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정이 건강한 사회 만듭니다”

사회
복지·인권
서다은 기자
smw@cdaily.co.kr
[우리 사회의 빛, 복지시설 탐방] 부평구 건강가정지원센터

2019년 열린 아버지 학교 ©부평구 건강가정지원센터
사람은 누구나 가족 안에서 태어나고, 가족 안에서 살다가 가족을 떠나며 일생을 마치게 된다. 가족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가족에 대해 배우고, 행복한 가족관계를 위해 노력하는 가족들은 많지 않다. 그래서 부평구 건강가정지원센터는 모든 가정이 행복하고 건강할 수 있도록 가족을 위한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오늘도 가족을 위해 행복의 다리를 놓아주는 부평구 건강가정지원센터 이호은 센터장을 만났다. 아래는 일문일답.

-건강가정지원센터는 어떤 곳인가.

“건강가정지원센터는 가족 교육, 가족 상담, 가족 돌봄, 가족 문화프로그램 등 가족기능 강화 및 가족관계 개선을 위한 가족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건강가정기본법에 건강가정지원센터를 전국에 설치하게 되어있다. 2005년에 본격 실시되어 현재 전국에 217개소가 설치돼있다.”

-주안복지재단에서 부평구 건강가정지원센터를 위탁 운영하게 된 동기가 있나.

“주안복지재단은 주안장로교회에서 설립한 재단이다. 주안장로교회에는 가정사역국이 있다. 교회가 오랫동안 가정 사역을 해온 노하우를 토대로 복지재단과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때마침 2015년도에 부평구에서 건강가정지원센터 운영 법인을 모집한다는 공고가 났다. 가정 사역을 통해 교회가 지역사회를 섬길 기회라 생각해 위탁을 받게 되었다.”

-교회와 복지재단이 협업할 때 장점은 무엇인가.

“센터가 주안장로교회로부터 인적·물적 자원을 많이 지원받고 있다. 현재 센터가 위치한 건물을 교회에서 무상임대 해줬다. 센터 사업의 특성상 상담실, 교육실 등 많은 공간이 필요한데, 교회 교육관이 아닌 외부 공간을 임대했다면 월세를 감당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교회에서 재단을 통해 전입금을 많이 지원해주고 있기도 하다.

또한 교회 건물과 센터가 가까이 있어 축제나 캠프 등 행사를 할 때 교회 로비를 빌려서 하기도 하고, 교회 여전도회에서 음식도 만들어주기도 한다. 교회에서 사업이나 프로그램을 할 때 홍보도 해주고 있다. 많은 교인들이 센터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취업도 이루어진다. 아이돌보미 사업의 경우 자녀를 다 키워놓은 중년 여성들의 취업이 많은데, 이 사업에 교회 권사님·집사님들이 아이돌보미로 활동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기독교 가치를 가진 사람들이 함께 일함으로 시너지가 나고, 상담사의 경우 교회에서 상담 훈련을 받아 상담원으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센터는 목사님들이 부평구 내에 있는 가정을 심방하다가 위기가정, 취약가정 있을 때 연락을 주면 연계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교회와 재단과 센터가 유기적으로 함께 하고 있는 부분이 많다.”

-부평구 건강가정지원센터의 대상과 주요 사업이 궁금하다.

“센터가 가족복지 전문기관인 만큼 대상은 가족 단위다. 민법에는 가족의 개념이 혈연과 혼인으로 연결된 2인 이상의 집단으로 규정돼 있다. 하지만 최근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건강가정기본법이 일부 개정되어 1인 가구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앞으로는 2명 이상으로 구성된 가족뿐 아니라, 1인 가구를 위한 서비스와 사업도 많이 생길 예정이다.

주요 사업으로는 ‘가족교육 사업’이 있다. 생애주기별 부모교육, 예비·신혼부부 교육, 아버지교육, 노년기교육을 통해 가족기능강화를 지원한다. 또한 가족사랑의날, 가족사랑캠페인, 가족축제, 가족캠프 등의 ‘가족문화 사업’이 있고, 모두가족봉사단, 아버지-자녀 토요돌봄 프로그램 등의 ‘가족돌봄 나눔사업’이 있다. 이 밖에도 ‘공동육아나눔터’, ‘가족상담사업’, ‘아이돌봄지원사업’, ‘가족역량강화지원사업’ 등이 있다.”

-부평구 건강가정지원센터만의 특화 사업은 무엇인가.

“주안복지재단이 기독교 재단이기 때문에 설립의 목적이 기독교적 가치와 봉사를 사회에 적용하고 섬기는 것이다. 이를 산하기관에서도 서비스를 제공할 때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특화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이 ‘부평구 열린 아버지학교’이다. 주안장로교회에서 아버지학교를 오랫동안 해 와서 봉사자가 많이 있다. 이들이 지역사회의 아버지들을 섬기고 도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부평구청에 열린 아버지학교 사업을 제안했고, 감사하게도 사업비를 지원해 줬다. 봉사는 주안장로교회 성도들이 도맡아 하고 있다.

열린 아버지학교는 양성 평등한 가정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 4주간 강의, 조별 나눔, 예식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한다. 매회 40명 이상의 아버지들이 등록하고 있고, 반응도 좋다. 올해는 코로나19로 프로그램이 연기된 상태다. 못하게 될 경우 온라인으로 진행하기 위한 계획을 하고 있다.”

-다양한 사업을 통해 바라는 효과는?

