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영역을 변화시키지 못하는 가현설적 설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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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영 기자
jykim@cdaily.co.kr
합동신대 이승진 교수, 정암신학강좌서 발표

합동신대 이승진 교수가 제32회 정암신학강좌에서 발표하고 있다. ©합동신대 영상 캡쳐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가 17일 오후 본교 4층 대강당에서 제32회 정암신학강좌를 개최했다.

오는 20일까지 진행되는 이 신학강좌에는 헤르만 J. 셀더하위스 교수(네덜란드 아펠도른 신학대학교 총장)와 조엘 R. 비키 교수(미국 류리턴리폼드신학교 총장)를 비롯해 합동신대의 이승진(설교학)·안상혁(역사신학)·김병훈(조직신학) 교수가 강사로 나선다.

첫날 셀더하위스 교수에 이어 ‘한국교회를 위한 청교도 설교의 유산과 적실성’이라는 제목으로 강연한 이승진 교수는 오늘날 한국교회 설교의 문제점을 분석한 뒤, 그 대안으로 과거 16세기 후반에서 17세기 초 미국 뉴잉글랜드의 청교도 설교를 제시했다.

이 교수는 우선 한국교회 설교에서 나타나고 있는 문제로 “신앙의 사사화와 가현설적 설교”를 꼽았다. 그에 따르면 신앙의 사사화란 기독교 신앙이 공공성을 상실하고 점차 세속화 되면서 신자 개개인의 삶과 그 영역을 변화시키지 못하고 그저 내면 세계에만 머물게 된 현상을 말한다.

이 교수는 “설교 메시지에는 내용과 형식, 목표가 있다. 이 세 가지 차원이 기독교 복음의 공공 영역에서 벗어나 신자 개개인의 내면 세계에서 발생하는 심리적 갈등과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데만 집중하게 됐다”며 “이런 설교의 사사화는 기독교의 세속화 과정의 필연적 결과이면서 또한 원인”이라고 했다.

이로 인해 한국교회에 나타난 현상은 △설교자의 영적 권위 약화 △목회자와 교인 사이의 목양 관계 약화 △설교의 영향력 저하라는 게 이 교수의 진단이다. 특히 설교와 관련해 이런 신앙의 사사화는 ‘가현설적 설교’를 낳았다고 이 교수는 분석했다.

그는 “가현설은 그리스도의 성육신 사건을 부정하거나 축소한다. 즉, 거룩하신 하나님께서 죄로 얼룩진 이 세상에 오셔서 죄인들을 만나시며 그들을 회심시키시고 결국 하늘에 소망을 두도록 감화·감동하시는 과정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이런 가현설과 같은 모습이 오늘날 설교에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신자들이 감당해야 할 실존적 생활 영역 속에서 과연 그들이 어떻게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며 살 것인가에 대한 도전이 설교에 잘 나타나지 않는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그러나 뉴잉글랜드 청교도들은 강단에서 선포되는 설교 메시지에 대해 그 순간 하늘의 하나님께서 직접 강림하셔서 선포하신 것으로 이해했다”며 “설교는 그들 앞에 하나님의 보좌가 열리는 최고로 두려운 순간이면서 동시에 삶과 죽음을 가르는 결정적 순간이었던 것”이라고 했다.

그는 “청교도들은 하나님께서 설교를 통해 믿는 자들을 구원하시고, 결국 하나님 나라로 인도하신다고 믿었다”며 “그들은 하나님의 섭리에 대한 분명한 수직적 신앙고백 안에서 말씀으로 통치하시는 하나님의 권위 앞에 순종했다. 이것이 당시 설교가 강력히 영향력을 발휘했던 이유”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