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자교회 가입하면 박해 멈출 줄 생각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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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매거진 ‘비터윈터’ 고발

"상급 정부의 허가증이 있든 없든 모든 교회 십자가 철거,
모든 개신교 예배처소의 예배를 금지하라는 지시 있어"
"정부가 하라는 대로 하는 수밖에 없어, 애국심 입증했고
코로나 억제 기부도 했지만 성장 빠르다고 불편해 해"
"교회에서 춤을 출 수는 있지만 예배할 수는 없다고 해,
동의하지 않으면 굴삭기로 교회 철거한다고 협박당해"

지난 4월 우한 봉쇄령을 해제하는 등 중국이 사실상 코로나19 종식 수순으로 가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십자가 철거, 교회 폐쇄 같은 기독교에 대한 통제와 억압 정책은 코로나 상황과 관계없이 더욱 강력하게 추진돼 온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지난 3월 초부터 최근까지 코로나 확진자 수가 계속 8만 명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4월 말부터는 신규 확진자가 거의 하루 한 자릿 수로 증가하고 있다. 4일 오후 현재 중국 코로나 확진자는 8만4천여 명, 사망자는 4,600여 명(존스홉킨스대 통계)이다.

이탈리아의 세계신흥종교연구센터(CESNUR)에서 발간하는 온라인 매거진 비터윈터에 따르면, 코로나19가 가장 심각했던 3월 중순 중국 동부 장쑤성, 안후이성에서 수많은 교회 십자가가 철거됐다. 인근 산둥성 린이 지급시도 전염병 발병 와중에 70개가 넘는 십자가가 사라졌다. 인구 100만 명 중 약 10%가 기독교인인 중국 남동부 강서성 위간현에서는 지난 4월 약 2주가 안 되는 기간 최소 48개의 교회에서 십자가가 철거되고 폐쇄됐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지난 4월 십자가가 철거되고 폐쇄된 삼자교회 전후 모습. 왼쪽은 가오자촌, 오른쪽은 장자촌의 한 삼자교회다. ©비터윈터

중국 공산체제를 위협하는 탄압의 '표적'이 된 이 교회들은 중국 당국에 등록하지 않은 '비인가 가정교회'가 아니라 '공인된 삼자교회'라는 점이 더욱 충격을 안겨준다. 지난 2월 3일, 린이시 관할 란링현에서 십자가가 철거된 한 교회는 2007년 건축 이후 중국 정부가 요구하는 종교 중국화 캠페인의 4가지 요건, 곧 △예배소에 국기를 게양하고 △'사회주의 핵심 가치'를 설교에 포함하며 △중국의 법과 규제를 선전하고 △중국 전통문화를 홍보하는 것을 모두 충실히 이행했는데도 박해를 피하지 못했다. 한 정부 인사가 '십자가가 상관들이 보기에 좋지 않으며, 그냥 놔두었다가는 자신이 해고될 수도 있다'는 이유로 용역을 고용해 십자가를 철거했기 때문이다. 이 교회는 코로나19 확산 와중에 교회 모임도 모두 중단됐다.

강서성 위간현에서는 코로나19 예방 규제가 완화되자 삼자교회들에 대한 맹공격이 재개됐고, 많은 교회가 영구 폐쇄됐다. 위간현에서는 10만 명 이상의 성도가 300개 이상 삼자교회에 출석하고 있다. 그러나 삼자교회 성도들은 지난 4월 시장과 셰겐촌 관리들이 교회 십자가, 연단 등 종교 상징물을 강제로 철거하고 교회를 폐쇄했다고 증언했다.

비터윈터에 따르면, 4월 21일 위간현 가오자촌의 관리들은 인부들을 고용하여 한 삼자교회의 십자가를 철거하고 신자들에게 교회를 팔라고 종용했다. 3일 후에는 네 명의 관리가 교회로 다시 찾아가 모든 종교 상징물을 찢고 강단 위 십자가에 페인트칠을 하고 모든 의자를 밖으로 꺼냈다. 이 중 한 관리는 "정부 정책에 따라 예수 믿는 것은 금한다"고 말했다. 이 일로 교회가 폐쇄되자 100여 명의 성도는 당장 모일 곳이 없어졌다.

같은 날 위간현 장자촌의 한 삼자교회도 네 명의 관리가 찾아와 십자가와 교회 간판을 철거하고, 교회의 모든 의자와 종교 상징물을 치운 뒤 교회를 폐쇄했다. 이 교회 역시 3일 전 한 관리가 와서 교회 책임자와 30여 명의 성도에게 "상급 정부의 허가증이 있든 없든 모든 교회의 십자가를 철거하고, 모든 개신교 예배처소의 예배를 금지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리는 또 "개신교가 외국에서 전래했으며, '악질 외국인들이 중국에 코로나 바이러스를 퍼뜨렸다'는 말을 들었다"며 "교회가 폐쇄되지 않으면 교회를 노인을 위한 상호 부조회로 개조하겠다"고 위협했다고 비터윈터는 전했다.

교회 책임자는 "정부가 하라는 대로 하는 수밖에 없다. 우리는 애국심을 입증했고 그들이 요구한 대로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바이러스를 억제하기 위해 기부도 했다"며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우리 교회의 성장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하고, 많은 신자가 있는 것이 불편하다며 두려워한다"고 이 매체에 말했다.

위간현 신위안촌에서는 관리들이 찾아와 부엌칼로 삼자교회 벽에 붙어 있던 십자가와 종교 상징물을 벗겨냈다. 이 중 한 관리는 "교회에서 춤을 출 수는 있지만, 예배할 수는 없다"며 "동의하지 않겠다면 굴삭기를 이용해 교회를 철거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위간현 뤄위안촌과 파이팡촌의 두 삼자교회도 십자가가 철거되고 교회가 활동센터로 개조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은혜승리교회는 7개의 십자가가 모두 철거됐다. ©비터윈터

한편, 강서성 난창시 신젠구의 은혜승리교회는 여러 크기의 십자가 일곱 개가 결국 모두 철거됐다. 2018년 하반기 현지 당국은 십자가가 너무 크다며 여섯 개의 십자가를 철거하라고 명령했고, 지난 4월 25일에는 정부가 고용한 용접사가 나머지 한 개의 십자가마저 철거하고 기독교 대련을 모두 떼 냈다.

 

위간현뿐 아니라 구지앙, 펑청, 샹라오, 푸저우 등의 도시에서도 교회에서 십자가를 철거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양부촌의 한 성도는 4월 중순 지방 당국이 교회 십자가를 철거하고 교회를 노인시설로 개조할 계획을 전했다고 주장했다. 다시촌의 한 성도는 "지역 공산당 비서관이 '많은 사람이 하나님을 믿으면 누가 공산당의 말을 듣겠는가'라며 '교회에서 십자가를 철거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은 없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중국 당국의 강력한 종교정책에 대해 익명의 한 성도는 비터윈터에 "우리는 삼자교회에 가입하면 박해가 멈출 줄 생각했지만, 이전과 똑같이 계속 박해를 당했다"며 "헌법은 종교 자유를 보장한다지만 거짓말이다. 시진핑은 우리가 보는 앞에서는 좋은 사람처럼 행동하지만 뒤에서는 악마 짓을 한다"고 맹비난했다. 또 다른 성도는 "교인들이 어려움을 겪었지만, 항의하면 공산당과 중앙 정부에 맞서 싸운다는 이유로 체포될 것"이라며 두려움을 전했다.

#중국 #삼자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