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진정한 소통의 출발점은 예수 십자가와 부활복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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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선교통일한국협의회 가을 세미나 개최
‘분단 73년, 남북한 소통 어떻게 할 것인가?’

세미나 현장 참석자들이 단체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이지희 기자

70년 이상 이어진 남북 분단은 정치 체제와 이념, 관습, 언어와 문화, 가치관과 도덕성, 세계관과 인간관 등 모든 분야에서 이질화를 심화시켰다. 통일한국 시대를 준비하며, 남북 간 보이는 장벽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장벽까지 허물고 진정한 친구, 가족으로 함께 살아가기 위한 첫걸음으로 ‘소통’을 다룬 세미나가 최근 열려 관심을 불러 모았다.

선교통일한국협의회(선통협, 대표회장 강보형 목사)는 최근 서울 종로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 1층 그레이스홀에서 ‘분단 73년, 남북한 소통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2021 선통협 가을 세미나를 온·오프라인으로 동시에 개최했다.

2021 선교통일한국협의회 가을 세미나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하여 진행됐다. ©이지희 기자

총 60여 명이 참여한 이 자리에서는 정책당국자, 탈북민의 입장에서 바라본 남북 간 소통 문제와 해결 방안뿐 아니라 실제 한국교회 내에서 한국인과 탈북민 성도들의 소통 성공사례가 공유돼 의미가 있었다는 평가다. 또한 참석자들은 남북 간 소통의 전제는 상대에 대한 ‘이해와 공감’, ‘존중과 배려’이며, 소통의 정신은 ‘예수 십자가와 부활복음의 능력에 의지한 인내와 사랑’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일상 언어인 소통을 통일신학적 용어로 제시하여, 인격적 상호작용인 소통의 관점에서 통일을 바라보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선통협 사무총장 이수봉 목사의 진행으로 시작된 세미나의 1부 개회 예배는 공동대표 정규재 강일교회 목사의 기도, 자문위원 박영환 서울신대 교수의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마 16:13~20)라는 제목의 설교와 축도, 상임대표 조요셉 목사의 개회사, 고문 양영식 전 통일부 차관의 축사 등으로 진행됐다. 박영환 교수는 이날 “남과 북 통일의 여러 가지 문제를 나누지만, ‘예수가 누구냐’하는 질문에 소통의 출발점이 있고, 소통의 완성과 결과가 있다”라며 “기독교 2000년 역사가 소통의 문제임을 깨닫고, 마음을 열고 소통하는 자로 결심하고 각오하며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조요셉 목사는 개회사에서 “하나님께서 역사하시면 남북통일도 반드시 놀랍게 도둑같이 올 것을 믿어야 한다”며 “현실적으로 닥친 문제는 남과 북의 소통이다. 작은 출발이지만 다가오는 통일의 디딤돌을 놓는 세미나가 되면 좋겠다”고 기대를 전했다.

양영식 전 차관이 축사를 전하고 있다. ©이지희 기자

양영식 전 차관은 축사에서 “남북 간 소통은 늘 우리가 해야 될 과제인데, 특별히 지금 모든 것이 단절돼 있는 시기에 이런 세미나를 하는 것은 매우 귀하다”면서 “소통의 문제는 이웃사랑의 문제이고, 소통의 원리는 부싯돌의 원리로, 사람의 마음도, 몸도 부딪혀야 한다”고 말했다. 양 전 차관은 또 “한국교회는 북녘땅의 형제자매들과 정권담당자들을 분리해서 보고, 강도 만난 자를 돕는 선한 사마리아인과 같이 행하며, 이땅에 온 3만5천 탈북민을 참 이웃으로 생각하여 복음도 심고 사랑의 물도 계속 주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종기 아신대 교수가 좌장으로 나선 발표1 시간에 실행위원 양창석 전 통일부 남북회담 본부장(한국기술교육대 초빙교수)은 ‘정책 당국자가 본 남북 간의 소통’에 대한 발표에서 한국의 다양한 소통문화를 안내하고, 남북 간 소통 시 주의해야 할 개인 호칭과 국가 호칭, 최고 지도자 관련 행동 지침 등을 소개했다. 특히 북한 내에서 최고 지도자와 관련해 “초상화를 접거나 뒷 호주머니에 넣거나 휴지통에 버리면 절대로 안 되고, 동상이나 사진에 손가락질도 금지된다”면서 “북에서 최고지도자에 대한 비난이나 말실수는 용인될 수 없다”고 했다.

