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이상 교회 건축 노하우로 건축 부도 막는다”

[인터뷰] ‘교회건축을 사역으로 생각하는 모임’ 권혜진 대표·김도현 건축사
권혜진 장로(건사모 대표, 제이풀 사무소 회장) ©노형구 기자

한 대형 교단에서 A노회 산하 B교회가 건축 부도를 내고, 이와 관계 없는 A노회 소속 10개 교회를 상대로 시공사가 강제경매 소송을 제기한 사건이 지난해 초 해당 교단에서 공론화된 바 있다. 이처럼 교회 건축 부도는 법적 분쟁으로 비화되기 쉽다. 이 과정에서 목사·장로·교인부터 설계·시공사까지 큰 상처를 입기도 한다.

교회 건축 분쟁을 줄이고자 ‘교회 건축을 사역으로 생각하는 모임’(건사모)이 지난 2015년부터 시작했다. 대표 권혜진 장로(제이풀 사무소 회장)는 “교회 건축 과정에서 비화된 갈등으로 예배가 중단되고, 교인들 간 불신이 팽배하는 등 교회가 분쟁에 휘말리는 게 너무도 마음이 아팠다”며 건사모의 창립배경을 설명했다. 권 장로와 김도현 건축사(제이풀 사무소 대표)를 최근 서울 강남구 소재 제이풀 사무실에서 만나 인터뷰 했다.

권 장로와 김 건축사는 초기 설계 견적보다 초과된 시공 비용이 교회 건축 분쟁의 원인 중 하나라고 지목했다. 권 장로는 “건축 설계도에 표현되지 않은 공사 잔여물이 실제 건축 과정에서 드러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적게는 10억 원, 많게는 50억 원이 추가로 발생한다. 이 문제를 두고 교회와 시공사 간 갈등이 발생한다”고 했다. 이어 “교회 건축위원회 장로님과 목사님들이 건축에 대한 지식이 전무해 건축 부도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며 “건사모는 교회 건축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건사모에는 설계, 시공, 인테리어, 음향, 조명, 주방 등 건축 관련 업체들이 참여한다. 권 회장은 “건물을 짓는데 설계사와 시공사 등 건축업계 전반이 함께 모여 논의를 하는 경우는 업계에서 드물다”며 “우리는 사업자가 아니라 사역자 마인드로 모였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혜진 장로가 건사모의 건축 컨설팅을 필리핀 선교 현장에 적용해 관련 선교 단체로부터 받은 위촉장을 보여주고 있다. ©노형구 기자

건사모 소속 설계사들은 교회 건축에 잔뼈가 굵다고 알려졌다. 서울 새문안교회와 부산 부전교회를 설계한 이은석 안수집사(코마건축 대표, 경희대 교수), 부산 수영로교회와 서울 금란교회를 설계한 김대식 장로(하나플러스 대표) 등이 있다. 김도현 건축사도 그 중 한 명이다. 김 건축사는 교회 건축 관련 데이터를 20년 이상 축적해왔다고 자부했다. 이를 토대로 초기 설계견적에서 초과된 시공비용을 미리 차단하는 게 목표라고 그는 강조했다.

김도현 건축사는 “우리 모임은 설계, 시공, 음향, 영상, 토목팀 등이 함께 소통하기에 공사비를 효율적으로 운용하도록 컨설팅 자문(CM)을 제공한다”며 “시공 과정에서 불필요한 설계 요소는 과감하게 상쇄하는 등 교회 건축의 정확한 비용을 예측해 의뢰인에게 제공할 자신이 있다”고 했다.

김도현 건축사 ©김도현 건축사 제공

반대의 경우도 있다. 교회가 설계 변경을 요구해 시공 비용이 늘어나는 것. 권 회장은 “주로 교회 건축위원회 위원들보다 목사님이 욕심을 부려 건축 부도가 나는 경우도 있다”며 “한 교회는 설계를 변경해 지하주차장 1개를 추가 매설하려다가 100억 원 예산이 초과돼 건축 부도가 나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컨설팅 요청을 했더라면 건축 부도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건사모는 컨설팅 자문에 따라 현상 공모를 의뢰하거나 직접 교회 건축을 담당하기도 한다. 좋은 업체도 연결시켜 준다. 목표는 수익이 아니라 교회 건축 과정에서 빚어진 분쟁으로 교회 예배가 흔들리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고 한다. 현재 대구서부교회, 광현교회, 여의도순복음 강동교회, 수원동부교회, 새힘교회, 경천교회, 서대문구 제일교회 등이 건사모 컨설팅을 받고 건축을 성공리에 마쳤다.

앞으로 교회 건축의 동향에 대해 권 장로는 “공유교회가 대세가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합력하여 선을 이룬다’(로마서 8장 28절)는 말씀처럼 한 공간을 갖고 내 교회만 사용하는 게 아니”라며 “각자 교회들이 다른이름을 내걸어도 한 건물에 들어오는 순간, 내 교회만이 아니라 다른 교회를 위해서도 자연스레 중보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복음의 지경이 더욱 넓어지게 되리라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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