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기도] 내 뜻대로 하지 마시고

오피니언·칼럼
김진영 기자
jykim@cdaily.co.kr
연요한 목사

사랑의 하나님!

겟세마네 동산에서 예수님 기도는 절규였습니다. 땀방울이 핏방울이 되었습니다. 예수님께 온 인류 죄의 수치와 저주를 혼자 지시게 하는 십자가가 너무 참혹하였습니다. 예수님은 조금 더 나아가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려 기도하십니다. “나의 아버지, 하실 수만 있으시면, 이 잔을 내게서 지나가게 해주십시오. 그러나 내 뜻대로 하지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해주십시오.”(마26:39) 아들의 소원이 아버지 앞에 거절되어서 제가 구원받았습니다. 십자가의 길, 아픔의 길입니다. 깊고 원대한 뜻이 십자가에 있습니다. 십자가는 하나님의 지혜입니다. 그 안에 비밀을 알게 하옵소서. 십자가의 길 너머 부활이 있습니다. 믿음으로 바라보게 하옵소서.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일에 생명을 거십니다. 얘야, 고맙다. 아픔을 견디고 받아주어 고맙다. 너에게는 힘들지만, 너는 영광을 볼 것이다. 고통을 참고 아픔을 안고 계신 것을 보시고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며 칭찬하십니다. 처음에는 기도가 저의 간청으로 시작되었지만, 이제는 깊어져 하나님과 동행으로 이어졌습니다. 하나님과의 동행은 바로 영광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주님과 십자가의 길을 함께 걸어가게 하옵소서. 자기를 부인하고 제게 남아있는 허세와 야망과 교만과 탐욕과 모든 정욕을 불태우게 하옵소서. “만세 반석 열리니 내가 들어갑니다. 창에 허리 상하여 물과 피를 흘린 것 내게 효험 되어서 정결하게 하소서.”

나 비록 음산한 죽음의 골짜기를 지날지라도 내 곁에 주님이 계시오니 무서운 것 없습니다. 막대기와 지팡이로 인도하시니 걱정할 것 없습니다. 십자가에 앵글을 정확히 맞추어 제 삶의 고통 문제가 해결되는 은총을 받게 하옵소서. 십자가의 길은 위험합니다. 그러나 가장 안전합니다. 가장 위험한 길이면서 가장 안전한 길, 십자가의 길입니다. 십자가로 충분합니다. 다른 무엇이 필요 없습니다. 십자가는 아들의 기도에 아버지의 거절로 이루어졌습니다. 내가 원하는 기도에서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기도로 전환될 때 하늘의 비밀이 열립니다. 하나님의 경이로운 비밀의 세계 안으로 들어가게 하옵소서. 삶의 문제가 모두 해결되고 모든 시험이 마치는 은혜를 내려주옵소서.

사랑의 주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찬송가 494장)

■ 연요한 목사는 숭실대, 숭의여대 교목실장과 한국기독교대학교목회장을 역임하였다. 저서로 「사순절의 영성」, 「부활 성령강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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