양창석 박사가 ‘정책 당국자가 본 남북 간의 소통’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이지희 기자

양 박사는 남북 간 소통의 핵심은 상대방과의 신뢰 관계 형성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도적 지원 등 장차 지킬 수 없는 약속은 자제하고, 북측이 요구사항을 제기할 때 솔직하게 답변하고 상대를 존중해야 한다”며 “충분히 들어주고 우리 측 입장은 실현 가능한 범위에서만 이야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협상이나 거래 시 “실질적 권한을 가진 자 또는 감시자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며, 북측 인사와 1:1 접촉이나 과도한 친절은 위험하고, 감시와 밀고를 의식한 언행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성급한 합의나 애매모호한 표현은 후과가 따르기 때문에 자제하고, 서로 소통하면서 중요한 것은 자꾸 문서로 쓰면서 협의해야 한다”면서 “초기 단계에서는 큰 대가를 치르지 말고, 인내심과 자제력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 박사는 비공식 접촉을 통한 개인적 친분 형성도 중요하다면서 “산책, 식사, 목욕, 선물 등을 통해 라포르를 형성하고, 선물은 주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자존심과 체면을 배려하여 대하고, 선전적 얘기는 논쟁하지 말고 중립적으로 가볍게 대응하며, 탈북자나 납북자, 국군포로 등 남북 간 쟁점은 회피하고 문화 차이로 인한 해프닝에 당황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이주태 원장(좌), 홍상영 사무총장(우)이 토론하고 있다. ©이지희 기자

이주태 하나원 원장(전 통일부 교류협력국장)은 토론에서 “동질성 회복과 남북 통합의 관점에서 소통할 때 남북기본합의서 제1장 제1조 ‘남과 북은 서로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토대 위에서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소통은 서로 윈윈하고, 가르치려 하지 않고 쌍방향으로 하며, 남북합의서, 문화예술·역사·체육 분야, 평창올림픽이나 개성공단 등 공동 경험으로 공동의 소통 소재를 확충해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체제·이념적 요인이나 언어적 문제와 함께 교만, 상호 이해 부족, 편견 등 비언어적 문제도 소통의 장애요인”이라며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공동의 프로젝트를 기초로 지속적인 소통을 할 수 있으며, 과장하거나 합의 전에 외부에 섣불리 자랑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상영 우리민족서로돕기 사무총장은 “우리가 북을 굉장히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지구상에서 북을 가장 잘 모른다고 생각해야 한다”며 “소통의 핵심은 관계 맺기인데, 북측과 서로 지향하는 가치가 다르고 언어가 내포하는 개념도 서로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70년 동안 만들어진 머릿속 장벽이 얼마나 강고한지 알고, 만남과 교류를 통해 이 장벽을 서서히 부숴나가야 한다. 교류가 바로 소통의 첫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임헌만 백석대 교수가 좌장으로 나선 발표2 시간에 최진이 탈북민 작가는 ‘탈북민이 본 남북 간의 소통’에 대한 발표에서 주체사상이 빚어낸 북한인의 자아를 ‘질병’이라고 소개했다. 1998년 탈북하여 1999년 한국에 온 그는 이날 “한국에서 살아온 20여 년은 북한에서의 지적 감각 및 인성 훼손을 발견하고 그를 회복시켜온 과정이었다”면서 “북주민에게 주체사상 교양을 통해 형성된 자아는 생활총화의 조직생활문화를 통해 철옹성같이 견고해져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일성을 흉보거나 당을 비난하는 조의 말을 하면 요덕수용소 행이라는 공포가 더해지면서 자기의 정당성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입증해 내야 한다”며 “이런 환경이 북한인의 자아발달이라는 결과를 낳아왔는데, 이것이 자아인 줄조차 (북한 주민은) 모른다”고 지적했다.

