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상황의 문제, ‘건물 중심’ 교회론 때문?

목회·신학
목회
김진영 기자
jykim@cdaily.co.kr
  •   
“모이지 못하는 교회가 선교적 교회 될 수 있나?”

박영호 목사, 25일 2차 수표교포럼서 발표
“반성직주의도 새 길 제시하는 데는 역부족
회중, 예배와 설교에서 비본질적 존재 아냐
메마른 시절, 단비와 같은 거룩한 상상력을”

박영호 목사가 발표하고 있다. ©수표교교회

수표교교회(담임 김진홍 목사)가 지난 13일 1차 포럼에 이어 25일 ‘초연결-비대면 시대, 교회는 무엇을 할 수 있나’라는 주제로 2차 수표교포럼을 개최했다. 특히 이날 박영호 목사(포항제일교회 담임)가 ’코로나 이후의 삶과 기독교 신앙’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박 목사는 우선 “공간과 시간과 사람의 구심점이 약화되는 경향이 진행될 것“이라며 △꼭 교회(예배)당이어야 하는지 △꼭 주일 오전에 1시간 드리는 예배여야 하는지 △꼭 목사가 설교해야 하는지 △반드시 우리 교회 목사여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코로나19로 인해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존의 교회는 이런 원심력을 감당할 수 있는가, 포기해야 할 부분은 무엇이며, 새로운 구심력을 확보하기 위해 어디에 초점을 맞출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박 목사는 “모이는 교회 자체의 횟수가 아니라, 살아있는 복음의 삶,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라는 가치를 구현하는가에 그 활력이 달려 있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회가 공감의 폭을 넓혀가는 일이다.… ‘즐거워 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 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우는(롬12:15)’ 공동체를 세워가는 것이다. 비대면 사회에서 가용한 채널은 한정되겠지만, 필요가 더욱 절실해진 때라는 인식 하에, 신학적, 성경적 중심을 분명히 하는 것은 더 중요해진다”고 했다.

특히 그는 “지금 한국교회가 경험하는 어려움은 건물에 대한 애착 때문이 아니”라며 “건물이 없어도 모일 수 있다면, 소그룹 모임이라도 제대로 할 수 있다면, 잘 적응할 교회들이 많을 것이다. 코로나19 상황의 문제를 ‘건물 중심 기독교의 한계’라고 진단하는 것은 피상적”이라고 했다.

박 목사는 “모이는 교회와 흩어지는 교회를 대립시켜 이해하는 것도 문제의 소재를 정확히 진단하지 못한다. 물리적으로 모이지 못하는 교회가 선교적 교회가 될 수 있다는 근거는 그 어디에도 없다”며 “목회자의 역할을 축소시킬수록 교회가 건강해질 거라는 막연한 반성직주의는 기존 교회를 비판하는 데는 유용하나,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데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모든 성도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의 삶에서 제사장이고 목회자는 주일의 제사장”이라며 “성도들이 주중의 제사장 사역을 잘 감당하기 위해서 주일의 제사장 사역이 필요하다. 성도들의 제사장 됨은 한 번 선언되면 자동적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제사장직과 공동체의 사역과 연결됨으로써 갱신(renew)되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목회자들은 성도들이 자신의 제사장직을 갱신할 수 있도록 돕는 이들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며 “목회자들의 교권적 행태에 대한 반사제주의적 문제제기는 필요하다. 그러나 반사제주의적 개혁은 보다 정교화 되어야 한다. 공동체에 대한 헌신도, 그리스도인다운 구별된 삶에 대한 의지도 없이 제사장이라는 타이틀만 가진다면, 신앙의 수준을 하향평준화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회 내에서 균형과 견제도 필요하지만, 구성원이 함께 힘을 합쳐 세상을 섬겨야 할 사명이 크다”고 했다.

25일 수표교포럼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수표교교회

박 목사는 “다가올 시대는 교회와 목회자들에게는 혹독한 시기가 될 것”이라며 “어쩌면 우리는 텅빈 예배당에 서서 그 혹독함을 조금 연습해 보았는지도 모르겠다. 예배와 설교에 있어서 회중은 결코 비본질적인 존재가 아니다. 마틴 로이드 존스가 회중이 메시지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한 것은 설교자로서 갖는 소중한 통찰”이라고 했다.
이어 “물리적으로 모이지 못한 시기에 가장 염려되는 것 중의 하나가 목회자들의 영적, 정서적 건강이다. 서로 연대하여 지치지 않도록 격려하고 서로의 성장을 자극하는 일이 필요하다. 긴 호흡으로 영적으로 깊고 정서적으로 건강한 삶의 리듬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물리적으로 고립되고, 정서적으로 지쳐 있는 목회자에게 하나님이 이끌어 가실 나라의 비전을 보여주시며 회복시켜주신다”며 “핍박받는 소아시아의 공동체에는 함께 모여 하나님을 찬양하는 백성을 마음 속에 그려보는 상상력을 부여하심으로써 현실의 환난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부여하셨다. 이 메마른 시절에 단비와 같은 거룩한 상상력을 우리에게 허락하시기를 원한다”고 했다.

한편 이날 박 목사의 발표 후에는 조성실 목사(소망교회)와 김진홍 목사(수표교교회 담임)가 각각 ’코로나 세대에게 신앙 전수하기’ ’코로나19 이후 선교적 교회의 과제’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