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차별금지·평등법’ 반대가 인권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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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 등 범여권 국회의원 24명이 16일 ‘평등에 관한 법률안’(평등법)을 발의했다. 21대 국회에서 벌써 두 번째 차별금지법안이다. 이미 예상했던 일이지만 막상 여당 의원 중심으로 법안이 발의되자 교계는 당혹감 속에서 대책 마련에 부심한 모습이다.

이 의원은 이 ‘평등법안’에 차별 사유 23가지를 나열했다.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을 비롯해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피부색, 출신지역, 용모·유전정보 등 신체조건,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전과, 학력, 고용형태, 사회적 신분 등이다. 그 중 핵심은 단연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이다.

이 의원은 평등법안 발의 후 국회 소통관에서 가진 관련 기자회견에서 “부당한 차별의 금지는 종전 인권위 안에 있던 4개 영역에만 한정하는 게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어떠한 사유에 의하든 부당한 차별을 금지하도록 했다”고 했다. 다만 이행강제금이나 형사처벌 규정 같은 벌칙 조항은 빠졌다.

이 의원은 일단 이번 법안에서 뺀 형사처벌 조항에 대해서는 죄형법정주의상 불명확성 원칙에 따라 논란이 될 수 있어, 사회적 합의를 거친 후 따로 입법 논의를 할 계획이란다. 대신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해 악의적이고 지속적인 괴롭힘을 막겠다고 한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아직까지는 “당내 의견을 모으겠다”는 원론적 입장이다. 그러나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전 총리, 박용진 의원 등 여권 대선 주자들은 대체로 입법 취지에 찬성하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민의힘 이준석 신임 대표는 “공감대가 있고, 동성애는 찬반의 대상이 아니”라면서도 당론은 아니라며 선을 긋고 있다.

친여 성향의 일부 언론들도 여론몰이에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이들은 “지난 14년 동안 여덟 차례나 발의가 됐지만, 매번 보수·기독교계의 반대에 가로막혀 번번이 무산이 됐다”며 UN도 지난 14년 동안 9차례나 우리 정부와 국회에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한 사실을 연일 부각시키고 있다.

이들의 보도 내용을 분석해 보면 차별행위가 금지되는 영역은 교육과 고용, 행정, 공공서비스 등 4가지에 한정되고, 차별행위 자체를 형사 처벌하는 조항이 없는데 보수 기독교계가 무조건 동성애를 비판하면 처벌받는다며 근거 없는 반대를 하고 있다는 식이다.

그러나 이런 보도는 자칫 진실을 호도할 수 있다. 차별금지법 제정에 동의하는 대부분의 법률 전문가들의 견해는 동성애 행위 비난과 행위자 비난을 구별하지 않는다. 행위 비난이 행위자의 감정에 손상을 준다면서 동성애 비판이 곧 동성애자 비판과 마찬가지라는 논리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더욱 명확한 입장이다. 인권위는 2005년, 2016년 동성애를 비정상으로 표현하는 일체의 표현을 혐오표현으로 규정한 보고서를 채택했다. 법무법인 아이앤에스 대표 조영길 변호사에 따르면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도 얼마 전 한교총을 방문한 자리에서 동성애 반대 설교는 차별에 해당한다고 인정한 바 있다.

조 변호사는 목회자의 설교와 관련, “‘동성애라는 인간행동에 대해 죄라고 평가하는 것이 법조문의 적용을 받지 않게 될 것’이라는 견해를 가질 수도 있으나 이러한 견해는 차별금지법 추진세력의 무서운 의도를 모르는 순진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마치 교계가 동성애를 비판하면 처벌받는 게 무서워서 반대한다, 그게 다라는 식의 논리와 주장은 치졸하다 못해 악의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건 모래알처럼 무수한 반대 요인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런데도 매번 그것을 부각시키는 이유는 밥그릇 싸움으로 비치게 해 쟁점을 흐리려는 의도도 없지 않아 보인다.

교계는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 속에서 더욱 강한 반대의 목소리를 결집해 가고 있다. 평등법 발의 직후 ‘차별금지법 평등법 강력히 반대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한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은 “우리는 이 법이 약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함으로써 인권 신장을 가져오는 게 아니라 더 많은 국민을 차별의 희생자로 만드는 반(反) 인권법이 될 것을 우려해 강력히 반대한다”며 “‘차별금지법’과 ‘평등법’은 차별을 없애기 위해 더 많은 사람을 차별하고 더 큰 차별을 만드는 악법”이라고 비판했다.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전국 교수연합’도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평등 및 차별금지법 제정 추진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발표한 성명에서 “평등법안과 차별금지법안은 동성애, 양성애, 다자성애 등의 성적지향을 인권이라 주장하며, 이를 반대하거나 비판하는 것을 혐오와 차별이라 주장하면서 법적 제재를 가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수면 위로 부상한 차별금지·평등법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측은 대상을 보수 기독교계로 한층 좁혀 ‘포위 작전’에 돌입한 느낌이다. 전 국민이 입법 취지에 찬성하는데 매번 소수의 보수 교계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며 발목을 잡고 있다는 식이다.

그런 움직임에는 이번에도 진영논리를 이용해 정치적 이득을 챙기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반대하는 기독교계를 국론 분열을 조장하는 일부 세력으로 규정해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이런 셈법은 기독교, 특히 보수 교계를 근본주의, 인권을 외면하는 이기주의자의 틀 안에 가둬야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게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들이 간과한 것이 있다. 기독교는 하나님이 사람의 몸으로 오셔서 손수 십자가를 지심으로 인류를 구원한 ‘이타주의’ 종교라는 점이다. 보수주의일수록 이런 색채는 더 강하다. 동성애, 젠더 이데올로기를 아무리 ‘인권’으로 꽁꽁 싸맨들 진실은 감출 수 없고, 진리는 해 아래 드러나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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