최진이 탈북민 작가가 ‘탈북민이 본 남북 간의 소통’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이지희 기자

또 최 작가는 “탈북민들이 한국에 와서 보이는 자아, 위대성의 이 질병은 김일성과 김정일 위대화하기가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북한에서 이미 중증상태가 되어 있다”며 “북한에서 김일성, 김정일은 흠집도 내서 안 되는 위대한 사람이고, 그들이 영도하는 국가는 어떤 결함도 없는 위대한 국이어야만 하고, 그곳에 사는 주민도 마땅히 작은 위대한 인들이 되어야 했다. 북한인 대부분 앓는 이 자아병은 북에 사는 동안 무조건 걸려야 하는 충성의 병이고 삶의 병”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 자아 질병의 가장 큰 독성은 멀쩡한 인간을 어리석은 사람으로 만들고, 사회의 건전한 인간관계를 동물화시킨다는 데 있다”며 “자아에 대칭되는 겸손은 결국 배움의 가장 높은 단계인 종교에서 가르치는 학문인데, 북한은 종교를 말살시키면서 겸손의 지식과 겸손의 가치를 함께 잃었다”고 말했다.

최 작가는 “북한 주민과 남한사회가 소통하려면 먼저 북한에서 살다 온 탈북자들이 자기 안에 형성된 자아를 깨닫고, 그것을 극복하도록 하는 경험을 양쪽이 모두 공유해야 한다”며 “이 경험은 남북소통에 큰 밑천이 되어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현기 교수(좌), 마요한 목사(우)가 토론하고 있다. ©이지희 기자

윤현기 아신대 교수는 토론에서 “인성, 가치관, 도덕성은 잘 바뀌지 않는다”며 “탈북민의 행동이 나오게 된 북한사회의 이면을 인식하고 이해하며, 끊임없는 사랑의 마음으로 소통하고 동행하는 것은 어렵지만, 누군가는 사명으로, 사랑으로 감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최 작가님의 남북한 두 체제 속에 경험한 사람의 인성과 가치관, 의식을 비교, 분석하는 연구 작업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탈북민 목회자인 마요한 새희망나루교회 목사는 토론에서 “이 글을 북한 주민이 읽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했다. 아마 북한 주민이 이러한 사실들을 알 수 있다면 지금의 북한 체제가 이미 종식되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또한 “북한식 어법과 표기가 섞여 있는 발제자의 글을 읽으면서 이제 통일이 되면 이와 비슷한 현상들이 흔하게 일어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마 목사는 남북 간 소통을 위해 북한 체제와 북한 주민을 분리하여 접근해야 한다면서 “북한 정권의 관심이 통일이 아닌 우상 독재 체제 유지에 있고, 그 목적이 바뀌지 않는 한 북한 정권과의 소통은 앞으로도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남한 정부는 저들의 손에 흔들릴 만큼 호락호락하지 않고, 남한 정부를 대할 때 원칙대로 해야 한다는 것을 인지시키는 것이 소통을 위한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북한 주민과의 소통에 대해서는 “그리스도의 사랑이 남북한 사람들 사이의 소통을 이루는 핵심”이라며 “그 사랑이 남북한 사람들이 진정한 소통을 이루는 방법이고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조기연 아신대 교수가 좌장으로 나선 발표3 시간에 조요셉 목사(물댄동산교회)는 ‘교회 안에서의 남북 간의 소통’에 대한 발표에서 탈북민 목회 현장인 물댄동산교회의 경험 사례들을 소개했다. 2007년 통일과 민족복음화의 비전으로 남북한 청년들이 주축이 되어 창립된 물댄동산교회는 현재 약 70명이 넘는 성도 중 70%가 청년층이고 27%는 탈북민이다.

