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구 교수 “영적 분별력이 필요한 시기”

이승구 합신대 조직신학 교수 ©기독일보 DB

이승구 교수(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 한국복음주의신학회 회장/조직신학)가 24일 TGC 코리아 복음연합 홈페이지에 ‘우리 시대에 가장 필요한 분별력’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이 교수는 “온 세상을 돌아보거나 심지어 교회와 교계를 돌아보아도 도처에 참으로 이상한 일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그 문제를 정확히 살펴 내는 ‘분별력’이 없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이상한 문제를 만들어 내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그것을 잘 분별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제일 안타까운 일은 교회가 비정상적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성경의 가르침을 따르면, 타락 이후 이 세상은 항상 문제투성이이지만 그것이 죄로부터 기인한다는 것을 알고, 특별 은총을 깨달은 그리스도인들은 성령님께 의존하여 성경의 가르침을 따라 생각하며 살도록 해야 한다”며 “그러므로 교회는 하나님께서 정상적이라고 하는 방식대로 움직여야 한다. 그런데 교회 안에서도 여러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우리들도 사실 성경의 가르침을 잘 받지 않고, 성령님께 순종하지 않는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또 “물론 우리는 교회가 이 땅 가운데서 완벽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나 말하는 것이 아니”라며 “예수님께서 다시 오시기까지 교회 안에는 늘 알곡과 가라지가 같이 있으며, 또 참 성도라고 해도 부족한 것이 있다는 것이 성경의 가르침이다. 이것을 따라서 어거스틴 이래로 바른 교회는 예수님의 재림 때까지는 ‘복합적 공동체’(mixed community)라고 하여 왔고, 성도들도 그리스도 안에서 이미 성화되어(단정적 성화, definitive sanctification) 있으나, 아직 아닌 상황에 있어서 우리는 동시에 점진적 성화(progressive sanctification)를 강조해 왔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성경적 가르침에 따르는 것이라면 적어도 교회는 항상 회개하면서, 성경에 비추어 잘못된 것을 고쳐서 항상 개혁해 가야 한다”며 “그런데 교회와 교계가 이런 모습을 잘 보이지 못하고, 오히려 더 깊은 문제 속으로 들어가는 오늘날의 여러 모습은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개개인으로서는 개선의 가능성을 드러내지만 집단화되면 도무지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 보이는 것은 죄악이 개인적 수준을 넘어 가면 더 심각해져 간다는 것을 잘 보여 주는 예”라며 “개개인도 심각한 문제이고, 그 개인들이 합하여 있는 집단들은 더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주 대표적인 예로 (엄격히 말하면 그런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되지만,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자주 발생하는 일의 하나로) 개개인이 여러 복잡한 상황으로 인해 새로운 교회 공동체를 찾게 되는 정황을 생각해 볼 수 있다”며 “이런 경우 참으로 좋은 교회 공동체를 만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단을 피해 나왔더니 또 다른 이단 집단에 속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건전한 교회를 만났다 해도 또 번복해서 이상한 선택을 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아울러 “어떤 종교적 집단이 어떤 결정을 할 때, 얼마나 이상한 결정을 하는 것이 많은지, 특히 그 종교적 조직이 비대한 경우에는 그 비대한 조직 내에서 개개인들은 아무런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음을 우리들은 곳곳에서 발견한다”고 했다.

그는 “일차적으로 교회 안에서 ‘영적 분별력’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신약 성경이 기록되던 당시에도 어떤 특정한 문제들에 대해 성도들에게 분별력이 필요함을 강조했다”며 “대표적인 예로 요한의 다음 같은 권면을 들 수 있다: ‘사랑하는 자들아 영을 다 믿지 말고 오직 영들이 하나님께 속하였나 분별하라’(요일 4:1). 이처럼 우리들도 성령님의 특별은총 안에서 참된 분별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어떤 정황에서든지 ‘정신없게’ 되면 대개 일정한 방향으로 치닫게 되니, 그것이 분별력을 갖지 못하게 되는 대표적인 예가 된다”며 “아무 생각이 없든지, 너무 바빠서 어떤 것을 제대로 생각하지 않고 행할 때에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결과적으로 하나님의 뜻에 비추어 옳지 않은 것을 행할 때 우리들은 ‘정신없다’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경성하여 사는 것일까”라며 “첫째로, 모든 것을 제대로 분별하는 판단의 기준이 항상 ‘오직 성경’(sola scriptura)이어야 한다. 다른 것이 판단의 기준으로 작용하는 것을 잘못된 길로 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애매한 경우가 우리들이 교회 안에서 오랫동안 행하던 전통이 판단 기준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성경을 실제로 중요시 하지 않거나 성경을 읽고 생각해도 바르게 해석하지 않는 것은 결국 바르게 판단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주장하고 나가는 것”이라며 “특히 한국 교회는 그동안 이런 잘못된 모습들을 많이 보여 왔다. 그러므로 우리는 평소에 계속해서 성경을 바르게 해석하여 하나님의 경륜 전체(the whole counsel of God, 행20:27)를 알아 가는 일에 힘써야 한다. 바르게 해석된 성경 말씀만이 하나님의 뜻이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그리고 “둘째로, 그 하나님의 경륜 전체를 자신의 구체적 정황에 적용하는 일에서 가장 주요한 주체는 성령님이시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과 교회는 모든 정황에서 성령님을 의존해 성경의 바른 뜻을 깨닫고 적용해 가야 한다”며 “누가 가장 바른 방향을 향해 나가는 지는 바로 이런 시금석(criteria)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먼저, 과연 성경을 바르게 해석하여 바르게 이해된 하나님의 경륜 전체에 따라 가는가? 두 번째로, 그렇게 하고 실천해 갈 때에 과연 성령님을 따라 가는가. (성령님을 따르는 인격적 모습이 과연 나타나는가? 그 삶의 열매가 성경과 성령님을 따름을 잘 드러내어 이 땅에서 성경이 말하는 교회를 잘 드러내는데 기여 하는가?)”라고 했다.

