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적 차별금지법(평등법)과 종교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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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헌제(한국교회법학회 회장)

* 본지는 서헌제 박사(한국교회법학회 회장,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가 최근 정의당 장혜영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한 차별금지밥안을 분석한 글을 세 차례에 걸쳐 게재했습니다. 이번이 마지막 편입니다.

서헌제 박사 ©기독일보 DB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발의한 정의당이나 평등법을 입법 권고한 국가인권위는 이 법안은 고용, 재화·용역 등의 일부 영역에 적용되므로 종교인의 강론이나 설법, 설교나 전도 그 자체는 적용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오히려 약한 소수자를 섬기고 보호하는게 종교 본연의 임무이므로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이 법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한다. 과연 그런가?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고용, 재화·용역의 공급이나 이용, 교육기관의 교육 및 직업훈련, 행정·사법절차 및 서비스의 제공·이용의 4개 분야에서의 차별을 적용대상으로 한다.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5인 이상 근로자를 상시 고용하는 종교단체는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인 사업장이므로 당연히 이 법이 적용된다. 따라서 종교단체에서 직원을 채용하면서 신자임을 요구하거나 개종을 권하면 차별로서 제제를 받게 된다. 또한 종교단체에서 사이비 이단의 출입을 제한하거나 퇴거를 요구할 경우 종교를 이유로 하는 차별이 될 수 있다.

이때 종교단체의 대표자(주지스님, 주임신부, 담임목사)가 처벌받게 되며 양벌규정에 의해 종교단체에도 벌금형이 부과된다(제39조). 특히 일반 언론은 물론이고 종교방송을 통해 동성애를 비판하거나 타종교에 대한 비판은 금지된다. 이렇게 되면 종교방송 자체의 존립근거가 없어진다. 따라서 종교인의 설교나 전도 그 자체는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주장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거나 일부러 진실을 숨기는 저의가 있다고 보여진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으로 가장 타격을 받을 부분이 종교단체가 설립한 사립학교의 종교교육의 자유이다. 가령 학교에서 특정 종교행사를 하거나 종교교육을 하게 되면 이것이 바로 다른 종교에 대한 차별로 되어 종교교육 자체가 불가능하게 된다. 또한 종교계 대학에서 채플학점 이행을 졸업요건으로 정하는 경우 모두 차별금지법의 제재대상이 된다. 참고로 현재 대법원 판례는 기독교 대학의 채플학점제는 기독교 사학의 종교교육의 자유로 보장한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의 숨은 의도는 성적지향 또는 성정체성에 근거한 차별을 성별에 의한 차별이나 장애인 차별과 같은 정도로 강하게 처벌하려는 데 있다. 그러나 동성애는 가족윤리를 강조하는 우리의 전통적 사고에 맞지 않고, 에이즈 확산의 통로가 된다는 의료계의 우려가 크다. 특히 동성애를 하나님의 창조질서에 반하는 것으로 가르치고 믿는 기독교인의 양심에 반한다. 따라서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종교의 자유는 양립하기 어렵다. 이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시행하고 있는 영국이나 각 주별로 차별금지법을 시행하는 미국에서 현실화 되고 있다.

영국과 미국에서는 동성커플의 결혼축하 케이크 주문을 거절한 제과점 주인이 평등법 위반으로 기소되어 거액의 징벌배상금을 부여받자 종교자유의 침해로써 수년간의 법정 투쟁이 벌어졌다. 2018년 마침내 영국의 대법원과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동시에 동성애 차별보다는 종교자유가 우선한다는 기념비적 판결이 내려졌지만 이들은 그동안 거액의 배상금 지급, 소송비용 감당, 동성애자들의 위협 등 종교적 양심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치른 대가가 너무 크다.

2018년 우리 대법원은 종교적 양심을 이유로 하는 병역거부자들에게 무죄판결을 내렸다. 국민의 기본적 의무이며 국민 대부분이 감당하는 병역을 종교를 이유로 거부하는 극소수의 양심도 보호하는 우리나라에서 아직 대부분의 국민이 수긍하지 못하는 동성애를 비판한다는 것만으로 무차별적으로 민형사 제재를 부과하려는 평등법시안은 설득력이 없고 균형에 맞지 않는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은 23가지 차별사유 중에 종교를 이유로 하는 차별도 포함한다. 이는 현행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적 비판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소지가 있다. 가령 교회에서 이단사이비의 폐해와 실상을 고발하고 비판하는 교육 세미나를 개최할 경우 여기에 참석한 이단교파 교인들이 괴롭힘을 당했다고 인권위에 진정하면 강사나 교회 대표자인 담임목사는 평등법 위반으로 제재받게 된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종교적 비판의 자유는 다른 표현의 자유보다 활씬 더 강하게 보호한다. 따라서 설사 이단교파에 대한 다소 모욕적이거나 과장된 비난을 하더라도 교리적 근거에 입각한 비판은 명예훼손죄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은 이러한 대법원 판결과는 상관없이 이단사이비 비판이 다른 종교에 대한 차별이고 괴롭힘이 된다면 처벌한다. 이는 표현의 자유, 종교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아닐 수 없다. (끝)

서헌제(한국교회법학회 회장,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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