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단체들, 中-바티칸 협정 연장에 “종교 자유 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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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김유진 기자

바티칸의 성 베드로 광장. ©wikipedia
중국과 바티칸이 논란이 되고 있는 주교 임명에 대한 합의를 갱신하자, 인권 단체들은 이 협정이 공산주의 국가의 종교적 자유를 더욱 저해할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크리스천포스트에 따르면, 22일 로마 교황청 사이트 ‘the Holy See’와 중국 외교부는 이번 달 만료될 예정인 ‘2018년 주교 임명 협정’을 2년 더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이 협정의 세부사항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기존의 협정 내용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국가가 승인한 ‘중국 천주교 애국회’를 통해 바티칸에 새 주교를 제안할 수 있도록 하되, 교황은 이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 과정을 거치면, 교황청은 이전에 중국 정부가 임명하고 교회가 파문한 주교들의 정통성을 인정하게 된다.

이날 교황청은 성명을 통해 이번 합의가 “당사자들 간의 좋은 소통과 협력 덕분에 교회와 목회적 가치가 큰 합의가 처음 적용된 데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가톨릭 교회의 삶과 중국인을 위해 개방적이고 건설적인 대화를 추구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교황청은 또 중국의 1000만에서 1200만 명에 이르는 가톨릭 신자들의 단결을 촉진하기 위해 이 협정에 서명했다고 설명하며, “교황청과 중국 간의 대화는 국제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해 공동선을 찾도록 지지한다”고 밝혔다.

반면 인권 단체들은 중국이 종교적 소수를 지속적으로 박해하는 상황에서 바티칸이 겉으로 보기에 중국을 정당화시킨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주교 임명권을 두고 중국과 교황청은 70년 넘게 바티칸과 긴장 관계를 이어왔다. 가톨릭 교회는 교황이 주교를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외국의 내정 간섭이라고 규정하며 저항했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는 2018년에 잠정 협정에 서명했지만, 자국 내 사제들에게 ‘국영 독립교회’를 지지하도록 요구하는 문서에 서명하도록 강요했고, 이를 거부한 교회는 불법으로 간주, ‘불법 가톨릭 교회 제거 운동’에 나섰다.

이 문서에는 성직자들이 외국인과의 관계를 거부할 것과 18세 미만 청소년에게 종교교육 금지토록 요구하고 있으며, 교회 내에서도 종교활동을 제한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박해 감시단체인 ‘인터내셔널 크리스천 컨베이어(ICC)’는 중국 정부는 “지하(교회) 성직자들에게 중국천주교애국회에 가입하거나 성직을 포기하도록 강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ICC는 중국 당국의 국영 독립교회 문서에 서명을 거부하여 구금된 민동교구의 궈시진(Guo Xijin) 주교와 88세의 주교인 산터우 교구의 좡 지안지앤(Zhuang Jianjian) 주교의 사례를 언급했다.

지나 고(Gina Goh) ICC 동남아 지역 관리자는 협정 연장이 “지하 가톨릭 신자들을 낙담시키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그녀는 이 같은 거래에도 불구하고, 지하 카톨릭 신자들은 수도원과 십자가가 철거되고, 사제들과 수녀들이 위협을 받는 등 지속적인 탄압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지나 고는 또 “바티칸이 주장하는 신자들의 처우 개선은 결코 실현되지 않았고 오히려 더 나쁜 것으로 판명됐다”면서 “교황청이 늑대와 춤을 추고 중국의 지하 카톨릭 신자들을 제물로 바치기로 결정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홍콩의 명예 주교인 조셉 젠( Joseph Zen) 추기경은 ‘미국의 소리(Voice of America)’와 인터뷰에서 “바티칸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이번 협정은 중국 가톨릭 신자들의 종교 자유를 보호하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단 한 명의 주교도 임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젠 추기경은 “이 이면에는 틀림없이 정치적 동기가 있을 것”이라며 “[바티칸]은 언젠가 중국과 외교 관계를 정말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협상이 있을 때는 공식적인 관계 수립에 대한 희망이 있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미국 백악관도 이번 협정에 대해 즉각 비난했다. 마이크 폼페이오(Michael Pompeo) 장관은 최근 기사와 트윗을 통해 이번 합의로 인해 “도덕적 권위(moral authority)를 위험에 빠뜨렸다”고 비판했다.

미 국무부는 중국을 여전히 ‘심각한 종교자유 침해 국가’로 선정, 특별 관심 국가로 분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