어디에서 받겠는가. 자녀들을 무조건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아이의 운명이나 학업이 인위적으로 되는 건 아니다. 우리가 성장하면서 발달 과정 중에 경험해야 하는 게 있다. 아이들도 고민하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문제 해결 방법도 알아야 하고, 친구하고 싸워서 눈물도 흘려봐야 하고, 그 친구와 잘 지내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배워야 한다. 그래야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 공부만 해서 살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 우리의 욕심만 가지고 아이를 키우면 아이의 인생이 파탄 난다. 스마트폰을 안 하게 하는 방법의 하나가 공부를 내려놓고 현재를 즐겁게 사는 것이다. 저는 학원 하나만 그만둬도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좋은 데도 가면서 즐겁게 지낼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가 미래가 아닌 현재, 오늘을 잘살고 있는지 우리 가족이 행복한지 집중해야 한다. 10년 후, 20년 후 좋은 학교 가서 성공할 거라는 기대가 미래가 되면 안 된다. 미래는 내가 계획한 대로 되지 않는다. 한 달 후도 예측할 수 없는데 10년 20년 후를 계획하는 건 맞지 않는다. 오늘 행복한 아이가 내일도 행복하고 5년 후도 행복하고 10년 후도 행복하다. 행복을 경험한 사람이 그 맛이 무엇인지를 안다”고 했다.

이어 “행복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자기가 목적한 바를 이뤄도 행복하다고 느끼지 않는다. 객관적으로 우수하고 잘살고 있는데도 자기는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행복한 적이 없고 행복이 뭔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 자녀를 만들 것인가. 저는 오늘 부모인 나는 안 변하고 아이만 조절해서 변하게 하는 방법을 알려주려는 게 아니”라고 했다

그는 “저는 아이들을 많이 만나는데, 게임 몇 시간 했는지 묻지 않는다. 아이의 꿈 찾기를 하고 진로지도를 한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해야 할 일에 집중한다. 아이가 스마트폰 게임, 인터넷에 몰두하고 있다면 인근 센터에 가서 진로지도를 먼저 받아보는 걸 권한다. 부모님들이 얼마나 다양한 직업이 있는지 최근에 인기 있는 직종이 무엇인지 모른다. 어떻게 하면 공부시켜서 좋은 대학을 보내서 판사, 의사, 교수 만들까만 생각한다. 요즘 아이들이 좋아하는 직군이 무엇인지 파악하면 아이들이 바빠서 스마트폰을 하라고 해도 못 한다”고 했다.

이어 “잔소리하고 싸운다고 해서 아이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저는 아이의 직업을 찾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었다고 본다. 아이의 꿈, 진로를 찾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목표를 찾으면 아이는 그 과제를 하느라 스마트폰을 볼 시간이 없다. 시간을 조절하고 야단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스마트폰, 미디어, 게임을 안 하게 하는 방법은 의외로 다른 데 있다. 시간을 효과적으로 쓸 수 있는 과제를 주면 아이는 너무나 잘 해낸다. 중독된 아이들의 특징 중 하나가 집중하는 것이다. 그 집중을 건강한 쪽으로 이동시키는 방법이 우선”이라고 했다.

조 교수는 아이가 스마트폰을 하는 원인을 찾을 때 직접 이야기하기보다는 전문가에게 맡길 것을 조언했다. 그는 “아이와 직접 이야기하는 순간 엄마는 혈압이 오르고 폭언이 쏟아진다. 아이를 센터에 보내면 원인과 해결 방법을 알려준다. 부모님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력자가 되면 된다”고 했다.

그는 “그다음 아이를 바쁘게 해야 한다. 건강한 봉사활동을 많이 시켜야 한다. 아이들이 안 바쁘니까 게임을 한다. 교회 안에 청소년들이 와서 놀고 봉사할 수 있는 거리를 많이 만들어주시길 부탁드린다. 또 교회 공간에 최신 게임기를 가져다 놓을 것을 제안한다. 아이들이 안 좋아하는 것만 만들어놓고 자꾸 하라고 하면 안 된다. 대신 교회 와서 예배드리고 봉사활동 해야 할 수 있다. 지역사회에 있는 아이들이 교회에 오게 하려면 당근이 있어야 한다. 그 당근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걸 줘야 한다. 청소년부 아이들하고 상의해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걸 세팅하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가정예배를 꼭 드리기를 권한다. 가정예배를 통해서 아이들의 역할을 정해주고 아이들이 스스로 뭔가 해낼 수 있는 활동들을 하면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하나님을 만날 기회를 줘야 한다. 아이들이 교회에 안 가고 싶다고 말한다. 그렇게 하면 벌 받는다, 지옥에 간다고 하니까 교회라고 하면 무서운 단어들이 따라다니면서 피하고 싶은 것이다. 아직 어린아이들을 왜 규정하는가. 하나님은 좋은 분이시다. 그런 하나님을 놓고 벌을 준다, 지옥 갈 거다, 기도 안 하면 시험을 못 본다고 하면서 미신적인 사고를 갖게 하는 건 맞지 않는다. 아이들이 교회에 잘 나오지 못하게 하는 것들을 버리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일련의 모든 것들이 잘 되려면 1번으로 되어야 하는 게 부부관계다. 부부관계가 좋아야 한다. 아이에게 아무리 좋은 기회를 주고 싶어도 가정환경이 좋지 못하면 아이들은 나쁜 행동, 나쁜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우리 아이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먼저 부부 교육부터 받아야 한다. 또 아이들을 인도하려면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부모 교육을 받아야 한다. 부모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정확히 아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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