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강단의 승패, 성경 전달 언어의 문제가 관건”

김진규 교수, 제115차 한국구약학회 송년학술대회서 발표
김진규 교수 ©유튜브 영상 캡쳐

한국구약학회가 11일 오후 4시 ‘구약성서와 시편’이라는 주제로 제115차 한국구약학회 송년학술대회를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김진규 교수(백석대)는 ‘히브리 시인에게 배우는 설교 수사법’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김 교수는 “교인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복잡한 철학적 신학적 용어로 가득 찬 설교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들으면 들을수록 따분하고 지겨운 설교를 들은 적이 있는가. 설교를 들은 후에 그래서 그 설교가 나와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라는 의문을 가져본 적이 있는가. 정말 현시대의 죄악상을 신랄하게 책망하며 용기 있게 선포하지 못하고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사람들의 귀에 듣기 좋게만 하는 역겨운 설교를 들은 적이 있는가. 설교자의 설교가 귀에 전혀 들어오지 않고 허공에 떠다니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는가. 오랫동안 설교를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교인들의 삶에 전혀 변화가 없는 그런 설교를 들은 적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어 “이런 의문들의 상당 부분들은 부끄럽게도 나 자신에게 해당되는 질문들이었다”며 “교인들이 잘 알아듣지 못하는 추상적인 신학용어로 가득 찬 설교를 강단에서 쏟아놓았다. 오랫동안 신학공부를 했기 때문에 설교의 논리는 정연했지만 지금 뒤돌아보면 위에서 라이드가 지적한대로 교인들의 삶과는 거리가 먼 설교였고, 지겹고 따분한 설교였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이런 말들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라며 “신학을 많이 공부했기 때문에 성경본문 설명에 너무 치중한 설교였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설교의 적용도 문제이지만 더욱 심각한 문제는 설교의 용어 문제였다. 교인들이 설교를 들으면서 따분하고 단조롭게 느끼는 부분은 예화나 예증이나 실례를 들지 않고 장황하게 설명하는 부분들이다 그 설명이 특히 성경 본문을 장황하게 설명할 때 따분함을 느낀다”고 했다.

또 “은혜 충만해야 할 하나님의 말씀을 설명하는데 어떻게 하나님의 말씀을 풀어 설명하는 부분에서 지겨움을 느낄까”라며 “이는 하나님의 말씀이 능력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그 능력 있는 말씀을 전달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사람의 이해방식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실상은 사람의 머리는 온갖 그림들이 걸려있는 화랑과 같은 곳이다. 그래서 사람의 마음에 걸 수 있는 그림언어 이미지 로 전달이 되어야 잘 이해하게 되고 잘 받아들이게 되고 가슴에 새기게 된다”며 “어떤 목회자들은 교인들이 하나님의 말씀은 잘 기억하지 않고 설교 예화만 기억한다고 때로 불평을 한다. 그런데 그게 사실이다. 바로 이 원리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사람의 마음은 새로운 이미지로 다가오는 영상들은 쉽게 이해하고 기억하기 때문”이라며 “예화는 탁월한 그림언어이다. 아무리 복잡한 진리도 그림언어로 전달하면 쉽게 이해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림언어는 글로 표현하는 것보다 말로 표현하는 설교에 훨씬 더 중요하다. 글은 반복해서 볼 수 있지만 말은 지나가면 놓치게 된다”며 “설교를 듣는 현장에서 눈물이 쏟아지는 감동을 체험하는 데는 전달하는 언어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설교를 듣는 순간 마음속에 그림이 그려지고 성경의 사상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하는 ‘갈고리’는 바로 그림언어가 생성하는 이미지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림언어의 사용이 과연 성경적인가”라며 “답부터 말하자면 성경의 주된 계시 방식은 그림언어를 통해서이다. 성경에는 스토리와 비유와 생동감이 넘치는 구체적인 그림언어들이 넘쳐난다.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진리를 전달하실 때 추상적인 용어를 사용하지 않으셨다. 아주 구체적이고 삶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를 통해서 진리를 계시하셨다”고 했다.

그리고 김 교수는 감동을 일으키는 설교에 관해 마르틴 루터 킹 Martin Luther King, Jr.) 목사의 최고의 인권연설을 말하면서, 오늘날 최고의 설교자 중 한 명인 토머스 제익스(Thomas D. Jakes Sr) 목사의 설교에서도 나타나는 두 가지 특징으로 생생한 그림언어와 함께 수많은 ‘반복적 대구법’을 사용했다는 것을 말했다.

이어 “안타까운 현실은 대구법이 설교나 연설에 있어서 이렇게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설교학적 관점에서 이론적으로 체계화시킨 책은 많지 않다”며 “그것도 그럴 것이 대구법의 수사적 효과에 대해서 성경해석학에서 새로운 관점을 갖게 된것이 오래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오늘날 강단의 승패의 문제는 성경해석의 문제라기보다는 성경을 전달하는 언어의 문제가 가장 큰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성경의 진리는 예나 지금이나 동일하다”며 “차이는 ‘어떤 언어로 전달하는가’에 달렸다고 본다. 특별히 히브리 시인과 예수님이 즐겨 사용했던 그림언어와 대구법의 사용에 달렸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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