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生命), 생(生)을 명(命)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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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은(샘병원 미션원장, 행동하는 프로라이프 공동대표)

2022년 임인년 새해가 밝아왔다. 지난 2년 넘게 코로나로 힘들어온 우리 모두에게 새해는 단지 시간의 변화인 크로노스가 아니라 뭔가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희망의 카이로스를 기대하게 된다. 올해 우리 모두는 우리를 감싸고 있는 죽음의 문화를 과감히 걷어내고 새로운 생명의 시대를 열어야 할 것이다.

첫째, 먼저 생명존중의식을 살려내야 한다.

수천 명의 확진자와 수백 명의 중증 환자, 수십 명의 사망자 통계를 매일 접하며 우리의 생명존중의식은 우리도 인식하지 못한 채 사그러들고 있지는 않은가? 한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지, 우주보다 귀한 생명의 소중함을 온 국민이 함께 공유해야 할 것이다. 세월호사건 이후인 2016년 대통령직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생명존중선언문을 발표한 바 있는데 코로나를 경험한 우리 사회가 다시금 생명존중의 교육을 통해 생명존중지수를 키워야 할 것이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의 생명존중의식을 알아보기 위해 성산생명윤리연구소가 실시한 인터뷰 결과, 대부분 후보들의 생명존중의식이 희박하며 일부 후보들은 인터뷰조차 응하지 않는 무례를 행하는 것을 보며 더욱 생명존중지수의 개발이 필요함을 절감하였다.

둘째, 지속가능한 생명존중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의료 일선에서는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하는데, 코로나전담 감염병원이 없는 현 상황에서 대부분의 국공립병원이 코로나 중증 환자들의 입원을 위해 그동안 치료해왔던 일반 중증 환자들의 진료를 진행할 수 없어 이들의 생명이 심각하게 위협받게 된 것이다. 이는 사립병원에까지 영향을 끼쳐 정부의 행정명령을 따르기 위해 기존의 병실을 코로나 병실로 바꾸며 대부분의 호스피스병동과 중증 병동이 폐쇄되거나 축소 운영되어 그 폐해가 고스란히 비감염 응급환자나 중증환자에게 전가되고 있는 실정이다. 당장 사용하지 않더라도 감염전문병원과 공공병원은 필히 확충되어 지속가능한 의료 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코로나의 근본적인 발생 원인이 생태계 파괴에 있다고 보는 학자들이 많은 만큼 기후변화에 대한 대처와 심각한 환경오염에 대해 우리 모두 경각심을 가지고 올바른 생태계 복원과 이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셋째, 연약한 생명에 대한 적극적인 보호가 필요하다.

진정한 생명존중은 가장 연약한 생명을 보호함으로 증진된다. 그러기에 생명윤리의 정의의 원칙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제한된 자원을 공정하게 분배함에 있어 약자들에게 우선권을 주게 되어 있다. 하지만 응급구조상황에서 실상은 정반대의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 응급재난 상황에서 약자인 노인과 유아, 산모와 장애인들이 먼저 구출되어야 함에도 세월호의 경우에는 선장과 선원들이 먼저 피신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우리 사회에서 누가 가장 연약한 약자인가? 스스로 자신의 생명을 보호할 수 없는 자가 아닌가? 작금에 더 빈발해지는 아동학대와 영유아 유기는 우리의 민낯을 드러낸다. 이는 그보다 더 연약한 인간 태아들에 대한 폭력과 살인의 방편인 낙태의 합법화와 보편화에 기인한다. 헌법재판소가 낙태에 대한 입법을 요청한지 2년을 훌쩍 넘겼지만 국회는 정치적인 논쟁에 매몰되어 입법기관의 가장 기본적인 생명에 관한 입법마저 내팽겨치며 또 해를 넘기고 말았다. 생명약자에 대한 보호입법이야말로 우리 모두의 생명을 보호하는 환경을 만들 것이다.

넷째, 생명은 결코 혼자서 지켜낼 수 없는 공동체적인 운명이다.

코로나를 통해 배운 교훈 중 하나는 자국의 배타적인 감염관리로 결코 팬데믹을 막아낼 수 없다는 것이다. 최고의 선진국이라고 자처했던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유럽이 자국 중심의 방역과 백신정책을 쏟아 내었지만, 엉뚱하게도 델타와 오미크론의 변이바이러스는 다른 제3세계에서 출현하여 다시금 전 세계를 코로나바이러스의 공포로 몰고 간 것이다. 지구촌은 이제 하나의 운명공동체이다. 자국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추구한다고 그것이 결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함께 더불어 생명을 지키는 노력을 기울일 떼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아시아와 남미와 아프리카의 개발도상국의 아픔에 더 가까이 다가가 함께 문제를 풀어나가는 국제적 노력이 요구된다. 우리나라도 휴전선접경을 맞대는 북한의 생태계 환경과 감염상황이 만만치 않다. 북한은 코로나 발병초기에 아예 국경을 전면 폐쇄하는 극단적인 방역정책을 펴고 있으며, 백신접종도 일체 하지 않아 접종률 0%의 유일한 국가이다. 이러한 조처는 기타 약품과 필수 공산품의 수입을 막으면서 북한의 아이들의 기본적인 예방접종이 중단되고 인민들은 필요한 약을 구하지 못해 기본적인 치료에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는 선진국으로서 국제보건협력의 책임을 다할 뿐 아니라, 같은 민족의 신음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미 말라리아와 조류독감, 아프리카 돼지열병에서도 경험하였듯이 북한의 감염확산은 바로 우리의 보건안보의 위기이기 때문이다.

생명은 목숨을 살리라는 신의 명령이다. 그 어떤 인간 생명도 수단으로 사용될 수 없다. 왜냐하면 모든 인간생명은 인종, 종교, 국적, 성별, 장애 유뮤를 떠나 모두 신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신성을 지닌 고귀한 존재이다. 그 생명은 단회적인 동시에 대체 불가하다. 생명의 가치는 절대적이기에 다수결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며, 우리 모두가 지켜내야할 가장 기본적인 생명권이기 때문이다.

2022년도도 이전처럼 그냥 흘려보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우리 모두 생명을 지켜내는 생명지기로서 두 눈을 부릅뜨고 주위에 죽음의 행렬로 내몰리는 연약한 인간생명이 없는지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헌혈과 조직기증 등의 작은 헌신을 통하여 생명을 살려내고, 생명캠페인에도 함께 하여 생명존중의식을 드높이는 한해가 되길 간절히 소원해 본다.

생명은 우리 스스로가 지켜야 한다. 그 무엇보다 생명이 최우선이며 최고의 가치이기 때문이다.

박상은(샘병원 미션원장, 아프리카미래재단 대표, 한국생명윤리학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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