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론자, 유신진화론 비판 강도 높이되 사랑 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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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균 교수, 16일 제25회 창조론 오픈포럼서 발표
박창균 교수. ©창조론 오픈 포럼 줌 영상 캡처

박창균 교수(서경대)가 16일 오후 온라인으로 진행된 제25회 창조론 오픈포럼에서 ‘유신진화론에 대한 기독교철학적 반추’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박 교수는 “과학은 참이라고 믿는 명제들의 체계이고, 과학활동이란 참인 명제를 추구하는 것”이라며 “사람들이 과학을 신뢰하는 것은 가시적인 성과에 있다고 본다. 그리고 과학의 수월성은 과학적 방법론에 있다”고 했다.

이어 “과학을 편의상 인문사회과학과 자연과학으로 나눌 수 있다”며 “과학적 방법론에는 추론, 측정, 해석으로 나눌 수 있는데, 추론은 모든 과학에 적용되는 공통적 방법이며, 측정은 자연과학의 주된 방법이며, 자연과학을 특징짓는 방법이고, 해석은 인문사회과학의 주된 방법이며, 인문사회과학을 특징짓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과학적 방법론인 측정의 방법으로 진화론을 보면, 생물학은 물리학이나 화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계량화하기가 어렵다”며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을 관찰이라 하고 현상을 조작하여 수행하는 것을 실험이라고 한다면, 진화론에서 주장한 바를 관찰하거나 실험하는 것은 윈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진화의 종합설이라고 부르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도한 생물학자 마이어(Ernst Mayr 1904~2005)도 생물학을 물리학으로 완전히 환원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보았다. 그 이유는 진화생물학이 결국 근접인과(Proximate causation)보다는 궁극인과(Ultimate causation)를 문제로 삼는 역사과학의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며 “측정의 한계엔 ‘그물 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호수에서 그물코가 5센티가 되는 그물로 물고기를 잡는다고 생각해보면, 잡힌 모든 물고기가 5센티 이상이라고 해서 그 호수에는 5센티 이상의 물고기만 있다고 한다면 오류일 것이다. 우리의 측정이 가지는 한계를 고려해야 올바른 추론이 가능하다. 핸슨(Norwood Hanson, 1924~1967 미국 과학철학자)의 ‘관찰의 이론 적재성’이라는 것이 있다. 관찰에는 이미 이론이 실려 있다는 것으로, 우리가 어떤 이론적인 프레임을 가지고 관찰을 하면, 관찰 자체가 객관적이진 않다. 그러므로 어떤 과학이론에 대해 절대 참이라는 근거를 가지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과학적 방법론인 추론으로 진화론을 보면, 논리학에서의 추론에서는 연역 추론과 귀납 추론이 있다”며 “연역 추론은 건전한지 또는 타당한지로 평가를 하며, 귀납 추론은 귀납의 정도가 강한지 또는 약한지, 설득력이 있는지 없는지가 평가 기준이 된다”고 했다.

이어 “수학을 제외한 자연과학에서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추론은 귀납 추론이라 할 수 있다. 귀납 추론은 그 본질상 오류가능성을 항상 배제할 수 없다”며 “예컨대 귀납 추론에 하나인 ‘가설 연역법’을 보면, 먼저, 관찰을 토대로 현상을 설명하는 가설 H를 추측하고, 그 다음 H로부터 실험이나 관찰로 확인 가능한 명제 O를 예측한다. 그리고 O가 참인지 여부를 검사하는데, O가 참이면 가설 H가 참으로 확정되는 것이 아니라 입증되었다고 한다. 만약 O가 거짓이면 H는 반증되었다고 해서 다른 새로운 가설을 추구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과학의 역사를 보면 하나의 가설이 반증되었다고 그 가설을 즉각 폐기되지 않는다”며 “과학자들은 가설 H를 둘러싸고 있는 보조 가설들이 있다면 H를 유지하고 보조 가설들 중 적어도 하나를 기각하려고 시도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진화론의 경우 다윈은 생물의 진화는 ‘화석에 의한 기록’이나 ‘생물의 분류’로 설명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종간 화석을 통한 확인이나 계통수의 완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대두된다”며 “진화론자들은 진화론이 ‘과학적 사실’이라는 믿음을 포기하거나 진화론 자체를 의심하기보다는 진화론을 둘러싼 보조 가설들을 수정함으로써 진화론을 계속 유지하려고 한다. 다윈의 점진적 진화론에 대안으로 단속 평형설이 제시된 것도 일종의 보조 가설의 수정을 통한 진화론의 유지라고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이론체계는 가설 이외에 다수의 보조 가설로 구성되어 있어서 예측한 것을 관찰을 통해서 이론의 진위를 판단하기란 어렵다. 이것을 이론화 한 것이 뒤앙 콰인 논제(Duhem-Quine Thesis)”라며 “이에 따르면 한 과학이론을 지지하는 증거나 데이터가 한 가지 이상의 과학이론을 지지할 수 있고, 증거나 데이터가 한 가지 과학이론을 지지할 수 있기 때문에 하나의 과학이론을 증거나 데이터로 충분히 결정되지 못한다”고 했다.