“건강한 가정을 만드는 것이다. 가정은 사회의 기본단위이고, 인간이 태어나 가장 처음으로 경험하는 사회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가정이 무너지고 가족관계가 건강하지 않으면 한 사람이 건강한 사람으로,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없다. 그래서 센터는 가족관계를 건강하게 만들자는 목적으로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

특히 신경을 쓰는 것이 ‘부모교육’이다. 많은 부모가 무면허, 무자격으로 아이를 키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가족교육을 오는 분들에게 강조하는 것이 하나 있다. 학교 선생님이 1년 동안 아이를 맡는 자격을 얻기 위해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교생 실습을 하고, 임용고시를 본다. 부모는 아이가 성장하는 동안 짧게는 20년에서 길게는 30년까지 양육을 하는데, 단 1시간도 교육을 안 받고 부모 역할을 하고 있다. 먼저는 부부의 역할, 그리고 엄마, 아빠의 역할을 오랫동안 맡아서 해야 하는데 아무런 준비 없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정이 어려워지기 전에 미리 교육을 받을 기회가 많이 있다. 그런데 그 시기를 놓쳐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됐을 때 도움을 청하는 일이 많아 참 안타깝다. 그래서 센터는 예방 교육을 하고 있다. 교육을 통해 서로 다른 문화에서 자란 부부가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데 갈등하는 부분들을 효과적으로 해결하고, 아이들의 발달에 따른 부모의 역할을 잘 해내어 건강한 가정으로 서가기를 바란다.”

-어떤 긍정적인 변화가 있나.

“특화사업인 열린 아버지학교를 통해서는 가부장적이고 소통법을 몰라 집에서 왕따당하는 아버지들의 긍정적인 변화가 있다. 본인들이 봐왔던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모습을 닮아 그대로 아내와 아이들에게 행하는 아버지들이 있다. 그런데 아버지학교에 와서 교육을 받고 자신의 잘못된 행동들을 깨닫고 가족들에게 편지 쓰기와 전화로 용서를 구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아버지의 변화를 통해 가족 전체가 회복되는 사례를 많이 경험한다.

프로그램 중 하나인 부부학교도 마찬가지다. 이 프로그램은 부부 상담전문가 1급 자격증을 가진 센터장이 직접 진행한다. 이혼 위기에 있는 많은 부부가 성장 과정에서 받은 상처들이 부부관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잘 모른다. 적대관계였던 부부가 부부학교를 통해 어린 시절의 깊은 상처를 서로에게 이야기하고 털어놓으면서 서로를 도와주고 상처를 보듬어 주는 관계로 회복된다. 센터는 어떻게든 가족관계를 회복시켜 가정이 해체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표이다.”

-최근에 이슈가 되고 있는 아동 학대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실제로 아동 학대 문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 부모교육을 법으로 제정하는 것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관련 법안이 발의되었지만, 아직 진행은 되지 않고 있다고 들었다. 아동 학대 가정의 부모 대부분은 자신이 학대를 받은 상처가 있고, 좋은 부모 역할에 대한 모델이 없다. 이러한 경험을 가진 부모는 부모가 되기 전에 반드시 교육을 통해 어린 시절의 상처를 치유하고 씻겨내는 것이 필요하다. 좋은 부모에 대한 모델을 가지고, 경험해야만 아이를 키울 때 자신이 받았던 상처를 끊고 새롭게 좋은 부모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요즘은 나라에서 무상교육을 많이 해준다. 일차적으로 부모가 자녀를 잘 교육하고 양육해야 하는 주체임에도 양육과 교육을 기관이나 외부 시설에 모두 맡겨버리는 경우가 많다. 아이를 키울 때 재정적인 부분은 정부가 지원하고 있으니, 관련 서비스를 받으려면 몇 시간 이상의 부모교육을 이수해야 하는 법이 마련돼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든다. 교육을 자발적으로 받는 부모가 많지 않기 때문에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변화하는 시대에 필요한 좋은 부모의 역할은 어떤 것이 있다고 생각하나.

“좋은 부모가 된다는 것은 ‘아이에게 무엇을 길러줄 것인가, 어떤 목표를 심어줄 것인가’에 대한 목표가 확실한 부모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모두 무의식적으로 부모 역할을 하고 있다. 부모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자기도 모르게 내 아이에게 심어주고 그것을 추구하는 아이가 되도록 한다.

앞으로 자녀들이 살아갈 시대는 부모 세대와 매우 다르다. 부모 세대가 자랄 때는 튀지 않고 부모 말을 잘 듣는 순종적인 품성이 필요했다면, 지금 시대 아이들이 필요한 품성은 창의적·독창적·주도적이고 자기 생각이 명확한 품성이 필요하다.

부모가 자신이 자라온 시대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아이를 만들기 위해 강요하거나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시대에 맞는 품성을 길러줘야겠다는 목표 의식이 필요하다. 그런 품성을 키워주기 위해 ‘어떻게 대화해야 하지?, 어떻게 행동해야 하지?’를 고민하고, ‘이렇게 해, 저렇게 해’가 아닌 ‘네가 고민하고 결정해봐’ 등의 자율성을 키워주는 부모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센터의 비전은 무엇인가. 바라는 점이 있다면.

“부평구는 인구가 많은 편이고, 재개발될 곳이 많은 구도심이어서 복지 서비스가 필요한 대상자가 많이 있다. 복지 서비스가 필요함에도 건강가정지원센터를 모르는 분이 아직도 많이 있다. 무료로 심리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은데, 건강가정지원센터는 보조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심리 상담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개인과 가정에 문제가 생겨 몸과 마음이 망가지기 전에 센터를 통해 예방 차원의 상담과 교육을 많이 이용했으면 좋겠다.

센터의 서비스가 부평구에 살고 있는 모든 가정에 잘 인식될 수 있도록 알려서 한 번 이상은 프로그램을 이용해 도움을 받아 건강한 가정을 만들고 더 나아가 건강한 사회를 이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비전이다. 다양한 가족복지서비스에 대한 문의는 032-508-0121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