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전략적 유연성’ 강화… 주한미군 ‘붙박이’ 시대 끝날 수도

국제
미주·중남미
편집부 기자
press@cdaily.co.kr
미 국방장관 “더 많은 부대 역내 순환배치”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 ©뉴시스

미국 정부가 전 세계에 배치된 미군의 순환 배치를 강화하겠다고 밝히면서 주한미군의 주둔 형태가 큰 변화를 겪을 가능성이 생겼다. 미군이 수시로 평택 등 미군 기지를 드나들면서 주둔 병력 수가 급격히 변화할 공산이 커졌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지난 21일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가 주최한 화상회의에서 "한반도에서 군대 철수 명령을 내린 적이 없다"면서도 "역동적 병력 전개와 같은 새로운 개념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계속해서 더 많은 부대들의 역내 순환배치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너선 호프먼 미 국방부 대변인 역시 같은 날 "전 세계에 상시 배치한 미군의 숫자를 줄이면서 준비태세를 향상시키고 다양한 지역에 파병할 수 있도록 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미 국방부의 이 같은 발표는 조지 W. 부시 정부 당시 미국이 추진했던 전략적 유연성과 같은 맥락이다. 당시 부시 대통령은 2000년 당선 후 해외주둔 미군을 유연하게 배치해 세계 어디에서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 역시 북한의 남침에 대비하는 붙박이 군이 아니라 동북아 신속기동군으로 재편하는 방안이 추진됐다. 하지만 당시 2001년 9·11 테러가 발생하면서 테러와의 전쟁, 이라크 전쟁 등으로 중동에 병력이 집중 투입되면서,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한 미국의 정책이 실제로 추진되지는 않았다.

그랬던 미국이 이번에 전략적 유연성 정책을 실제로 구현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것이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22일 "오바마 정부부터 미국의 국제 분쟁 개입을 축소하기 시작했고 트럼프 정부 들어 세계의 경찰 역할을 안 하겠다 선언했다"며 "그 연장선상에서 전략적 유연성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미국의 의도를 분석했다.

미국이 전략적 유연성 정책을 실행하기 시작하면 2만8500명으로 정해진 주한미군 규모가 의미 없어질 수 있다. 미국의 전략에 따라 주한미군 병력이 급감할 수도, 급증할 수도 있다.

박 교수는 "여태까지는 붙박이 미군이 한국에 주둔했는데 전략적 유연성을 적용하면 붙박이 군을 두지 않고 필요한 지역에 순환배치 병력을 투사하게 된다"며 "현재는 미 2사단 1개 여단만 주둔하는데 필요할 경우 2~3개 여단까지 늘릴 수 있다. 평택 캠프 험프리스도 2~3개 여단이 주둔할 수 있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이 경우 우리 정부로선 불확실성이 커지는 측면이 있다. 고정된 규모의 주한미군이 주둔하지 않고 미군 병력이 급변할 경우 북한의 위협에 제 때 대응하지 못할 수 있다.

게다가 전시작전통제권이 전환돼 우리 군이 한미연합군 지휘권을 갖는다고 해도 최악의 경우 지휘를 할 주한미군의 수가 매우 적어 단기적으로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

박 교수는 "앞으로는 주한미군 병력이 훨씬 늘어날 수도, 줄어들 수도 있다"며 "우리 입장에서는 1개 여단이 붙박이로 있는 것이 북한 도발 억제 측면에서는 더 낫다. 하지만 앞으로는 그게 안 될 수 있다. 이 문제에 대한 한미간 협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뉴시스

#미국 #미군 #주한미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