이어 “한 이론이 부각되는 것은 과학 내측적인 논리로만 결정되기보다, 과학 외적인 요인으로도 일어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과학적 방법론인 해석으로 진화론을 볼 때, 진화론은 기초 명제가 없는 과학적 지식인가”라며 “이때 기초 명제란 정당화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명제들로서 보통 자기정당화가 가능한 ‘기초적 믿음’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은 ‘의심불가능하거나, 틀릴 수 없는 경우 또는 남에 의해 교정될 수 없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진화론의 기초 명제 혹은 기초 믿음은 무엇인가, 자연주의만이 세계에 대한 유일한 해석의 틀인가”라며 “자연주의는 의심 불가능한 것도 아니고, 틀릴 수 없는 것도 아니며, 남에 의해 교정될 수 없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세계를 자연주의로만 해석할 수 있다고 믿고 방법론적 자연주의만이 유일한 설명력을 갖는다고 주장하는 것은 ‘합리적’인가? 세계에 대해 과학만이 모든 설명과 해석을 독점할 수 없다. 과학적 지식을 너무 절대시할 필요는 없다. 자연주의를 고집하는 것 자체가 어쩌면 진실을 추구하는 과학을 왜곡하는 것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기독교 존재론은 모든 존재자는 하나님께서 창조하셨다는 것이며, 기독교 인식론은 인간의 지식은 불완전하다는 것”이라며 “기독교 철학의 근거는 성경의 가르침이고, 이에 근거한 성경적 세계관에 의해 기독 철학자는 학문을 비판하고 바로 세우는 작업을 수행한다”고 했다.

이어 “과학은 물론 철학 자체도 비판적 대상에서 예외는 아니다. 최종적 권위는 성경 말씀에 있기에 그리스도인 학자는 학문을 절대시하는 풍조에서부터 자유롭다. 또 일반 계시로 주어진 자연을 탐구하는 과학의 지위는 성경과 동등할 수 없다”며 “물론 성경도 해석에 열려있지만, 성경과 과학 중 성경을 우위에 놓을 수밖에 없는 비대칭적 관계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과학의 불완전성에 기인한다. 진리는 모두 하나님으로부터 주어진 것이기에 만약 완벽한 과학이 존재한다면 성경과 과학 사이에는 아무런 갈등도 없고 창조의 진리도 하나로 수렴되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과학의 본성은 잠정적이고 불완전하다. 이것은 과학사를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며 “진화론과 관련된 흥미로운 연구는 새로운 생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새로운 유전 정보뿐 아니라 DNA에 저장되지 않은 정보(후성 유전적 정보)가 필요하다는 것을 밝혔다. 이는 새로운 생물이 발생할 때 요구되는 정보가 모두 DNA의 돌연변이 결과라는 신다윈주의의 입장에 반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어 “방법론적 제한을 가지는데, 귀납 추론의 본질적 문제”라며 “귀납 추로의 결과는 필연적이지 않고 개연적일 뿐이며 오류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형이상학적 전제를 포함한다. 지식은 무에서 출발할 수 없다”며 “귀납 추론은 과학 활동의 핵심적인 지위를 점유하고 있지만, 그 전제가 되는 자연의 제일성 역시 어떠한 추론으로도 정당화되지 못한다. 진화론에서는 정당화되지 않는 방법론적 자연주의는 물론 자연선택이나 돌연변이가 자연법칙이라는 이름으로 당연시 된다”고 했다.