이 교수는 “그리스도인들과 교회는, 교회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 뿐만 이 아니라 이 세상의 복잡한 문제에 대해서도 같은 원칙을 따라야 한다”며 “그렇게 하는 것이 참으로 영적 ‘분별력’이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우리 주님께서 다시 오실 때까지 우리들은 이 세상 속에 살도록 부름을 받았고, 이 세상은 항상 아주 복잡한 상황 속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리스도인들은 이 세상이 이 복잡한 상황 속에서 헤맬 때에도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아주 명확한 방향이 무엇인지를 알고 그런 방향을 향해 나가도록 부름 받고 있다”고 했다.

이어 “성경에 하나님의 뜻이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은 문제들도 있기에 성경의 원칙을 따라 성령님의 인도하심 가운데 삼위일체 하나님과의 깊은 교제를 통해 하나님의 뜻을 찾아 가는 오랜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리고 우리가 인간적으로 원하는 바를 내려놓고 하나님의 뜻에 종속시키는 과정을 통해 참된 그리스도인들을 결국 하나님의 뜻에 좀 더 가까운 길을 알고, 그것을 추구하며 행해 나갈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세상의 복잡한 정황 속에서도 그리스도인들은 정신을 차려서 성령님께서 밝혀 주시는 대로 성경의 가르침을 따라 가려고 해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지금 그리스도인이라고 하는 사람들만 이런 분별력을 가지면 되는 것은 아니고, 이 세상 사람들도 결국에는 복음의 빛 안으로 돌아와 모든 것을 하나님의 빛으로 제대로 파악하고 그 길로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이것이 우리들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이렇게 복음의 빛으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기에, 또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아직 복음에로 돌아오지 않았기에 그 일을 위해 노력하면서, 동시에 우리는 그 이전 상황에서의 일도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첫째로, 이 세상이 각기 자기의 길로 나아가는 것을 옳다고 해서는 안 되지만, 타락한 인간들은 항상 그리할 수밖에 없음을 생각하면서 안타깝고 불쌍한 마음과 눈으로 이 세상이 각기 소견에 옳다고 하는 대로 각기 제 길로 가려고 하는 것을 바라보아야 한다”며 “이 세상이 이렇게 자기 길로 나아가는 것은 하나님의 관점에서는 죄이고,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그렇다고 이렇게 말하는 것이 우리가 이 세상을 정죄하는 것은 아니다. 성경에 따라서 하나님께서 옳지 않다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하는 것일 뿐”(성경의 기준이 없으면 우리는 전혀 이렇게 말할 수 없다)이라고 했다.

이어 “이것은 세상의 문제만 말하는 것이 아니고, 동시에 우리의 문제도 말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또한 이 세상이 자기들이 옳다고 하는 길로 나가는 것은 타락한 상황에서 그저 지난한 몸짓을 하는 것임을 알기에 참으로 불쌍히 여기면서 이 세상이 하나님에게로 제대로 돌이키도록 기도해야 한다. 그런 사람들은 이 세상을 불쌍히 여기면서 이 세상의 죄에 대해서 같이 안타까워하면서, 그것이 그리스도 안에서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그리고 “둘째로, 그렇지만 아직 복음에로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 안에도 일반 은총 가운데서 상대적인 분별력이 작용되어 이 세상이 그래도 ‘상대적으로 살만한 세상’이 되도록 하는 일을 위해서 우리는 기도해야 한다”며 “이 세상 사람들은 항상 하나님의 은총에 저항하지만, 그 저항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일반은총이 작용하여 세상에 ‘상대적인 선’(relative goodness)이 있고, ‘시민적인 선’(civil goodness)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이 세상도 상대적으로는 정직하고, 공정하고 바른 것을 추구할 수 있어야 하고, 상대적인 선을 향할 수 있어야 한다. 말뿐 아니라 참으로 그것을 추구하는 것을 이 세상의 다른 사람들이 제대로 판별해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그러려면 이 세상 안에도 일반 은총에 의해, 상대적으로 더 선한 것을 분별할 수 있는 ‘일반은총적 분별력’이 있어야 한다”며 “이는 성경의 빛 안에서, 성령님께 순종해야 하는 특별은총적인 영적 분별력과 같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타락한 사람들 사이에서 서로 옳은 것을 파악하게 할 수는 있는 것이다. 이런 일반은총적 분별력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우리는 그래도 ‘생명을 위한 운동’(pro-life movement)을 할 수 있고, 공정한 선거를 위한 운동, 건전한 사회를 위한 운동을 할 수 있다. 이 세상에 이런 상대적 분별력이 있기를 위해서도 우리는 기도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이런 복잡한 시기에 참으로 영적 분별력이 필요하다”며 “모든 정황 속에서 잘 분별하는 사람들이 되어야 한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참으로 주신 계시의 뜻을 잘 파악하고, 성령님의 인도하심 가운데 우리의 삶에 그 가르침을 잘 적용하게 해 주시기를 기도해야 한다. 이것이 지금 우리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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