조요셉 목사가 개회사를 전하고 있다. ©이지희 기자

조 목사는 교회 내 남북한 성도의 소통이 어려운 이유로 ‘서로 상이한 인간관의 충돌’과 ‘북한사회에 대한 이해 부족과 무관심’을 들었다. 분단 이후 남한은 자유민주주의체제에 부합되는 민주시민을, 북한은 정권 초기 지덕체를 겸비한 공산주의 인간형을 추구했으나, 80년대 접어들어 김 부자 세습과정을 거쳐 김일성·김정일에 맹목적으로 순종하는 ‘충성동이’(주체형 인간)를 만들면서 탈북민의 남한사회 적응 시 세계관, 인간관의 충돌이 있을 수밖에 없고, 교회 안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봤다.

또한 오늘날 통일의 열기가 사라지고 분단이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면서 교회 내에서도 마찬가지라며 “교회는 그동안 북한사회와 북한동포에 무관심했던 것을 회개하고, 이곳에 와 있는 탈북민을 통해 서로 다른 것과 같은 것을 찾아가면서 분단의 골을 메우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1 선교통일한국협의회 가을 세미나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하여 진행됐다. ©이지희 기자

이어 조요셉 목사는 물댄동산교회의 소통목회 방법으로 ①북한사회에 대해 이해력을 갖도록 하고(통일전략학교 수강 등) ②예수 안에서 한 가족이며(남북한 성도 간 똑같이 인격적으로 대우) ③탈북 성도뿐 아니라 남한 성도도 바뀌어야 하고(남한 성도들이 예수님의 말씀을 삶으로 담아내고 있는지 살피기) ④삶이 변화되는 교육(예수 부활을 통한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이심을 믿는 부활신앙에 초점)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⑤인내하며 사랑으로 섬기고 ⑥함께 배우고 함께 나누는 공동체를 지향하며(셀모임) ⑦주체사상도 복음으로 해결하고(부활복음으로 양육) ⑧구역모임을 통해 소통을 이루어간다고 소개했다.

조 목사는 “우리 교회는 부활복음으로 내가 주인 되어 살았던 죄를 철저히 회개하고, 예수님을 삶의 주인으로 모시고 사는 삶을 강조한다”며 “탈북민 사역이 힘든 것은 내가 주인 되어서 하려 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교회 내 남북한 성도의 소통문제도 내 힘으로가 아니라, 내 안에 살아계신 예수님을 의지하고 인내하며 그분의 사랑으로 품음으로 해결된다. 복음은 절대능력을 갖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이명신 박사(좌), 이빌립 목사(우)가 토론하고 있다. ©이지희 기자

이명신 숭실대 박사는 토론에서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고 헤세드(은혜)가 회복된다면 교회는 탈북자의 입장에서 복음전도의 의미와 방법을 찾게 될 것이고, 탈북자는 교회에서 삶의 목적과 이유를 하나님 안에서 찾고 삶의 어려움과 문제를 해결하는 성숙한 신앙인으로 자라날 것”이라고 말했다.

탈북민 목회자인 이빌립 열방샘교회 목사는 “교회 안에서 남북한 주민이 복음으로 통일되는 것은 다가올 큰 통일에 있어서 남북한 갈등과 해소를 풀 수 있는 열쇠를 갖는 것”이라며 “한국사회에 들어와 교회로 나오는 탈북민들과 소통을 잘 이루는 것은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나타내시고 부활하신 복음의 실천”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목사는 “통일선교를 꿈꾸는 한국교회 안에 통일선교 교육들이 더 활성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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