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호경 목사의 회고록은 과거가 아닌, 미래를 열어갈 이정표"

70년대 기독교 민주화 운동 인사였던 권호경 목사, 출판 기념회 가져
©기독일보 박용국 기자

[기독일보 박용국 기자] 라이프 오브 더 칠드런 이사장 권호경 목사의 회고록 출판 기념회가 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18일 오전 11시부터 열렸다. 1941년에 태어난 권호경 목사는 한신대 졸업 후 민주화 운동의 성지였던 서울제일교회 전도사, 부목사를 거쳐 한국기독교협의회 총무, CBS 방송국 사장을 지냈다.

권 목사는 기독교민주화운동의 대부 중 한 사람인 故 박형규 목사와 더불어 남산부활절연합예배를 주도하기도 했다. 당시 박정희 정권은 반(反) 유신 투쟁의 도화선이 됐던 1973년 남산부활절연합예배를 내란음모사건으로 조작해 권호경, 박형규 목사 등을 구속했다. 그러나 이들은 곧바로 보석으로 풀려났다.

이듬해 1974년 박정희 정권이 긴급조치 1호를 발동하자, 권호경 목사, 박형규 목사 등 기독교 민주화 인사들이 긴급조치를 막으려 했다. 이 과정에서 권 목사는 징역 17년을 언도받았다. 이 외에도 권 목사는 선교자금 횡령·배임사건으로 다시 옥고를 치렀다. 80년대 들어 전두환 정권은 폭력배를 앞세워 서울제일교회의 예배를 방해했고, 권 목사는 중부 경찰서 앞에서 6년간 노상예배 투쟁을 이끌기도 했다. 이처럼 그는 반(反) 독재 투쟁 및 도시·빈민 선교에 힘써 가난한 이들과 함께 동거 동락했다.

안재웅 목사 ©기독일보 박용국 기자

안재웅 목사는 출판기념회에서 “권호경 목사는 조직 운동, 나는 KSF를 통해 학생 운동을 담당했다”며 “을지로 아폴로 다방에서 둘이 많이 만났다”고 술회했다. 이어 그는 “권 목사는 골똘히 생각하는 사람”이라며 “분명히 목표에 정진하는 바른 마음과 정신을 가진 분”이라고 평가했다.

자유언론실천재단 이부영 이사장은 “70-80년대 군사 독재 정권은 자유, 인권을 탄압했다”며 “개신교계, 가톨릭계, 문화, 해직 언론인, 교수들은 연대해 저항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당시는 청계천, 판자촌 등 빈민들을 난지도 쓰레기 버리듯 했던 시절”이라며 “이는 와우 아파트 사건, 광주 민주화 사태의 징후”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그는 “권호경 목사는 이런 사람들에게 빈민 선교를 했던 사람”이라며 “선교뿐만 아니라 빈민들이 스스로 조직화해, 권리를 쟁취할 수 있도록 도왔다”고 밝혔다.

더불어 그는 “1980년대 전두환 정권이 시위 주도 학생들을 고문시키고, 교수들을 해직시켰다”며 “이런 상황에서 종로 5가를 중심으로 박형규 목사와 함께 사회 선교 협의회를 만들어서 투쟁했다”고 전했다. 그러다가 그는 “정권이 폭력배 동원해 서울 제일교회 신도들과 부목사였던 권 목사를 폭행했다”면서 “중부 경찰서 앞에서 6년 간 야외예배로 투쟁했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상한 갈대를 꺾지 않고, 꺼져가는 심지를 끄지 아니한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은 권 목사의 좌우명”이라며 “가난한 사람들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준 권 목사는 항상 이 성경 구절을 마음에 새기며 살아왔다”고 술회한다. 이처럼 그는 “하나님의 종으로 목소리를 높여 억눌리고 가난한 사람들이 스스로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도와줬는지 스스로를 성찰해본다”고 밝혔다.

자유언론실천재단 이부영 이사장 ©기독일보 박용국 기자

NCCK 총무 이홍정 목사는 “권 목사의 회고록을 우리들의 역사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며 “이는 우리의 현재를 조명하고, 내일을 비추는 공동체적 신뢰의 이정표”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역사의 주권자이신 하나님은 사람을 통해 역사에 동참 하신다”며 권 목사를 두고 “북간도의 종말론적이고 현실참여적인 한신대 영성을 이어받고, 분단·냉전 상황에서 재해석해 유신 투쟁에 뛰어 들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그는 “고난 받은 이들을 위해 살았던 권 목사의 정신을 NCCK는 이어받아 세계 냉전체제 속에 박제된 한반도 분단 상황을 극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권호경 목사는 1970년대 국가 주도형 산업 개발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해 수도권 빈민 선교를 했다”며 “감시뿐인 공포정치사회에서 반 인권구조에 저항해, 이를 민주화 운동으로 발전시켰다”고 평가했다. 하여 그는 “NCCK는 이를 계승해 풀뿌리 민주주의로 발전시켰다”며 “믿음에 뿌리내린 인내로 고난 받는 사람들을 위해 봉사했던 권 목사의 정신을 잘 배우자”고 전했다.

NCCK 총무 이홍정 목사 ©기독일보 박용국 기자

김정남 전 청와대 교문사회 수석은 “가톨릭은 1972년 김수환 추기경의 성탄 메시지, 개신교는 1973년 부활절 연합예배가 반독재 투쟁의 시작”이라며 “이를 통해 하나님은 역사에 개입하셨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중앙정부는 KBS를 독점해 내란음모 사건으로 조작했다”며 “이것으로 박형규, 권호경 목사 등 이하 10여 명들을 검거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1975년 선교자금 배임 횡령 사건에 대해 “볼프강 슈미트 독일 선교회장은 당시 변론에서 정당한 선교였다고 항변했지만, 정부는 이들을 유죄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그는 “권호경, 박형규 목사는 굴하지 않고, 빈민선교에 중추적 역할을 했다”고 역설했다.

이처럼 그는 “당시 권호경 목사는 투쟁 중 ‘땅에 묻힌 파수꾼으로 인해 억눌린 자들을 대변하는 나팔소리가 들릴 것’이라고 말했듯, 몸소 파수꾼으로 고행의 길을 걸었다”며 “그와 함께 했던 순간들이 참 행복했다”고 기억했다.

김정남 전 청와대 교문사회 수석 ©기독일보 박용국 기자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정진우 부이사장은 “축하할 마음이 들지 않다”고 단언했다. 이유로 그는 “권 목사님이 회고록을 내기엔 여전히 젊고, 여전히 팔팔하신 분”이라며 “과거를 회상하는 회고록보다 미래를 내다보고 조언해주셔야 할 어른”이라고 강조했다. 때문에 그는 “목사님은 회고록 출간에 가까이 가서는 안 된다”며 “함께 꿈꾸고 가꿔야할 미래가 더 창창하다”고 역설했다. 하여 그는 “이 불확실한 미래를 권 목사님의 조언을 참고해야 열 수 있다”고 밝혔다.

KBS 이사장 김상근 목사는 “권호경 목사에게 사랑과 존경을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이에 권호경 목사는 “여러분과 함께해서 정말 기쁘다”고 화답했다. 권호경 목사의 아들 권준표 씨는 “건강하시고 오래 사셨으면 좋겠다”며 “손자·손녀인 지우, 지아 결혼할 때 까지 오래 사세요”라고 전했다.

그의 손녀 지아 양이 축하공연으로 발레를 시연하고 있다©기독일보 박용국 기자
권호경 목사 ©기독일보 박용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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