그는 “기독교 철학적으로 과학을 반추한다는 것은 과학의 본성을 파악하고 그 한계를 드러내는 일이며, 하나의 과학 이론으로서의 진화론도 ‘한계의 그물’에 포착됨이 마땅하다 ”며 “기독교 철학자의 목표와 관련해 ‘모든 이론을 무너뜨리며 하나님 아는 것을 대적하여 높아진 것을 다 무너뜨리고 모든 생각을 사로잡아 그리스도에게 복종하게 하니’(고후 10:4b~5)라는 말씀은 적실하다”고 했다.

이어 “과학이 경험적 증거에 기초해 있다면 우리의 신앙 역시 경험적 증거에 기초해 있다는 점에서 본질상 차이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일반 계시로서 과학적 성과를 존중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것을 절대시하여 만고불변의 진리인 것처럼 비판과 반성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과학적이지도 않을뿐더러 이미 하나의 학문이라기보다는 믿음의 영역에 속한다고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또 “신학은 성경을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신학 역시 어느 정도는 가변적”이라며 “영감된 것은 성경이지 성경에 대한 우리의 이해나 특정한 해석 또는 신학은 아니다. 과연 성경적인 구원론과 원죄론을 약화시키는 대가를 치르면서 받아들일 만큼 진화론은 견고한 것인가”라고 물었다.

박 교수는 “진화론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길은 불투명하고 불확실해 보인다. 많은 이들이 진화론을 거의 진리로 판명된 것처럼 받아들이고 있지만, ‘그날’이 오기까지는 진화론이 과학적으로 증명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며 “그것은 역사 과학의 성격을 가진 진화론의 숙명이고, 그렇기 때문에 특별한 과학내부의 반전이 없는 한 진화론의 수명은 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떠한 선택이 합리적인가. 파스칼의 논증을 원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과학지식을 절대시하거나 변하지 않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는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며 “과학지식의 목표가 진리의 추구라면 도리어 의심을 해보고 기존 이론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데서 새로운 과학이 움트고 지식의 성장이 이루어진다”고 했다.

또한 “진화론이 전제하는 자연주의는 그 자체로 모순이고 자연선택을 논리적으로 정당화되기 어렵다”며 “과학지식을 회의적으로 본다고 해서 일반 계시로서의 자연을 탐구하는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연을 깊이 탐구하여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것은 시편 말씀처럼 하나님을 사랑하는 가치 있는 일이라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유신진화론을 지지하지는 않더라도 그것에 대해 열린 태도를 가지고 있는 것이 이 문제로 많이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자유로움을 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며 “복음을 선포할 때도 창조·진화 문제가 대두하게 되면 전도하는 사람은 이 문제를 변증하느라 과도한 시간과 노력을 들이게 된다. 진화론에 대한 어떠한 처방도 진리를 확정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현실을 고려하면 ‘가말리엘의 태도’를 취하고 싶은 유혹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자신이 창조론자인 경우, 무신론적 진화론과 진보적 유신진화론에 대해서 비판의 강도를 높여야 하지만, 복음주의자들이 고려하고 있는 형태의 유신진화론에 대한 태도는 형제의 사랑을 가지고 대할 필요가 있다”며 “유신진화론자가 예수 그리스도를 주로 인정한다면 그들의 입장에도 마음을 열고 그들이 신앙과 학문 사이에서 가졌던 고통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자신이 지지하는 이론이 즉각적 창조론이든 점진적 창조론이든 간에 그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견지하되, 유신진화론을 지지하는 복음주의자들에게 대한 태도는 온유와 겸손이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이것은 비진리와의 타협이 아니라 동의는 하지 않더라도 존중은 하는 그리스도인의 품위에 관한 일이다. 무신론적 자연주의라는 더 큰 고통의 적이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며 “만약 과학이 발전하여 극치에 이르고 성경에 대한 이해도 완벽해진다면 모든 진리의 근원이 하나님께 있기에 서로 갈등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유신진화론이 아직 극치에 이르지 못한 불완전한 과학에 좀더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 교수는 “결국 논의의 핵심은 진화론이 참인지 여부에 달려있다. 이에 따라 유신진화론의 운명도 결정된다. 그러나 이미 언급한 대로 진화론이 자연과학적으로 증명될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다”며 “그렇다면 하나님께 대한 믿음에 근거한 창조론과 자연주의를 신조로 하는 진화론은 전혀 다른 세계관이지만 모두 믿음의 영역에 놓이게 된다”고 했다.

아울러 “이 문제는 자연과학의 문제가 아닌 행위이론(또는 결정이론)을 다루는 인문사회과학의 문제로 전환되며, 성경에 최고의 권위를 두는 그리스도인의 선택은 지명해진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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